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분홍 꽃물 들것네”
“오메, 분홍 꽃물 들것네”
by 운영자 2006.09.22
“오메, 분홍 꽃물 들것네”
어느덧 여름은 가고 시절은 9월.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것 가운데 유독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이 있으니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논개의 그 마음보다 더 진한’ 꽃무릇이다.
지금 함평 모악산 용천사 들판은 천지가 홍색이 되어 가을을 알린다.
꽃무릇 수백 꽃망울들이 마음 모아 한번에 색을 뿜어대니 그 붉은 빛에 취해 까무룩 정신을 놓고 꽃 속으로 빨려들 것만 같다.
색에 취해 향기에 들떠 가만가만 길을 걸으면, 어느새 양 볼은 ‘수줍은 새악시 부끄럼같이’ 발그레, 가슴도 덩달아 싱숭생숭 콩닥콩닥.
나무를 봐도 붉은 빛, 사람을 봐도 붉은 빛. 오메, 얼굴에 꽃물 들었네! 오메, 마음에도 꽃물 들것네!
꽃무릇 황홀경에 빠지다, 함평 용천사 꽃무릇
어느덧 여름은 가고 시절은 9월.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것 가운데 유독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이 있으니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논개의 그 마음보다 더 진한’ 꽃무릇이다.
지금 함평 모악산 용천사 들판은 천지가 홍색이 되어 가을을 알린다.
꽃무릇 수백 꽃망울들이 마음 모아 한번에 색을 뿜어대니 그 붉은 빛에 취해 까무룩 정신을 놓고 꽃 속으로 빨려들 것만 같다.
색에 취해 향기에 들떠 가만가만 길을 걸으면, 어느새 양 볼은 ‘수줍은 새악시 부끄럼같이’ 발그레, 가슴도 덩달아 싱숭생숭 콩닥콩닥.
나무를 봐도 붉은 빛, 사람을 봐도 붉은 빛. 오메, 얼굴에 꽃물 들었네! 오메, 마음에도 꽃물 들것네!
꽃무릇 황홀경에 빠지다, 함평 용천사 꽃무릇
한국 100경(景) 중 48경인 함평 용천사 일대에 ‘꽃무릇’님을 뵈러 간다.
해마다 9월 중순이 되면 꽃무릇이 산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용천사는 지금 붉은 꽃사태가 났다.
꽃무릇 뵈러 가는 길은 먼저 광주로 접어들어야 한다. 광주에서 용천사까지는 100리 길. 차로 50분 정도 걸리는데 나주를 거쳐 가는 길과 광주 송정리에서 영광으로 가는 길 두 갈래가 있다.
영광 불갑사를 거쳐 상사화도 볼 겸 영광으로 가는 길을 택한다. 22번 국도로 접어들어 얼마쯤 가자 월야면이 나온다. 버스 정류장에, 파출소 벽면에 나비 그림이 있는 걸 보니 함평에 잘 찾아온 모양이다. 월야면을 지나 해보면으로 접어든다. 이파리도 없이 기다란 줄기를 쭉 빼고 붉은 꽃을 올린 꽃무릇이 반긴다.
길 양으로 심어놓은 꽃무릇은 본격적인 경기에 앞선 전초전에 불과하다. 코스 요리 전에 입맛 돋우기 위해 먹는 애피타이저쯤. 실망하기는 이르다.
신문에서 텔레비전에서 라디오에서 이미 용천사 주변 20만 평에 꽃무릇이 지천이라는 얘기는 수도 없이 들었을 터. 그래서 급한 마음에 용천사를 통해 올라가기 쉽지만 입구에 나있는 산책로를 먼저 올라가 보기를 권한다.
야트막한 산책로를 죽 따라서 꽃무릇을 감상하고 용천사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꽃 목욕’하기에도 좋을뿐더러 인공폭포에, 구름다리까지 만날 수 있는 두고두고 걷고 싶은, 추억앨범에 오래도록 기억될 숲길이다.
정찬주 시인이 고창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을 두고 표현한 ‘인간 세상에서 하늘로 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에 용천사 가는 길도 포함해야 할 것 같다.
4세기경 마라난타 스님이 창건한 용천사는 조선 중기까지 서남해안 일대에서는 가장 큰 사찰이었다는데, 몇 번의 전란으로 폐허가 된 이후 최근 들어 복원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은 자그마하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돌계단에 새겨진 꿈틀거리는 용 조각과 한켠에 비켜 나무 아래 언덕에 서 있는 작은 석불상이 눈길을 붙잡는다. 어디에나 꽃무릇이 올라오고 있다. 절 이름을 짓게 한 ‘용이 승천한 샘’이라는 용천에서 약수 한 모금 마시는 걸로 절 구경을 마친다.
