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타박타박 부산 해안선 따라 걷다 만나는 것들

타박타박 부산 해안선 따라 걷다 만나는 것들

by 운영자 2006.03.03

늘 내 여행은 목적지가 있었다. 늘 정해진 코스가 있었다.

관광안내도를 쭉 살펴본 뒤 여기를 갔다, 여기를 가고, 여기서는 얼마간 쉬었다 밥을 먹고…. 그런 여행은 어느 곳이다 처음 내가 생각했던 나의 짐작과 비슷하기 마련이다.

늘 내 여행은 차가 함께였었다.
가까운 거리든 먼 거리든 ‘떠남’에 차는 빠져서는 안 될 존재였다. 차가 없는 여행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나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느끼고, 차 안 공기를 가슴에 담고 그것이 여행지의 진짜 것인 양 생각했다.

오늘 나는 차를 버리고 여행을 떠난다.
차를 버리고 부산 대변항에서 용궁사까지 해안선을 느낀다.

부산 기장군 대변항, 연화리 선착장, 바다가 보이는 공방에서 만드는 도자기 체험, 해동 용궁사. 짧은 해안선 3km지만 먹을거리 볼거리가 풍부해 한나절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오징어 ○○○는 재미가 있는 대변항
갈 곳 많은 부산 여행. 해운대, 송정해수욕장의 고운 모래도 좋지만 바다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 그립다면 기장군 대변항을 가보라.

부산은 송정을 기준으로 남쪽 해운대 방향으로는 남해바다, 기장군 쪽으로 동해바다다. 즉 대변은 동해바다를 품고 있는 항으로 멸치가 유명하다.
봄에는 봄 멸치(2월∼6월), 가을에는 가을 멸치(9월∼12월)로 사시사철 맛 좋은 멸치가 있다. 붉은 등대가 있는 부두를 따라서 가을 끝물 멸치가 볕에 고실고실 마르고 있다.

요즘은 오징어가 많이 잡혀서 집어등이 달린 배들이 많이 정박해 있다. 해물을 파는 좌판이 붉은 등대가 있는 부두 앞까지 이어진다. 마른 멸치, 멸치젓갈, 기장 미역, 마른 생선, 오징어 등 다양한 해산물이 판매되고 있다.
공간 하나도 알뜰하게 쓴다. 좌판 사이로 오징어가 빨래처럼 널려있다.

좌판마다 철판오징어 구이가 있어서 즉석에서 고들고들한 오징어를 구워준다. 쫄깃쫄깃한 오징어를 ○○○으며 대변항 끝까지 걸어가 보자.

*친근한 ‘엄마’ 즐비한 연화리 선착장과 서랑도예
죽도를 코앞에 두고 있는 연화리 선착장 주위에는 앉은뱅이 포장마차가 줄지어 서 있다.

포장마차 이름도 ‘쌍둥이 엄마 ’‘호영이 엄마’ ‘미자네 엄마’ 등 소박하다.
소라, 해삼, 멍게 등 다양한 해산물이 대야 가득. 천막 안에는 창문처럼 두 개의 투명 천막이 있어서 바다를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바다 사이로 불쑥불쑥 길게 튀어나와 있는 바위에는 온통 갈매기가 앉아있다.

선착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서랑도예’는 바다를 바라보며 도자기 그릇을 직접 만들 수 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아이들이 물레를 직접 돌려볼 수 있다.

2시간 동안 아이들은 보통 두 작품 정도 만들고 어른들은 한 작품을 만든다고 한다.
꽃병, 컵, 접시 등을 만든다. 한 사람당 1만원 정도.

이층에는 도자기 전시관이 있고 구경을 하면서 차를 마실 수 있게 해 놓았다.
흙을 만지고 난 후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가족끼리 차를 마시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될 듯하다. 다 된 작품은 구어서 택배로 보내준다. (택배비는 별도)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루어 준다는 해동 용궁사
용궁사는 바다로 가는 절이다.
그래서 올라가는 절이 아니라 내려가는 절이다.

108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갯바위에 살포시 앉아있는 용궁사가 보인다.
파도가 심한 날에는 절을 덮칠 것만 같은데 실제로 바다가 덮친 일은 없다고 한다.

용궁사는 공민왕(1376년)의 왕사였던 나옹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를 쓴 스님이다.

한 가지 소원이 꼭 이루어진다고 해서 그런지 법당 주위에 신도들을 위한 여러 가지 불상이 있다. 득남불, 학업성취불 등. 계단 초입에 있는 포대화상의 코와 배에는 까맣게 손때가 묻어있다. 포대화상을 만지면 득남할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이다.

바닷가에 있는 절이라서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에서 볼 수 있는 해수관음상이 있다. 해수는 바닷물을 뜻하고 관음은 관세음보살이다.

관세음보살은 바닷가 외로운 곳에 상주하고 있고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열심히 부르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안될 것이 없다고 한다.

용궁사는 해돋이로 유명하다.
해맞이는 108계단을 중간쯤 내려오다 보면 바다로 가는 왼쪽길이 있다.
그 길 맨 끝자락에 위치한 바위에서 해맞이를 할 수 있다.

취재 : 최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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