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지 못한 아름다움’, 담양 명옥헌 원림 배롱나무
‘상상하지 못한 아름다움’, 담양 명옥헌 원림 배롱나무
by 운영자 2006.08.25
‘상상하지 못한 아름다움’, 담양 명옥헌 원림 배롱나무계절마다 발바닥 간지럽도록, 무거운 엉덩이 들썩이도록 그리운, 달려가 보고 싶은 풍경이 꼭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남해의 봄이 그렇고, 온 산을 농염한 붉은 빛으로 물들이는 내장산의 가을 단풍이 그렇고, 소리 없이 내려 세상의 소음까지 덮은 듯한 겨울의 눈 덮인 무등산 자락이 그렇다.
머릿속까지 뜨거워지는 여름이면 거르지 않고 생각나는 풍경이 있다.
담양 명옥헌 원림의 배롱나무꽃이 ‘심봉사 눈 번쩍 뜨이도록’ 환하게 피어난 모습이다.
어느 산모롱이라도 어느 들길에라도 흔하게 피어있는 배롱나무꽃.
한여름에서 가을에 들기까지 남도 땅 어느 길을 지나더라도 ‘나 여기 있어’ 하며 얼굴을 내미는 게 배롱나무다.
그러나 명옥헌의 배롱나무꽃은 ‘서프라이즈 파티’처럼, 예고편 없는 영화처럼 예기치 않았던 장면을 선사한다. 명옥헌을 가보면 ‘상상하지 못한 아름다움’이란 말이 절로 실감날 듯.
배롱나무 붉은 꽃에 물들었나, 황홀한 풍경에 달아올랐나
-도종환 가운데-
하늘을 뜻하는 방형의 연못에 땅을 뜻하는 원형의 섬 그리고 연못을 둘러싼 온통 붉은 배롱나무들.
구릉처럼 비탈진 그 위에 굽어보듯 자리한 정자. ‘무릉도원’이 바로 이곳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남해의 봄이 그렇고, 온 산을 농염한 붉은 빛으로 물들이는 내장산의 가을 단풍이 그렇고, 소리 없이 내려 세상의 소음까지 덮은 듯한 겨울의 눈 덮인 무등산 자락이 그렇다.
머릿속까지 뜨거워지는 여름이면 거르지 않고 생각나는 풍경이 있다.
담양 명옥헌 원림의 배롱나무꽃이 ‘심봉사 눈 번쩍 뜨이도록’ 환하게 피어난 모습이다.
어느 산모롱이라도 어느 들길에라도 흔하게 피어있는 배롱나무꽃.
한여름에서 가을에 들기까지 남도 땅 어느 길을 지나더라도 ‘나 여기 있어’ 하며 얼굴을 내미는 게 배롱나무다.
그러나 명옥헌의 배롱나무꽃은 ‘서프라이즈 파티’처럼, 예고편 없는 영화처럼 예기치 않았던 장면을 선사한다. 명옥헌을 가보면 ‘상상하지 못한 아름다움’이란 말이 절로 실감날 듯.
배롱나무 붉은 꽃에 물들었나, 황홀한 풍경에 달아올랐나
-도종환 가운데-
하늘을 뜻하는 방형의 연못에 땅을 뜻하는 원형의 섬 그리고 연못을 둘러싼 온통 붉은 배롱나무들.
구릉처럼 비탈진 그 위에 굽어보듯 자리한 정자. ‘무릉도원’이 바로 이곳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복숭아꽃 대신 배롱나무꽃이 활짝 핀 이곳이 무릉도원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게 하는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 명옥헌 원림.
그저 예사로이 마을 창고가 있고 새로 지은 집이 섞여든 그런 고샅길, 어느 구비를 돌다 문득 만난 배롱나무 붉은 꽃 세상은 ‘턱’ 하고 숨을 멎게 한다. 더위 때문이 아니다. 별천지라도 온 듯 가슴 벅찬 아름다움 때문이다. 꿈에서나 볼 듯한 아득한 그러나 아늑하기도 한 그 풍광 때문이다.
배롱나무, 자미, 목백일홍, 쌀밥나무, 간지럼나무…. 봄이면 가장 느리게 싹을 틔워 올리는 백일홍나무는 부르는 이름도 여럿 있다.
순 우리말로는 ‘배롱나무’, 한자로는 ‘자미(紫薇)’, 꽃이 백일동안 피는 나무라 해서 ‘목백일홍’, 이 꽃이 세 번 피었다 지면 쌀밥을 먹는다고 해서 ‘쌀밥나무’,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해서 간지럼나무 등으로도 부른다.
흐르는 물소리가 옥이 부서지는 소리 같다고 한데서 비롯된 명옥헌(鳴玉軒)은 그저 경치로서 사람을 붙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내력까지도 사연 깊은 곳이다.
조선시대 인조가 반정으로 왕이 되기 전, 세상을 돌며 뜻있는 자를 모을 때 이 마을에 둥지를 틀고 학문에 여념이 없던 오희도((1584~1624)를 찾아왔지만 오희도는 아직 시기가 아니라며 거절했다 한다.
선비의 일이란 것이 모름지기 학문의 도야이며, 뜻을 펼 수 있을 때 세상에 출사하여 배움을 실천하는 것이 도리일 것인데, 오희도는 완곡하게 자신의 시기가 아님을 밝히고 스스로 학문에 더 깊이 매진했던 것이다.
그 후 오희도는 인조가 반정으로 왕위에 오르자 출사하게 되고 자신의 뜻을 펼 무렵 난데없는 병이 찾아와 결국 제 뜻을 다 펴지 못하고 죽게 되었다. 훗날 그의 아들 오명중(1619~1655)이 이곳에 터를 잡아 아버지를 위로하고 스스로 학문에 들었던 곳이라 전해지는 아름다운 사연이 깃든 곳이다.