용천사 주변은 꽃무릇만 있는 게 아니다. 절 주위를 따라 온갖 야생화와 자생식물로 생태공원을 만들어 놓아 자연스레 발길이 그리로 옮겨진다.
산길을 따라 녹차나무와 원추리와 꽃창포, 산매발톱 등 20여 종의 야생화가 핀 생태공원이 오밀조밀 자리잡고 눈길을 붙잡는다. 꽃무릇 사이로 가지런히 놓여 있는 1,500여 기의 돌탑도 구경거리다.
함평에 왔다면 천지한우는 꼭 맛볼 일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는 함평의 ‘천지한우’는 육질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하다. 함평 읍내 장터에 위치한 목포식당(061-322-2764)에서는 생고기, 육회, 비빔밥 등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주변 볼거리는 돌을 소나무로 달구어 데운 물로 하는 게르마늄 해수찜 체험, 함평의 솟대와 장승의 한마당 나산솟대장승공원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함평군 해보면사무소(061-320-3349)로 문의하면 된다.
[최명희 기자 - yurial78@naver.com]
TIP) 꽃무릇? 상사화?
흔히 꽃무릇이냐 상사화(相思花)냐를 놓고 맞네 틀리네 말이 많다.
꽃무릇과 상사화는 둘 다 수선화과에 해당하는 야생구근식물. 꽃은 피우지만 열매는 맺지 못하며 풀잎이 말라 죽은 뒤 꽃대가 나와서 꽃이 피므로 풀잎은 꽃을 보지 못하고 꽃은 풀잎을 보지 못한다.
흔히 꽃무릇을 상사화와 혼동하는데 꽃무릇과 상사화는 엄연히 다른 꽃이다.
상사화는 봄에 잎이 난 뒤 여름에 꽃이 피고, 꽃무릇은 초가을 꽃이 핀 뒤 잎이 난다. 꽃 색에서도 차이가 있다. 꽃무릇은 붉은색이고 상사화는 분홍색이다.
TIP)유독 절 주위에 꽃무릇이 많은 까닭?
꽃무릇이 절에 유용한 식물이기 때문이다.
꽃무릇 뿌리에 든 아칼로이드 성분은 썩지 않는 방부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절에서는 뿌리를 갈아 풀을 쒀서 사경(불교경전을 필사하는 일)을 한다. 또 마지막 책으로 묶을 때도 이 풀을 쓰면 좀이 슬지 않는다 하여 사용한다. 또 탱화 제작을 할 때 밑그림을 그린 ‘초’와 천을 배접할 때 이 풀을 쓰면 탱화의 색채를 오래 보존할 수 있다 한다.
사진설명
1. 석불상 주변에 자라난 꽃무릇. 한데 핀 꽃무릇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2. 용천사 산책길에서 만난 다람쥐. 어찌나 빠른지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잘 간직한 다람쥐가 반갑다
3. 야생화 단지. 20여종의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4. 함평 가는 길에 만난 가을 들녘. 황금빛 물결이 벌써부터 가을의 '풍성함'을 노래한다.
해마다 9월 중순이 되면 꽃무릇이 산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용천사는 지금 붉은 꽃사태가 났다.
꽃무릇 뵈러 가는 길은 먼저 광주로 접어들어야 한다. 광주에서 용천사까지는 100리 길. 차로 50분 정도 걸리는데 나주를 거쳐 가는 길과 광주 송정리에서 영광으로 가는 길 두 갈래가 있다.
영광 불갑사를 거쳐 상사화도 볼 겸 영광으로 가는 길을 택한다. 22번 국도로 접어들어 얼마쯤 가자 월야면이 나온다. 버스 정류장에, 파출소 벽면에 나비 그림이 있는 걸 보니 함평에 잘 찾아온 모양이다. 월야면을 지나 해보면으로 접어든다. 이파리도 없이 기다란 줄기를 쭉 빼고 붉은 꽃을 올린 꽃무릇이 반긴다.
길 양으로 심어놓은 꽃무릇은 본격적인 경기에 앞선 전초전에 불과하다. 코스 요리 전에 입맛 돋우기 위해 먹는 애피타이저쯤. 실망하기는 이르다.
