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섬진강, 지리산이 한달음에 안겨드는 곳, 구례 오산 사성암

섬진강, 지리산이 한달음에 안겨드는 곳, 구례 오산 사성암

by 운영자 2005.09.02

여행스케치 ∥ 구례 오산 사성암

지리산은 워낙에 높고 너른 산이라 지리산 인근 어느 곳에서도 지리산의 깊고 너른 품을 조망할 수 있다.
하지만 구례 오산에서만큼 친근하게, 살갑게 지리산과 섬진강을 한눈에 안아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옆집 푸근한 아저씨처럼, 깨복쟁이 친구처럼 지리산과 섬진강, 구례읍을 굽어볼 수 있는 구례 오산 사성암.

[사진설명]-산과 하나가 된 구례 오산 사성암

지리산, 섬진강, 하늘, 기암절벽…사성(四星)

‘구례’ 하면 섬진강, 지리산, 화엄사를 빼놓을 수가 없다.
화엄사에 가려 그 멋스러움이 잘 알려지지 않은 오산 사성암.
깎아지는 듯 산사 주변으로 둘러쳐진 병풍 바위와 지리산, 섬진강과 그곳에 기대 사는 구례 사람들을 한눈에 끌어안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사성암이다.

추적추적.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빗소리에, 계절이 바뀌는 무상함에 마음이 울적하다면 떠나보자. 탁 트인 지리산과 굽이굽이 섬진강을 굽어볼 수 있는 곳, 구례 오산 사성암으로!

사성암을 찾아가는 길, 길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나무들이 가을의 문턱에서 벌써 잎을 털어내고 있다. 길 옆으로 도란도란 소리를 내며 흐르는 굽이굽이 섬진강과 발 아래 노오란 낙엽, 나뭇잎 사이로 들이치는 햇살이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떼 지어 핀 한들한들 코스모스도가 빗물에 씻기어 청순하고 가녀린 자태를 더욱 뽐낸다. 바야흐로 가을이 다가왔다.
사성암을 찾아가는 길, 길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나무들이 가을의 문턱에서 벌써 잎을 털어내고 있다. 길 옆으로 도란도란 소리를 내며 흐르는 굽이굽이 섬진강과 발 아래 노오란 낙엽, 나뭇잎 사이로 들이치는 햇살이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떼 지어 핀 한들한들 코스모스도가 빗물에 씻기어 청순하고 가녀린 자태를 더욱 뽐낸다. 바야흐로 가을이 다가왔다.순천에서 구례·곡성 방향 17번 국도를 타고 30분쯤 달리다 보면 오른편으로 사성암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그 표지판을 따라 섬진강과 나란히 난 시원스런 길을 20분쯤 달리면 왼편으로 좁다란 길이 나온다. 사성암 가는 길은 휘어지고 다시 휘어지는 섬진강 굽이와 참 닮았다.

산을 오르다 숨을 돌리려고 멈춰서 뒤를 보면 거기에 섬진강이 펼쳐진다. 그 옆으로 펼쳐진 너른 들과 그 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마을이 있다.

쉬엄쉬엄 한발한발 오르는 길은 하늘 한번 보고 강물 한번 보고 너른 들 한번 보고 마을 한번 보며 걷는 길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시멘트 포장길과 비포장길을 몇 개 돌면 멀리 은은한 불경 외는 소리가 들린다. 사성암이다.

사성암(四聖庵)은 원효, 의상, 도선, 진각 네 성인이 이곳에서 수도했다 하여 유래한 이름으로 예부터 영험한 기도도량으로 일려져 있다. 최근에는 의 길상이 숨어 지낸 곳으로 유명하다.

연기조사가 처음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 사성암은 바위 사이에 박혀 있는 듯하다. 바위 위를 뜷고 나온 듯한 ‘약사전’과 바위 위에 살짝 얹어 놓은 듯한 ‘대웅전’ 등 사성암은 산과 하나가 되었다. 산사 자체가 그저 산이 되고 자연이 되었다.

절에 들어서 오른편으로 난 돌길을 따라 오르면 그곳이 바로 대웅전인데, 대웅전에 올라 바라보는 지리산과 섬진강은 보기에 벅찰 만큼 크고 넓은 풍경에 눈이 번쩍 뜨인다.

암자 뒤편에는 뗏목을 팔러 하동으로 내려간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세상을 떠난 아내와 아내를 잃은 설움에 끝내 숨을 거든 남편의 애절한 전설이 깃든 뜀바위가 있다.

또 도선국사가 참선했다는 ‘도선굴’과 암벽에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새겼다는 ‘마애여래입상’도 볼 수 있다. 또 대웅전 안에는 50cm 안팎의 불상이 53불(현존 35불) 봉안되어 있다.

도선굴 좁은 틈으로 들어가 빛이 새어오는 다른 입구에 다다르자 세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리산 네 봉오리가 별인 양 또렷하게 눈에 비친다. 사성(四星)처럼.

이밖에도 오산에는 신선이 베를 짠 흔적인 씨줄과 날줄이 바위에 그어져 있다는 신선대, 연기선사가 아미타불 마애불로 되었다는 관음대, 화엄사를 향해 저하는 곳이라는 배석대, 향불을 피워놓는 곳이라는 향로대, 쉬어갈 수 있도록 윗면이 편평한 쉬열대, 바람이 센 곳이라 붙여진 풍월대, 붉은 색 바위벽으로 이루어진 괘불대,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하루를 반성한다는 낙조대, 바위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평풍대, 하늘을 우러른다는 양천대 등이 ‘오산 12대’를 이루고 있다.

오산은 이렇게 사성암 주위로 깎아지른 벼랑이 즐비해 ‘작은 금강산’이라고도 한다.

구불구불 하늘에 닿을 듯한 곳에 위치한 사성암에 닿아 아래를 굽어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다.
가을, 그 스산함에 가슴이 답답하다면 사성암에 올라보자. 시원스런 풍광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보자.

취재 : 최명희 기자

사진설명
1. 구례 오산 사성암
2. 사성암 대웅전에서 내려다본 지리산, 섬진강의 비경. 심봉사의 개안이 이러지 않았을까 싶다.
3. 사성암 가는 길은 가을의 한가운데에 접어든 것 같다.
4. 섬진강 맑은 물에서 잡은 다슬기로 끓인 다슬기수제비. 쫀득한 수제비와 시원한 다슬기 국물이 환절기 입맛을 돋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