그 시대가 1652년 무렵이라 하니 이곳의 배롱나무는 대개 그때부터 나이를 먹어가기 시작했으리라. 그래서일까. 명옥헌 30여 그루의 배롱나무는 꽃대궐 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
마음은 속절없이 현혹당한다.
꽃에 물들었나, 황홀한 풍경에 달아올랐나. 꽃이 곧 나 자신이고, 내가 꽃이다.
모두의 얼굴도 발그레 홍조 띠었다.
명옥헌 원림 입구인 후산마을 앞 연못도 썩 운치 있는 곳이다. 아름드리 왕버들나무들이 개구리밥 가득한 녹색 연못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햇살 뜨겁고 온갖 세상의 소음으로 머릿속까지 복잡한 계절, 더위와 짜증과 허접한 미명으으로 속 터질 때는 잠시 명옥헌을 걸으라.
세상의 부름에도 자신의 때를 기다리며 홀로 연마하여 마침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던 오희도와 그의 아들 오이정의 생애를 만나라.
한 시대를 살아도 불붙듯이 피워 내다 때가 아니면 죽은 듯이 제 자리를 지키는 그런 삶이 그대로 전해오는 배롱나무를 쳐다보고 또 쳐다보라.
[최명희 기자 yurial78@naver.com]
사진설명
1. 명옥헌. 울울창창한 나무들 때문에 원림을 관망하기는 어렵다
2. 명옥헌 원림 가기 전 후산마을 마을회관 앞 저수지. 멋지게 늘어진 왕버들나무와 푸른 이불을 덮은 듯 연못을 뒤덮은 개구리밥이 명옥헌만큼 멋지다
그저 예사로이 마을 창고가 있고 새로 지은 집이 섞여든 그런 고샅길, 어느 구비를 돌다 문득 만난 배롱나무 붉은 꽃 세상은 ‘턱’ 하고 숨을 멎게 한다. 더위 때문이 아니다. 별천지라도 온 듯 가슴 벅찬 아름다움 때문이다. 꿈에서나 볼 듯한 아득한 그러나 아늑하기도 한 그 풍광 때문이다.
배롱나무, 자미, 목백일홍, 쌀밥나무, 간지럼나무…. 봄이면 가장 느리게 싹을 틔워 올리는 백일홍나무는 부르는 이름도 여럿 있다.
순 우리말로는 ‘배롱나무’, 한자로는 ‘자미(紫薇)’, 꽃이 백일동안 피는 나무라 해서 ‘목백일홍’, 이 꽃이 세 번 피었다 지면 쌀밥을 먹는다고 해서 ‘쌀밥나무’,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해서 간지럼나무 등으로도 부른다.
흐르는 물소리가 옥이 부서지는 소리 같다고 한데서 비롯된 명옥헌(鳴玉軒)은 그저 경치로서 사람을 붙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내력까지도 사연 깊은 곳이다.
조선시대 인조가 반정으로 왕이 되기 전, 세상을 돌며 뜻있는 자를 모을 때 이 마을에 둥지를 틀고 학문에 여념이 없던 오희도((1584~1624)를 찾아왔지만 오희도는 아직 시기가 아니라며 거절했다 한다.
선비의 일이란 것이 모름지기 학문의 도야이며, 뜻을 펼 수 있을 때 세상에 출사하여 배움을 실천하는 것이 도리일 것인데, 오희도는 완곡하게 자신의 시기가 아님을 밝히고 스스로 학문에 더 깊이 매진했던 것이다.
그 후 오희도는 인조가 반정으로 왕위에 오르자 출사하게 되고 자신의 뜻을 펼 무렵 난데없는 병이 찾아와 결국 제 뜻을 다 펴지 못하고 죽게 되었다. 훗날 그의 아들 오명중(1619~1655)이 이곳에 터를 잡아 아버지를 위로하고 스스로 학문에 들었던 곳이라 전해지는 아름다운 사연이 깃든 곳이다.
그 시대가 1652년 무렵이라 하니 이곳의 배롱나무는 대개 그때부터 나이를 먹어가기 시작했으리라. 그래서일까. 명옥헌 30여 그루의 배롱나무는 꽃대궐 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
마음은 속절없이 현혹당한다.
꽃에 물들었나, 황홀한 풍경에 달아올랐나. 꽃이 곧 나 자신이고, 내가 꽃이다.
모두의 얼굴도 발그레 홍조 띠었다.
명옥헌 원림 입구인 후산마을 앞 연못도 썩 운치 있는 곳이다. 아름드리 왕버들나무들이 개구리밥 가득한 녹색 연못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햇살 뜨겁고 온갖 세상의 소음으로 머릿속까지 복잡한 계절, 더위와 짜증과 허접한 미명으으로 속 터질 때는 잠시 명옥헌을 걸으라.
세상의 부름에도 자신의 때를 기다리며 홀로 연마하여 마침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던 오희도와 그의 아들 오이정의 생애를 만나라.
한 시대를 살아도 불붙듯이 피워 내다 때가 아니면 죽은 듯이 제 자리를 지키는 그런 삶이 그대로 전해오는 배롱나무를 쳐다보고 또 쳐다보라.
[최명희 기자 yurial78@naver.com]
사진설명
1. 명옥헌. 울울창창한 나무들 때문에 원림을 관망하기는 어렵다
2. 명옥헌 원림 가기 전 후산마을 마을회관 앞 저수지. 멋지게 늘어진 왕버들나무와 푸른 이불을 덮은 듯 연못을 뒤덮은 개구리밥이 명옥헌만큼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