신문에서 텔레비전에서 라디오에서 이미 용천사 주변 20만 평에 꽃무릇이 지천이라는 얘기는 수도 없이 들었을 터. 그래서 급한 마음에 용천사를 통해 올라가기 쉽지만 입구에 나있는 산책로를 먼저 올라가 보기를 권한다.
야트막한 산책로를 죽 따라서 꽃무릇을 감상하고 용천사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꽃 목욕’하기에도 좋을뿐더러 인공폭포에, 구름다리까지 만날 수 있는 두고두고 걷고 싶은, 추억앨범에 오래도록 기억될 숲길이다.
정찬주 시인이 고창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을 두고 표현한 ‘인간 세상에서 하늘로 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에 용천사 가는 길도 포함해야 할 것 같다.
4세기경 마라난타 스님이 창건한 용천사는 조선 중기까지 서남해안 일대에서는 가장 큰 사찰이었다는데, 몇 번의 전란으로 폐허가 된 이후 최근 들어 복원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은 자그마하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돌계단에 새겨진 꿈틀거리는 용 조각과 한켠에 비켜 나무 아래 언덕에 서 있는 작은 석불상이 눈길을 붙잡는다. 어디에나 꽃무릇이 올라오고 있다. 절 이름을 짓게 한 ‘용이 승천한 샘’이라는 용천에서 약수 한 모금 마시는 걸로 절 구경을 마친다.
용천사 주변은 꽃무릇만 있는 게 아니다. 절 주위를 따라 온갖 야생화와 자생식물로 생태공원을 만들어 놓아 자연스레 발길이 그리로 옮겨진다.
산길을 따라 녹차나무와 원추리와 꽃창포, 산매발톱 등 20여 종의 야생화가 핀 생태공원이 오밀조밀 자리잡고 눈길을 붙잡는다. 꽃무릇 사이로 가지런히 놓여 있는 1,500여 기의 돌탑도 구경거리다.
함평에 왔다면 천지한우는 꼭 맛볼 일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는 함평의 ‘천지한우’는 육질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하다. 함평 읍내 장터에 위치한 목포식당(061-322-2764)에서는 생고기, 육회, 비빔밥 등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주변 볼거리는 돌을 소나무로 달구어 데운 물로 하는 게르마늄 해수찜 체험, 함평의 솟대와 장승의 한마당 나산솟대장승공원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함평군 해보면사무소(061-320-3349)로 문의하면 된다.
[최명희 기자 - yurial78@naver.com]
TIP) 꽃무릇? 상사화?
흔히 꽃무릇이냐 상사화(相思花)냐를 놓고 맞네 틀리네 말이 많다.
꽃무릇과 상사화는 둘 다 수선화과에 해당하는 야생구근식물. 꽃은 피우지만 열매는 맺지 못하며 풀잎이 말라 죽은 뒤 꽃대가 나와서 꽃이 피므로 풀잎은 꽃을 보지 못하고 꽃은 풀잎을 보지 못한다.
흔히 꽃무릇을 상사화와 혼동하는데 꽃무릇과 상사화는 엄연히 다른 꽃이다.
상사화는 봄에 잎이 난 뒤 여름에 꽃이 피고, 꽃무릇은 초가을 꽃이 핀 뒤 잎이 난다. 꽃 색에서도 차이가 있다. 꽃무릇은 붉은색이고 상사화는 분홍색이다.
TIP)유독 절 주위에 꽃무릇이 많은 까닭?
꽃무릇이 절에 유용한 식물이기 때문이다.
꽃무릇 뿌리에 든 아칼로이드 성분은 썩지 않는 방부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절에서는 뿌리를 갈아 풀을 쒀서 사경(불교경전을 필사하는 일)을 한다. 또 마지막 책으로 묶을 때도 이 풀을 쓰면 좀이 슬지 않는다 하여 사용한다. 또 탱화 제작을 할 때 밑그림을 그린 ‘초’와 천을 배접할 때 이 풀을 쓰면 탱화의 색채를 오래 보존할 수 있다 한다.
사진설명
1. 석불상 주변에 자라난 꽃무릇. 한데 핀 꽃무릇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2. 용천사 산책길에서 만난 다람쥐. 어찌나 빠른지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잘 간직한 다람쥐가 반갑다
3. 야생화 단지. 20여종의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4. 함평 가는 길에 만난 가을 들녘. 황금빛 물결이 벌써부터 가을의 '풍성함'을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