부산 이바구길, 168계단 층층이 서린 애환
부산 이바구길, 168계단 층층이 서린 애환
by 운영자 2016.07.08
부산은 바다의 도시 같지만 실상은 산에 둘러싸인 도시다. 그래서 부산의 진짜 속살은 저 산꼭대기에서 어깨를 맞대고 사는 이웃들의 삶인지 모른다.
산복도로에 해가 지고 불빛이 켜지면 인간과 자연의 경계선이 뚜렷해진다.
부산은 바다의 도시 같지만 실상은 산에 둘러싸인 도시다. 그래서 부산의 진짜 속살은 저 산꼭대기에서 어깨를 맞대고 사는 이웃들의 삶인지 모른다.
산복도로에 해가 지고 불빛이 켜지면 인간과 자연의 경계선이 뚜렷해진다.
해운대와 태종대, 광안리…. 한여름 부산은 사랑과 젊음이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도시다.
뜨거운 태양이 쏟아지면 부서지는 파도에 몸을 내던질 수 있는 바다가 있고, 멀리서 뱃고동 울리면 새벽보다 먼저 깨어나는 자갈치 시장이 있다.
이 매력적인 도시 부산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곳들이 있다. 갯내음보다 진한 사연들을 바다로 풀어놓는 무수한 골목들. 이야기의 시원을 찾아가듯 타박타박 걸어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만져지는 것들이 있다. 부산의 속살이다.
■ 산허리를 가로 지르는 집
“산복도로요?” ‘도시 촌것’에게 ‘산복도로’는 이름부터 낯설다. 바다 말고 색다른 부산을 보고 싶어 여행전문가들에게 코스 추천을 부탁했더니 돌아온 답이 ‘산복도로’였다. 산복은 한자로 뫼산(山), 배 복(腹). ‘산허리나 산중턱을 가로 지르는 길’이다.
일단 하룻밤 머물 숙소를 찾았다.
부산 동구 산복도로에서 맞춤한 곳을 발견했다. 초량동 게스트하우스 ‘이바구 충전소’에 짐을 풀었다.
초량동은 부산역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동네다. 다닥다닥 집들이 붙어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바구’는 부산 사투리로 ‘이야기’라는 뜻이다. 산복도로 중에서도 초량동 이바구길이 유명하다. ‘168계단’ 때문이다.
계단을 올려다보면 그 경사도에 놀라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경사가 60도는 돼 보인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건 없다. 이달부터 모노레일이 가동 중이기 때문.
저 멀리 부산역이 손에 닿을 듯했다. 산 아래 바다가 보이고 부산 시내도 조망할 수 있다.
동네는 조용했다. 가끔 차가 지나갔고, 간혹 마실 나온 어른들이 보일 뿐 한적했다.
산복도로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사람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터를 잡은 산동네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항구에 배가 들어오거나 부산역에 기차가 도착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앙상한 뼈마디에 등이 굽은 아버지들은 뱃고동 소리가 울리면 한달음에 168개 계단을 ‘달렸다’. 짐을 싣고 내리는 지게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남보다 먼저 도착해야 일거리가 생겼다.
넘어지고 엎어지면서 이 가파른 계단을 뛰어 내려간 아버지들, 해질 무렵 연탄 2장과 쌀 한 됫박을 손에 들고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오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했다.
산복도로는 동서남북으로 큰 길이 16.8㎞이지만 구석구석 얽히고설킨 골목들을 더하면 30㎞를 훌쩍 넘는다. 산복도로에는 아리고 저린 삶과 이야기들이 그렇게 굽이굽이 이어져 있다.
산복도로에 해가 지고 불빛이 켜지면 인간과 자연의 경계선이 뚜렷해진다.
부산은 바다의 도시 같지만 실상은 산에 둘러싸인 도시다. 그래서 부산의 진짜 속살은 저 산꼭대기에서 어깨를 맞대고 사는 이웃들의 삶인지 모른다.
산복도로에 해가 지고 불빛이 켜지면 인간과 자연의 경계선이 뚜렷해진다.
해운대와 태종대, 광안리…. 한여름 부산은 사랑과 젊음이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도시다.
뜨거운 태양이 쏟아지면 부서지는 파도에 몸을 내던질 수 있는 바다가 있고, 멀리서 뱃고동 울리면 새벽보다 먼저 깨어나는 자갈치 시장이 있다.
이 매력적인 도시 부산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곳들이 있다. 갯내음보다 진한 사연들을 바다로 풀어놓는 무수한 골목들. 이야기의 시원을 찾아가듯 타박타박 걸어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만져지는 것들이 있다. 부산의 속살이다.
■ 산허리를 가로 지르는 집
“산복도로요?” ‘도시 촌것’에게 ‘산복도로’는 이름부터 낯설다. 바다 말고 색다른 부산을 보고 싶어 여행전문가들에게 코스 추천을 부탁했더니 돌아온 답이 ‘산복도로’였다. 산복은 한자로 뫼산(山), 배 복(腹). ‘산허리나 산중턱을 가로 지르는 길’이다.
일단 하룻밤 머물 숙소를 찾았다.
부산 동구 산복도로에서 맞춤한 곳을 발견했다. 초량동 게스트하우스 ‘이바구 충전소’에 짐을 풀었다.
