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섬 ‘마파도’를 찾아서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섬 ‘마파도’를 찾아서

by 운영자 2006.10.20

영화 <마파도> 촬영지 영광 동백마을

친구에게 영화 <마파도>를 촬영했고 지금 속편 <마파도2>를 촬영 중인 마파‘도(島)’에 가겠다 자랑을 하니 ‘전라도에 있는 섬 가운데 마파도라는 섬을 들어봤냐’며 웃는다. 들어봤다. 수도 없이 들어봤다.

물론 영화 <마파도> 때문에 알았으니 한 2년 전부터지만. 설령 못 들어봤더라도 내가 뭐 전라도의 섬 이름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별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며 친구의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려들었다.

가는 길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창에 마파도를 치니 영광 동백마을, 백수해안도로 이상한 말만 나온다. 아, 그제서야 깨닫는다. 마파‘도(島)’는 없다. 피터팬의 ‘네버랜드’와 함께 지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섬, 마파도.

걸진 다섯 할매의 엽기적이고 재미난 일상을 그린 영화 <마파도>와 그 속편 <마파도2>가 촬영된 곳은 영광군 백수읍에 위치한 동백마을. 영광읍에서 염산ㆍ백수 방면으로 한참을 달리다, 염산과 백수로 갈리는 길에서 다시 백수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백수해안도로(17km)’라 적힌 이정표가 눈에 띈다.

올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히기도 한 백수해안도로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서해바다를 향해 내달리며 만든 급경사 지대에 닦여진 도로여서 풍경이 빼어나다. 영화에서 잘 그려졌듯이 이곳은 서해 해안 전망과 낙조가 참 아름답다.

백수해안도로로 접어들어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 지점부터 약 1km 정도 더 달리면 전망 좋은 곳으로 잘 알려진 백암해안전망대에 닿을 수 있다. 백암해안전망대 왼편에 위치한 샛길로 약 100m 정도 걸어 들어가면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허름한 흙집 몇 채가 눈에 들어온다.
영화 <마파도>로 유명세를 타기 전, 동백마을은 총 가구 수라야 열다섯 가구가 전부인 자그마한 시골마을이었다. 2004년 <마파도> 제작팀은 바다와 시선을 마주하는 이곳에 엽기 다섯 할매들의 보금자리 다섯 채를 짓고, 돌담을 쌓고, 밭을 일구어 가상의 섬을 탄생시켰다. 특히 바닷바람 많은 섬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동글동글한 돌을 쌓아 만든 돌담은 배 타지 않고도 섬 마을에 닿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2006년 다시 동백마을이 활기를 띈다. 세트로 지어진 부엌 안 아궁이에는 낡은 부지깽이며 가마솥 따위가, 손바닥만한 밭뙈기에는 대파가, 흙집 담벼락에는 제작진이며 관광객들이 적어놓은 듯한 낙서가 어지럽던 이곳이 다시 ‘할매’들로 북적이고 요상하고 번쩍이는 최신 장비가 가득하다. 예전의 그 <마파도>의 바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마파도2>를 찍고 있는 것.

자리 펴고 편히 촬영현장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커다란 스크린에서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발길을 돌린다.

해안을 따라 놓인 오솔길을 걸으면 우뚝 솟은 봉우리위에 걸쳐진 백암해안전망대에 다다른다. 탁 트인 시야 앞으로 펼쳐진 것은 드넓은 바다. 물이 빠지면 어마어마한 갯벌이 속살을 드러낸다.

또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송이도, 안마도, 칠산도 등의 자태도 신비한 서해 풍경으로 다가선다. 여기에 하나 더. 이곳 백수해안도로는 서해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해안도로 곳곳 낙조를 볼 수 있게 해두었다. 붉게 물든 바다로 미끄러지듯 지는 해는 말을 잃게 만드는 숨 막히는 전경.

[최명희 기자 - yurial78@naver.com]

가는 길 : 순천 → 호남고속도로 → 광주에서 22번 국도를 타고 영광 → 영광에서 지방도 844번을 타고 백수읍을 지나면 염산과 해안도로 갈림길(갈림길에 해안도로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 우회전해 홍곡리를 지나 5분 정도 직진하면 백수해안도로에 닿는다.

먹을거리 : 해안도로를 따라 백수면을 빠져나가면 바로 나오는 법성면에 굴비 한정식을 하는 일번지 식당(061-356-2268)과 덕자찜을 하는 둥지식당(061-356-6678)이 있으며 해안도로 위에도 매운탕이나 생선회를 파는 식당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