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구름이 덮쳤나, 눈 내려앉았나
뭉게구름이 덮쳤나, 눈 내려앉았나
by 운영자 2006.09.29
뭉게구름이 덮쳤나, 눈 내려앉았나
필시 이것은 꿈일 게다.
아니 낙원일 게다. 어디다 눈을 둬도 보이는 것은 파란 하늘과 초록 잎, 하얀 눈송이뿐이다.
고창 학원농장.
뭉게구름이 내려앉은 듯 살포시 눈이 내린 듯 굵은 소금을 뿌린 듯 메밀꽃이 드넓은 구릉을 수놓았다.
어머니의 젖무덤처럼 포근한 구릉 위에 한없이 뿌려진 메밀 흰꽃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 살랑 바람이 불자 가녀린 붉은 줄기에 매달린 하얀 메밀꽃이 흐느끼듯 일렁인다.
하늘과 땅이 온통 하얗다. 바람을 타고 메밀꽃 내음이 짜릿하게 코를 찌른다. 광활한 지평선을 그리는 열린 공간, 메밀꽃의 하얀 아우성이 울린다.
‘메밀꽃 필 무렵’ 다가온 하얀 가을, 고창 학원농장 메밀꽃
필시 이것은 꿈일 게다.
아니 낙원일 게다. 어디다 눈을 둬도 보이는 것은 파란 하늘과 초록 잎, 하얀 눈송이뿐이다.
고창 학원농장.
뭉게구름이 내려앉은 듯 살포시 눈이 내린 듯 굵은 소금을 뿌린 듯 메밀꽃이 드넓은 구릉을 수놓았다.
어머니의 젖무덤처럼 포근한 구릉 위에 한없이 뿌려진 메밀 흰꽃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 살랑 바람이 불자 가녀린 붉은 줄기에 매달린 하얀 메밀꽃이 흐느끼듯 일렁인다.
하늘과 땅이 온통 하얗다. 바람을 타고 메밀꽃 내음이 짜릿하게 코를 찌른다. 광활한 지평선을 그리는 열린 공간, 메밀꽃의 하얀 아우성이 울린다.
‘메밀꽃 필 무렵’ 다가온 하얀 가을, 고창 학원농장 메밀꽃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메밀꽃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이효석의 이다.
그때까지 한번도 메밀꽃을 보지 못했던 나는 그저 막연하게 상상하고 떠올리던 풍경일 수밖에. 숨이 멎을 듯 온통 하얀 빛을 뿜어내고 있을 메밀꽃밭을 찾아 고창으로 떠난다.
메밀꽃은 가을을 여는 꽃 중 하나다.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돌아간다는 백로(白露·) 즈음이면 하얀 메밀꽃이 지천으로 피기 시작한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꽃송이로 뒤덮인 메밀밭. 가을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 20만평 대지 위에 흩뿌리듯 자란 하얀 메밀꽃은 가까이서 하나하나 따로 봤다면 ‘들꽃이구나’ 하며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평범하다.
하지만 눈을 들어 멀리 저 멀리 조망하면, 프라이팬에서 폭폭 소리 내며 튀어 오르고 터져 나오는 팝콘처럼, 오일장 뻥튀기 아저씨의 튀밥처럼 20만평도 좁다고 자꾸만 밖으로 튀어 나오려는 메밀꽃의 아우성에 온 세상이 하얀빛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이 작은 꽃들이 모여 모여 하루하루 가을빛을 채우고 있다.
메밀꽃 사이로 난 황톳길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구릉 건너편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구릉과 구릉이 흘러내려 만나는 곳에 자리한 하늘빛 담은 저수지가 바로 그것이다.
