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맑고 소쇄한 계곡물에서 찾는 즐거움 순창 강천사

맑고 소쇄한 계곡물에서 찾는 즐거움 순창 강천사

by 운영자 2006.06.16

벌써 여름이 깊다.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우리나라의 큰 자랑이라 배웠던 초등학교 교과서를 여름과 겨울만 있다로 바꿔야 할 판이다.

이 더운 날, 움직이는 것이 끔찍하게 여겨지는 날. 잠깐의 외출에서 즐거움을 맛본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아이들 데리고 가서 물놀이도 하고 구경도 할 만한 곳이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은 고추장 말고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강천산이 있다.
강천산은 단풍으로 더 유명하지만 시원한 계곡도 있고 울창한 나무도 있어 여름 강천산도 빼놓을 수 없는 피서지다.

특히 강천사 계곡은 용 몇 마리는 족히 승천했을 법한 넉넉한 길이를 자랑한다. 또 물이 맑고 깊은 물이 없어 위험하지 않다. 나가자고 보채는 아이들 이끌고 강천사 계곡에 발 담그고 놀아보자. 백점짜리 아빠로 순식간에 격상할 것이다.

초여름 강천산, 청포도빛 마냥 싱그럽다

한차례 비가 퍼붓고 난 뒤인지 햇볕이 더 위세를 떨친다.
해와 바람이 누가 더 센지 내기라도 하듯 쨍쨍하게 비춘다.

이런 날, 더위 피하러 계곡 가겠다 하는 것은 마치 어린이날 놀이공원 가겠다고 하는 것만큼 무모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좀 무모하면 어쩌리. 여름은 그래서 여름 아닌가. 사람 많아 복작대고 시끄럽고 그래서 시장통처럼 살맛나는 계절. 여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오늘 떠나보자.

순창 강천산 가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순천에서 남원 방면으로 가 순창읍내 쪽으로 달리다 보면 순창읍내 사거리가 나온다. 그 사거리에서 우회전, 담양 방면 24번 국도를 2.8km 달린 뒤에 오른쪽 793번 지방도로로 6.5km쯤 북상하면 강천호를 끼고 왼쪽으로 강천산 진입로가 열려 있다.
강천산(순창군 팔덕면)장군봉, 왕자봉, 형제봉, 신선봉, 옥호봉, 수령봉, 깃대봉, 천지봉 등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해발 584m로 산세가 웅장하거나 높은 편은 아니지만 계곡이 깊어 늘 맑은 물이 흐른다.

이름 있는 계곡만 해도 저분제골(선녀계곡), 원등골, 분통골, 지적골, 소목골, 황우제골, 기우제골, 세낭골, 물통골, 우작골, 동막골, 탑상골(금강계곡), 승방골, 변두골 등이 있다.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강천산은 여름에는 맑고 투영한 물빛으로 즐거움을 더한다. 강천산에는 유난히 단풍나무가 많아 어디로 눈을 두든 연초록의 아기 단풍 풍경이 그득하게 들어온다. 아기 손가락처럼 작고 푸릇한 단풍.

병풍바위에서 강천사, 구름다리, 신선봉(전망대)에 이르는 길은 왕복 2시간 정도면 넉넉하고 신록을 맘껏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입구에서 강천사에 이르는 2km 흙길은 바야흐로 짙어가는 나뭇잎 빛깔에 눈이 시원하다. 나무가 뿜어내는 기분 좋은 향은 가슴을 뚫는다.

강천사는 참 참하다.
요란하지 않고 웅장하지도 않다. 시골에서 곱게 자란 처녀 같다.

절에 가면 으레 지나야 하는 사천왕문도 없다. 대웅전 앞엔 오층석탑이 단촐하다.
강천사는 신라 진성여왕 1년(887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이지만 이 탑은 고려 충숙왕 때 지어졌다.

지금 절에서 옛 모습을 짚어볼 수 있는 것은 이 탑뿐이다.
임진왜란 당시 경내 모든 건물들이 소진됐기 때문이다.

강천산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은 구름다리이다.
지상에서 50m 위의 허공에 걸린 다리(길이 75m)를 출렁거리며 걷는 기분이란. 땀이 찍 나도록 아찔하고, 다리가 후들거리도록 신나는!이쪽 산과 저쪽 산을 허공을 가로질러 건넌다. 어른들도 아이처럼 신나고 호들갑스러워진다. 발 아래 초록의 나뭇잎들도 덩달아 출렁거린다. 초록이 넘실댄다.

구름다리에서 신선봉에 이르는 길은 가파르고 험하지만 수고한 만큼의 기쁨을 안겨준다.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축소한 듯한 기기묘묘한 형상의 돌멩이들이 박힌 험한 길이 신선봉까지 이어진다. 정상으로 가까워질수록 경사는 급하지만 맞춤한 곳에 꼭 소나무가 기다리고 있다가 팔을 건네준다.

소나무팔을 잡고 가노라면 어느 순간 시야가 툭 트이면서 신선봉(전망대)에 오르게 된다. 서쪽으로 깊숙이 뻗어 들어간 골짜기와 기암단애, 몇 개의 산들이 첩첩이 잇대있는 수묵화 같은 풍경, 온산 가득 출렁거리는 초록빛이 한눈에 안긴다. 저절로 더위가 가시는 풍경이다.

취재 : 최명희 기자

사진설명
1. 초록빛이 일렁이는 강천사 계곡
2. 시원하게 떨어지는 강천산 병풍폭포
3. 순박한 시골 처녀처럼 참하디 참한 강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