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가을의 축복, 국화를 찾아 떠나다

가을의 축복, 국화를 찾아 떠나다

by 운영자 2006.10.27

어찌하여/아름다운 것들은 둥근 것일까//논에서 자라는 곡식들/밭에서 자라는 보리 밀/콩 녹두 수수알갱이들//밤엔 달이 둥글고 낮에 해가 둥글다!//바라보라/장미꽃은 둥글다/온 산천에 피는 꽃들은 둥글다//어찌하여/아름다운 것들은 둥근 것일까(김준태 ‘아름다운 것들은 왜 둥글까’ 부분)동글동글 소담스런 국화꽃이 활짝 피었다. 국화꽃을 보면 누구나 둥글어진다. 그 환한 빛에 절로 얼굴 가득 웃음이 드니 얼굴이 둥글다. 색색이 고운 빛깔과 향기 앞에서 잠시 사는 일의 고단함을 내려놓으니 마음 또한 둥글다.

가을날의 수채화, 함평은 지금 국화천지

누가 가을을 쓸쓸함의 계절이라 했던가.
거리 곳곳 동글동글 핀 국화꽃과 사위를 휘감고 도는 은은한 국화향은 이미 가을을 풍만하게 채우고 있다.

지금 한반도 곳곳은 국화꽃이 한창이다. 나비의 고장으로 유명한 함평에도 국화가 만개했다. 게다가 내달 12일까지 국화를 테마로 한 축제도 열리고 있다.

함평으로 가는 길은 2시간은 족히 걸린다. 청명한 가을하늘과 울긋불긋 화사한 단풍이 둘러진 고속도로를 타고 광주로 향한다. 온통 국화꽃으로 뒤덮인 함평자연생태공원은 광주에서 두 가지 방법으로 찾아갈 수 있다.

첫 번째는 광주 시내를 관통, 광주대학교, 나주를 거쳐 무안·함평 방면 1번 국도를 접어들어 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광주 외곽의 송정리에서 영광·함평 방면 22번 국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두 길 모두 나름의 운치가 있지만 지금은 첫 번째 길로 갈 것을 권한다. 송정리에서 영광·함평 방면 22번 국도는 지금 공사 중이라 조금 번잡하기 때문.

일단 함평읍으로 접어들었다면 국화축제 현장까지 가는 길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큼지막한 플래카드와 안내표지판이 낯선 여행객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하다.
함평은 순천이나 광양보다 가을이 더 빨리 드는 모양이다. 울긋불긋 색동옷으로 갈아입은 나무들은 물론이거니와 구불구불한 길 양옆으로 벌써부터 얇은 낙엽 카펫이 깔렸다.

차암 곱기도 하다!
국화꽃. 함평생태공원 입구에 심어둔 국화꽃은 먼저 눈에 들고 그리고 향기로 가만히 안겨든다. 그 맞은편으로는 국화와도 어울리고,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에도 어울리는 잠자리, 나비, 하늘소 등의 곤충 구조물들이 참 잘 만들어져 있다.

경운기, 자동차 등의 폐품을 활용해 만든 것인데 참 정교하게 잘 만들었다. 국화꽃 사이로, 재미난 폐품 곤충들 사이로 사람들 웃음소리도 하늘빛만큼이나 밝고 곱다.

주차를 하고 본격적으로 생태공원에 들어선다. 상쾌하다. 적당히 드리운 나무 그늘과 오솔길마냥 국화꽃밭 사이로 난 길이 소박하다.

국화꽃뿐만 아니라 동그랗게 각종 야생식물을 심어두어 느리게 걷다 꽃들과 눈을 맞추기도 좋다. 새끼가 어미 젖 먹으려 졸졸 어미를 따라다니듯 국화꽃 주변에는 항상 벌과 나비가 맴돌고 있다. 국화도 보고 나비도 보고 일석이조. 또 국화를 나비, 잠자리 모양으로 가꿔놓은 것도 색다른 볼거리다.

생태공원 안 왼편에 마련된 전시관에는 국화로 만든 대형작품과 나비, 곤충 모형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들 제각각 국화의 개성에 맞게 만들어놓은 전시실은 옹기종기 핀 국화 말고도 다양한 국화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준다. 또한 1,000여점의 국화분재가 들어선 분재동산과 무지개 빛 국화 꽃섬, 국화꽃길 등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국화 외에도 한국춘란의 명산지인 함평산 춘란의 빼어난 자태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솔방울과 찔레, 청미래 덩굴 등 가을정취를 풍기는 열매를 활용해 만든 특색 있는 작품도 전시된다.

또한 고향의 향수를 듬뿍 담아갈 수 있는 푸짐한 체험거리도 준비돼 있다. 고구마와 콩 등 토속적인 가을 먹을거리를 직접 구워먹을 수 있는 공간에는 얼굴 군데군데 까만 그을음을 묻히고, 뜨거운 고구마를 호호 불며 먹는 아이들의 정겨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 수수깡을 이용해 바람개비와 안경, 곤충 등을 만드는 공작물 만들기와 항아리 속 알밤 줍기, 국화차 만들기 및 시음회 등 갖가지 체험행사들도 인기다.

야외에는 절구, 맷돌, 지게 등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전통 생활용품을 갖춘 생활용품 체험장과 널뛰기, 투호놀이 등 민속놀이 체험장도 설치돼 있었다.

[최명희 기자 - yurial78@naver.com]

tip> 이곳의 국화도 멋져요!

시인 서정주의 고향, 고창
전북 고창군의 미당 서정주 선생 묘소(부안면 선운리 안현마을) 주변은 지금 국화로 뒤덮여 있다. 꽃대 끝에 달린 꽃망울에선 노란 잎이 활짝 벌어졌다. 미당 묘소 주변은 국화꽃 천지다. 고창 역시 내달 12일까지 석정온천지구와 미당시문학관 일원에서 국화축제를 열고 있다.

미당시문학관에서 포장도로를 건너 10여 분 정도 비탈을 오르면 미당 묘소다. 그 앞으로 보이는 것이 변산반도와 고창군 사이에 깃든 곰소만. 미당 묘소 주변의 국화는 서리를 맞으며 바닷바람 속에 꽃을 피운다. 국화가 만발하면 미당 묘소 주변에는 그윽한 국화향이 바람처럼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