언덕에 자리한 아담한 원두막은 메밀꽃 풍경화를 완성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
[최명희 기자 - yurial78@naver.com]
■ 고창 여행 이모저모
∥ 가는 길 : 순천 → 호남고속도로 → 정읍IC → 고창읍성 → 23번 국도(영광 방면) → 15㎞ → 대산면 사거리(우회전) → 796번 지방도 → 8㎞ → 선동리 학원농장 → 아산면 삼거리(좌회전) → 선운산
∥ 먹을거리 : 농장 입구의 식당은 학원농장에서 생산한 보리와 메밀을 재료로 보리비빔밥, 메밀국수, 메밀비빔국수, 메밀묵, 메밀전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내놓는다(063-564-9897, www.borinara.co.kr).
또 고창의 명물 풍천장어도 좋다. 지방 함유량이 낮고 느끼하지 않아서 아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선운사까지 이어지는 국도는 풍천 장어 식당이 즐비하다. 복분자술도 빼놓지 말자.
∥ 볼거리
- 울긋불긋 꽃무릇 활짝 ‘선운사’
천년고찰 선운사에 꽃무릇이 빨간 꽃망울을 터트렸다. 특히 일주문~도솔천 계곡~도솔암까지 2.7km 꽃길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선사한다. 낙조대 위에 올라 탁 트인 서해안 풍광을 감상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 세 번 돌면 무병장수 ‘고창읍성’
고창 읍내에 자리한 고창읍성(사적 제145호)은 조선시대인 1453년(단종 원년)에 외침을 막기 위하여 축성한 자연석 성곽이다. 여자들이 돌을 머리에 이고 읍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 돌면 죽은 후에도 길이 환히 트여 극락으로 간다는 속설이 담긴 성 밟기 풍속이 전해온다.
성곽을 돌다보면 고창읍내와 방장산 등 시원한 자연풍광을 마주할 수 있다. 성문 앞엔 조선 후기에 창극 발전에 공이 큰 동리 신재효 선생이 말년까지 살던 고택이 있다.
이곳에서 동리는 춘향가, 심청가 등 판소리 여섯 마당의 절차를 세우고 가사를 고쳤다고 한다. 동리고택 옆에 위치한 판소리박물관(063-560-2761)은 판소리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자녀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좋다.
TIP) 신령스런 식물 ‘메밀’
메밀은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이라 하여 신령스런 식물이라 불렀다.
메밀은 다섯 가지 색깔로 이뤄져 있다. 꽃, 잎, 줄기, 열매, 뿌리 모두가 색이 다르다. 꽃은 하얗고, 줄기는 붉다. 잎은 푸른색에다 열매는 검고, 뿌리는 노랗다. 열매가 갈색에서 흑색으로 변해 메밀묵이 되기도 하고, 막국수와 메밀부침개로 입맛을 되살려내기도 한다.
어린 줄기와 잎은 나물로 먹고, 껍질은 베게 속에 넣어 베면 시원한 느낌과 푹신푹신 느낌을 주어 숙면을 이루게 한다.
사진설명
1.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고창 학원농장에 흰 메밀꽃눈이 내렸다
2. 쪽빛 가을 하늘과 메밀밭을 나누는 것은 지평선과 가로수뿐. ‘찰칵’ 카메라 셔터 터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3. 학원농장의 다른 볼거리 해바라기. 팝콘만한 메밀꽃과 대조를 이루는 큰 애기 얼굴만한 해바라기
4. 고창여행이모저모
그때까지 한번도 메밀꽃을 보지 못했던 나는 그저 막연하게 상상하고 떠올리던 풍경일 수밖에. 숨이 멎을 듯 온통 하얀 빛을 뿜어내고 있을 메밀꽃밭을 찾아 고창으로 떠난다.
메밀꽃은 가을을 여는 꽃 중 하나다.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돌아간다는 백로(白露·) 즈음이면 하얀 메밀꽃이 지천으로 피기 시작한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꽃송이로 뒤덮인 메밀밭. 가을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 20만평 대지 위에 흩뿌리듯 자란 하얀 메밀꽃은 가까이서 하나하나 따로 봤다면 ‘들꽃이구나’ 하며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평범하다.
