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전통과 순박함이 묻어나는 고장, ‘구례’

전통과 순박함이 묻어나는 고장, ‘구례’

by 운영자 2006.02.10

관광과 휴양을 겸한 관광특구로써의 구례. 한국의 남단 중심부에 위치한 국립공원 제1호 「지리산」과 청정유수 「섬진강」을 배경으로 영·호남 3개도 5개 시군과 접해있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관광의 명소가 바로 이곳이다.

지리산과 섬진강 줄기를 따라 펼쳐진 기름진 넓은 들판과 구례사람들의 순박하고 인정 넘치는 마음씨는 이 고장을 한층 더 아름답게 뽐내고 있다.

인정 넘치는 구례오일장과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풍경

눈이 내리던 지난 8일, 순천에서 구례로 향하는 길에 만나는 자연경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맑은 공기를 머금고 눈 쌓인 산을 가로질러 섬진강을 따라 차로 20여분을 달렸을까? 어느새 구례읍내로 접어들었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말의 의미와는 사뭇 다르게 정말 오늘이 구례 오일장이이다.
(참고로 구례 오일장은 3일과 8일 들어선다.)

구례오일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60년대의 시장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셋트장에 들어선 느낌을 받았다.
구례읍 시외버스터미널에서부터 남원과 화엄사 방향으로 난 외각도로(19번 국도) 사이까지 길게 뻗은 장터에는 어물전, 싸전, 채소전 등으로 구분된 장옥이 여러동 들어서 있다.

각 동은 진짜 장옥(나무로 만든 가건물로 함석지붕과 나무 덧문으로 만들어짐)으로 만들어져 있어 오래된 장터의 옛 모습을 정돈된 느낌으로 가감 없이 둘러볼 수 있도록 관광객의 편의에 도움을 주고자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곳 구례오일장이 다른 오일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섬진강에서 갓 잡아 올린 물고기와 재첩 등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구례의 기름진 들녘에서 자라난 쌀과 잡곡류가 더해져 구례의 모든 물풀을 골고루 볼 수 있다는 사실
이다.

또 지리산과 섬진강 줄기를 따라 펼쳐진 이곳 구례의 넓은 들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순박함도 구례오일장엔 배어난다.

예전에나 볼 수 있었던 뻥튀기 아저씨도 만날 수 있다. 온 장안 떠나갈 듯 외치던 ‘뻥이요’ 소리, 그리고 튕겨져 나오는 강냉이와 함께 온 장안에 고소한 냄새를 진동케 한다.

잠시 둘러보면서도 눈이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장터에 상인들이 좌판을 하나 둘씩 접기 시작한다.

한평생 구례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해온 김선태 할아버지(71세)는 “지금 쌓인 눈을 치우지 않으면 무너진다”면서 지붕천 위에 쌓인 눈을 나무막대로 쿡쿡 찍으며 눈을 떨어뜨린다.

쌓인 눈을 치우는 것을 조금 도와드렸더니 운전할 때 심심하면 하나씩 먹으면서 조심 운전하라고 손에 꼬옥 쥐어주신다. 감사의 인사를 건넨 뒤 구례의 명소, 섬진강으로 향했다.

그런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시장을 빠져나오면서 허기를 달래기 위해 들린 꿀꿀이 국밥집.

이곳은 시장입구에서만 40년 넘게 꿀꿀이 국밥만을 팔아온 이옥년(62세) 할머니가 운영하는 유명한 집이다.

하루 300여명이 이곳의 국밥을 먹으러 전국 각지에서 들릴 정도로 국물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다년간 계속해서 우려내는 진한 사골국이 이 집만의 자랑이기도 하다.

“한우 사각으로만 우려내는 거여. 오랜 시간 정성 드려 국물을 우려내고 여러 해 동안 거듭해서 만든 노하우로 양념을 만드니 국밥이 맛있을 수밖에” 단돈 3,000원을 내고 국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면 할머니는 덤으로 밥 한공기와 국물을 더 준다.

허기진 배를 장터의 후한 인심으로 채우고 나서 섬진강으로 향했다.
눈 쌓인 산과 들녘으로 따스한 오후 햇살에 반사돼 눈부시게 아름다운 섬진강이 펼쳐지다.

차디찬 냉기가 추운 겨울을 알리지만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줄기는 너그럽게 환영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계속 내리는 눈발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향했다.

조금씩 내리는 눈발을 헤집고 천천히 섬진강변을 따라 달리는데 주변 산과 나무는 어느새 하얀 솜이불을 뒤덮고 있다. 섬진강은 이렇게 눈 쌓인 산허리를 감싸 돌면서 하얗게 그을린 모든 것들을 얼싸안고 있는 듯하다.

이번 주말, 도로 위 눈이 녹아 섬진강 드라이브가 가능해진다면 지리산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 줄기를 따라 다시금 달려보고 싶다.

눈서린 섬진강 수면위로 비추는 눈부신 햇살을 머금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면서 말이다.

취재 : 김노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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