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마다 주렁주렁 ‘루비’ 열렸네 구례 산동 산수유 마을
가지마다 주렁주렁 ‘루비’ 열렸네 구례 산동 산수유 마을
by 운영자 2006.11.17
영락없는 루비다.
가지마다 담뿍 담뿍 열린 산수유 붉은 열매는 붉은빛 유혹적인 보석 ‘루비’를 쏙 빼닮았다.
탁하지 않게 그러나 너무 맑아 흐릿하지는 않은 산수유 열매 붉은 빛은 그래서 더 매혹적이다. 단풍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한복 앞자락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노리개같이, 긴 머리 사이로 슬쩍 빛나는 귀걸이같이 은근히 눈길을 붙잡는다.
봄이면 노란 꽃으로 붓칠을 한 구례 산동 산수유 마을은 가을이면 꽃 진 자리에 영롱한 열매를 내놓고 천하를 은은하게 물들인다.
산 언저리에도 고샅길에도, 마당에도 산수유 열매 혼자 붉다.
산동 내 34개 마을에 심어진 산수유나무는 2만8,000여 그루.
그 나무들이 동시에 작고 갸름한 붉은 열매를 매달고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소리 없이 알린다. 가을볕 아래 윤기와 물기가 자르르하니 해맑은 빛이 도는 이 열매는 장대에게 맞아 ‘후두둑’ 떨어진 다음에야 소리를 낸다.
가지마다 담뿍 담뿍 열린 산수유 붉은 열매는 붉은빛 유혹적인 보석 ‘루비’를 쏙 빼닮았다.
탁하지 않게 그러나 너무 맑아 흐릿하지는 않은 산수유 열매 붉은 빛은 그래서 더 매혹적이다. 단풍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한복 앞자락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노리개같이, 긴 머리 사이로 슬쩍 빛나는 귀걸이같이 은근히 눈길을 붙잡는다.
봄이면 노란 꽃으로 붓칠을 한 구례 산동 산수유 마을은 가을이면 꽃 진 자리에 영롱한 열매를 내놓고 천하를 은은하게 물들인다.
산 언저리에도 고샅길에도, 마당에도 산수유 열매 혼자 붉다.
산동 내 34개 마을에 심어진 산수유나무는 2만8,000여 그루.
그 나무들이 동시에 작고 갸름한 붉은 열매를 매달고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소리 없이 알린다. 가을볕 아래 윤기와 물기가 자르르하니 해맑은 빛이 도는 이 열매는 장대에게 맞아 ‘후두둑’ 떨어진 다음에야 소리를 낸다.
소박한 돌담장 위 탐스런 산수유열매 터널, 함께 걸으실래요?
<가을이 왜 이렇게 예쁘지요? 서른 번 가까이 가을을 지내고 나서야 가을도 참 예쁘다는 것을 깨달아요. 전에는 막 피어오르는 것들만 예쁘다 느꼈는데 이젠 지는 것의 아름다움도 볼 줄 아는 마음이 생기네요. 잊지 못할 스물아홉의 가을!>
며칠 전 친한 선배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이다. 가을, 정말 예쁘다.
구례 산동은 지금 한창 붉은빛 일색이다. 노란 산수유꽃 지고 난 자리에 찬 서리 견디며 붉게 맺힌 산수유열매 때문이다.
<가을이 왜 이렇게 예쁘지요? 서른 번 가까이 가을을 지내고 나서야 가을도 참 예쁘다는 것을 깨달아요. 전에는 막 피어오르는 것들만 예쁘다 느꼈는데 이젠 지는 것의 아름다움도 볼 줄 아는 마음이 생기네요. 잊지 못할 스물아홉의 가을!>
며칠 전 친한 선배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이다. 가을, 정말 예쁘다.
구례 산동은 지금 한창 붉은빛 일색이다. 노란 산수유꽃 지고 난 자리에 찬 서리 견디며 붉게 맺힌 산수유열매 때문이다.