초량동은 부산역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동네다. 다닥다닥 집들이 붙어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바구’는 부산 사투리로 ‘이야기’라는 뜻이다. 산복도로 중에서도 초량동 이바구길이 유명하다. ‘168계단’ 때문이다.
계단을 올려다보면 그 경사도에 놀라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경사가 60도는 돼 보인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건 없다. 이달부터 모노레일이 가동 중이기 때문.
저 멀리 부산역이 손에 닿을 듯했다. 산 아래 바다가 보이고 부산 시내도 조망할 수 있다.
동네는 조용했다. 가끔 차가 지나갔고, 간혹 마실 나온 어른들이 보일 뿐 한적했다.
산복도로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사람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터를 잡은 산동네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항구에 배가 들어오거나 부산역에 기차가 도착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앙상한 뼈마디에 등이 굽은 아버지들은 뱃고동 소리가 울리면 한달음에 168개 계단을 ‘달렸다’. 짐을 싣고 내리는 지게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남보다 먼저 도착해야 일거리가 생겼다.
넘어지고 엎어지면서 이 가파른 계단을 뛰어 내려간 아버지들, 해질 무렵 연탄 2장과 쌀 한 됫박을 손에 들고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오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했다.
산복도로는 동서남북으로 큰 길이 16.8㎞이지만 구석구석 얽히고설킨 골목들을 더하면 30㎞를 훌쩍 넘는다. 산복도로에는 아리고 저린 삶과 이야기들이 그렇게 굽이굽이 이어져 있다.
■ ‘이바구 충전소’의 하룻밤
산복도로 집들은 지금도 자동차를 이고 산다. 경사가 너무 심해 차를 댈 수가 없자 옥상에 주차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찾아봐도 입출구가 없는데 어떻게 지붕 위에 주차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해가 뉘엿뉘엿해지자 이바구길에도 붉은빛이 스며들었다. 부산에는 바다만 있는 줄 생각하기 쉬운데 산이 70%다. 사람들은 그 산정상 가까이까지 다닥다닥 누울 거처를 마련했다. 불빛이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갈랐다.
좁은 골목 이웃 간에는 비밀이 존재하지 않는다. 담벼락이며 창문이며 모두 어깨 아래 있으니 시시콜콜 다 내놓고 살 수밖에 없다. 골목은 두 팔을 벌릴 수 없을 만큼 좁다. 앞집 옆집 이야기가 다 들리고 2평짜리 판자촌에 5~7명이 살았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한국 전쟁을 거쳐 근대화 시기를 지나기까지 168계단은 먹고살기 팍팍 했던 우리네 삶이다.
갈 곳 없어 산으로 기어올랐고 다랑논처럼 붙어 살았지만 누구도 탁 트인 바다를 가로막지 않았다. 고단하고 힘든 삶을 위로받을 유일한 곳이 바다이기 때문이다.
168계단 아래 우물이 있다. 어머니들은 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 항아리를 이고 지고 계단을 수도 없이 오르내렸을 것이다.
부산은 계단의 도시다. 계단은 산동네를 오르는 지름길이다. 그 계단들은 도시와 마을을 연결해주는 통로였고, 민초들의 삶의 현장이었다. 부산의 다른 얼굴을 발견하고 싶다면 산복도로에 가 보시라.
[순천광양교차로 / 김회진 기자 kimhj0031@hanmail.net]
산복도로 집들은 지금도 자동차를 이고 산다. 경사가 너무 심해 차를 댈 수가 없자 옥상에 주차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찾아봐도 입출구가 없는데 어떻게 지붕 위에 주차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해가 뉘엿뉘엿해지자 이바구길에도 붉은빛이 스며들었다. 부산에는 바다만 있는 줄 생각하기 쉬운데 산이 70%다. 사람들은 그 산정상 가까이까지 다닥다닥 누울 거처를 마련했다. 불빛이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갈랐다.
좁은 골목 이웃 간에는 비밀이 존재하지 않는다. 담벼락이며 창문이며 모두 어깨 아래 있으니 시시콜콜 다 내놓고 살 수밖에 없다. 골목은 두 팔을 벌릴 수 없을 만큼 좁다. 앞집 옆집 이야기가 다 들리고 2평짜리 판자촌에 5~7명이 살았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한국 전쟁을 거쳐 근대화 시기를 지나기까지 168계단은 먹고살기 팍팍 했던 우리네 삶이다.
갈 곳 없어 산으로 기어올랐고 다랑논처럼 붙어 살았지만 누구도 탁 트인 바다를 가로막지 않았다. 고단하고 힘든 삶을 위로받을 유일한 곳이 바다이기 때문이다.
168계단 아래 우물이 있다. 어머니들은 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 항아리를 이고 지고 계단을 수도 없이 오르내렸을 것이다.
부산은 계단의 도시다. 계단은 산동네를 오르는 지름길이다. 그 계단들은 도시와 마을을 연결해주는 통로였고, 민초들의 삶의 현장이었다. 부산의 다른 얼굴을 발견하고 싶다면 산복도로에 가 보시라.
[순천광양교차로 / 김회진 기자 kimhj003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