하지만 눈을 들어 멀리 저 멀리 조망하면, 프라이팬에서 폭폭 소리 내며 튀어 오르고 터져 나오는 팝콘처럼, 오일장 뻥튀기 아저씨의 튀밥처럼 20만평도 좁다고 자꾸만 밖으로 튀어 나오려는 메밀꽃의 아우성에 온 세상이 하얀빛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이 작은 꽃들이 모여 모여 하루하루 가을빛을 채우고 있다.
메밀꽃 사이로 난 황톳길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구릉 건너편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구릉과 구릉이 흘러내려 만나는 곳에 자리한 하늘빛 담은 저수지가 바로 그것이다.
언덕에 자리한 아담한 원두막은 메밀꽃 풍경화를 완성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
[최명희 기자 - yurial78@naver.com]
■ 고창 여행 이모저모
∥ 가는 길 : 순천 → 호남고속도로 → 정읍IC → 고창읍성 → 23번 국도(영광 방면) → 15㎞ → 대산면 사거리(우회전) → 796번 지방도 → 8㎞ → 선동리 학원농장 → 아산면 삼거리(좌회전) → 선운산
∥ 먹을거리 : 농장 입구의 식당은 학원농장에서 생산한 보리와 메밀을 재료로 보리비빔밥, 메밀국수, 메밀비빔국수, 메밀묵, 메밀전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내놓는다(063-564-9897, www.borinara.co.kr).
또 고창의 명물 풍천장어도 좋다. 지방 함유량이 낮고 느끼하지 않아서 아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선운사까지 이어지는 국도는 풍천 장어 식당이 즐비하다. 복분자술도 빼놓지 말자.
∥ 볼거리
- 울긋불긋 꽃무릇 활짝 ‘선운사’
천년고찰 선운사에 꽃무릇이 빨간 꽃망울을 터트렸다. 특히 일주문~도솔천 계곡~도솔암까지 2.7km 꽃길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선사한다. 낙조대 위에 올라 탁 트인 서해안 풍광을 감상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 세 번 돌면 무병장수 ‘고창읍성’
고창 읍내에 자리한 고창읍성(사적 제145호)은 조선시대인 1453년(단종 원년)에 외침을 막기 위하여 축성한 자연석 성곽이다. 여자들이 돌을 머리에 이고 읍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 돌면 죽은 후에도 길이 환히 트여 극락으로 간다는 속설이 담긴 성 밟기 풍속이 전해온다.
성곽을 돌다보면 고창읍내와 방장산 등 시원한 자연풍광을 마주할 수 있다. 성문 앞엔 조선 후기에 창극 발전에 공이 큰 동리 신재효 선생이 말년까지 살던 고택이 있다.
이곳에서 동리는 춘향가, 심청가 등 판소리 여섯 마당의 절차를 세우고 가사를 고쳤다고 한다. 동리고택 옆에 위치한 판소리박물관(063-560-2761)은 판소리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자녀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좋다.
TIP) 신령스런 식물 ‘메밀’
메밀은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이라 하여 신령스런 식물이라 불렀다.
메밀은 다섯 가지 색깔로 이뤄져 있다. 꽃, 잎, 줄기, 열매, 뿌리 모두가 색이 다르다. 꽃은 하얗고, 줄기는 붉다. 잎은 푸른색에다 열매는 검고, 뿌리는 노랗다. 열매가 갈색에서 흑색으로 변해 메밀묵이 되기도 하고, 막국수와 메밀부침개로 입맛을 되살려내기도 한다.
어린 줄기와 잎은 나물로 먹고, 껍질은 베게 속에 넣어 베면 시원한 느낌과 푹신푹신 느낌을 주어 숙면을 이루게 한다.
사진설명
1.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고창 학원농장에 흰 메밀꽃눈이 내렸다
2. 쪽빛 가을 하늘과 메밀밭을 나누는 것은 지평선과 가로수뿐. ‘찰칵’ 카메라 셔터 터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3. 학원농장의 다른 볼거리 해바라기. 팝콘만한 메밀꽃과 대조를 이루는 큰 애기 얼굴만한 해바라기
4. 고창여행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