나뭇가지에 알알이, 돌담장 너머 주렁주렁, 마당 한가운데 널찍하게, 큰 양동이에 소복하게 산수유열매가 지천이다. 새콤 쌉싸름한 가을 향을 머금어 잔뜩 물이 오른 산수유열매가 가득하다.산수유열매 수확은 10월 말에 시작해 12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열매가 실하고 맛이 드는 때는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한 달간. 지금부터가 절정의 시작이다.
마을로 들자 집집마다 대나무 장대로 나무를 털고, 사다리에 올라 가지를 훑는 모습이 눈에 띈다. 후두둑 소리 내며 비 오듯 쏟아지는 산수유열매는 나무 밑에 쳐놓은 그물망에 담긴다.
이렇게 딴 열매는 건조기에 바짝 말리고 씨를 빼낸다.
씨를 빼낸 육질이 한약재로도 쓰이고 술을 담그는 데도, 차를 끓이는 데도 쓰인다. 예전에는 씨 빼는 작업을 입으로 했지만 이제는 기계를 이용해서 한다. 씨 빼는 기계가 없었다면 아마 저 멀리서도 산동 사람들을 구분할 수 있었으리라. 산수유 씨 발라내느라 붉게 물든 입만 보면 ‘산동 사람이구나’ 했을 테니.
색이 하도 고와 산수유열매 하나 덥썩 집어 입에 문다. 분명히 달콤하리라. 그러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간다. 시고 떫다. 눈이 절로 질끈 감긴다.
마을로 들자 집집마다 대나무 장대로 나무를 털고, 사다리에 올라 가지를 훑는 모습이 눈에 띈다. 후두둑 소리 내며 비 오듯 쏟아지는 산수유열매는 나무 밑에 쳐놓은 그물망에 담긴다.
이렇게 딴 열매는 건조기에 바짝 말리고 씨를 빼낸다.
씨를 빼낸 육질이 한약재로도 쓰이고 술을 담그는 데도, 차를 끓이는 데도 쓰인다. 예전에는 씨 빼는 작업을 입으로 했지만 이제는 기계를 이용해서 한다. 씨 빼는 기계가 없었다면 아마 저 멀리서도 산동 사람들을 구분할 수 있었으리라. 산수유 씨 발라내느라 붉게 물든 입만 보면 ‘산동 사람이구나’ 했을 테니.
색이 하도 고와 산수유열매 하나 덥썩 집어 입에 문다. 분명히 달콤하리라. 그러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간다. 시고 떫다. 눈이 절로 질끈 감긴다.
<어두운 방 안엔 / 빠알간 숯불이 피고 //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 이윽고 눈 속을 /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김종길, 성탄제->고등학교 때 배운 김종길의 시 ‘성탄제’를 보면 산수유열매가 나온다.
열이 오른 아이를 위해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산수유열매를 따온 것.
시에서도 나오지만 산수유열매는 약재로 쓰인다. 간과 신장에 좋고 어린 아이들의 야뇨증이나 노인들의 요실금증에도 효능이 있다. 설탕이나 감초를 넣어 차로 마셔도 좋고 술을 담그면 붉은 빛이 참 곱다.
올해는 산수유차를 담가보리라.
마음이 춥다고 찾아온 친구에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붉은 빛 고운 산수유차를 내주리라.
어느새 추웠던 마음까지 산수유열매 붉은 빛으로 물들겠지?
산수유열매 붉은 빛처럼 따뜻해지겠지?
[최명희 기자 - yurial78@naver.com]
열이 오른 아이를 위해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산수유열매를 따온 것.
시에서도 나오지만 산수유열매는 약재로 쓰인다. 간과 신장에 좋고 어린 아이들의 야뇨증이나 노인들의 요실금증에도 효능이 있다. 설탕이나 감초를 넣어 차로 마셔도 좋고 술을 담그면 붉은 빛이 참 곱다.
올해는 산수유차를 담가보리라.
마음이 춥다고 찾아온 친구에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붉은 빛 고운 산수유차를 내주리라.
어느새 추웠던 마음까지 산수유열매 붉은 빛으로 물들겠지?
산수유열매 붉은 빛처럼 따뜻해지겠지?
[최명희 기자 - yurial7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