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관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관
by 운영자 2007.01.26
“이모! 난 지금 태어난 게 참 다행인 것 같아.”
“왜?”
“난 전봉준 장군처럼 또 함께 싸웠던 농민군처럼 용감하지 못했을 것 같아. 책에 보면 동학농민혁명을 함께한 사람들은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세상을 바꾸려고 싸웠대.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고. 근데 난 아마 그때 그렇게 태어났어도 못 그랬을 것 같아.”
‘아무 것도 모르는’ 6학년 조카는 지금 태어난 것이 다행이라 한다.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도 옛날처럼 부조리한 구석구석이 얼마나 많은지, 단지 무기만 들지 않았다 뿐이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13살 난 조카의 말을 듣기 전엔 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옛날 동학농민군처럼 새 세상을 꿈꾸고 그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그들의 마음을. 시들하고 낡은 마음에 그 뜨거움을 들이고자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 간다.
2005년 5월 문을 연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은 1894년 당시 농민군이 관군과의 첫 싸움에서 승리한 자리인 정읍 덕천면 하학리 황토현전적지에 자리하고 있다. 정읍 나들목을 나오면 황토현전적지까지 친절하게 이정표가 되어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왜?”
“난 전봉준 장군처럼 또 함께 싸웠던 농민군처럼 용감하지 못했을 것 같아. 책에 보면 동학농민혁명을 함께한 사람들은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세상을 바꾸려고 싸웠대.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고. 근데 난 아마 그때 그렇게 태어났어도 못 그랬을 것 같아.”
‘아무 것도 모르는’ 6학년 조카는 지금 태어난 것이 다행이라 한다.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도 옛날처럼 부조리한 구석구석이 얼마나 많은지, 단지 무기만 들지 않았다 뿐이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13살 난 조카의 말을 듣기 전엔 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옛날 동학농민군처럼 새 세상을 꿈꾸고 그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그들의 마음을. 시들하고 낡은 마음에 그 뜨거움을 들이고자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 간다.
2005년 5월 문을 연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은 1894년 당시 농민군이 관군과의 첫 싸움에서 승리한 자리인 정읍 덕천면 하학리 황토현전적지에 자리하고 있다. 정읍 나들목을 나오면 황토현전적지까지 친절하게 이정표가 되어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전시실 입구. 그림으로 만나는 동학농민혁명군들. 결연한 눈빛만으로도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농민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기념관에 들어선다.
방학에다 주말인데도 안은 한산하다.
2층으로 이뤄진 전시관에는 무기류·생활용품·문서·그림 등 동학관련 유물과 다양한 영상물 등이 갖춰져 있다. 전시된 패널들에서 당시의 시대상황을 꼼꼼하게 짚어볼 수 있다. 누구나 동학농민혁명의 실상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다양한 영상물을 갖춘 것도 이 기념관의 특징.
기념관에 들어선다.
방학에다 주말인데도 안은 한산하다.
2층으로 이뤄진 전시관에는 무기류·생활용품·문서·그림 등 동학관련 유물과 다양한 영상물 등이 갖춰져 있다. 전시된 패널들에서 당시의 시대상황을 꼼꼼하게 짚어볼 수 있다. 누구나 동학농민혁명의 실상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다양한 영상물을 갖춘 것도 이 기념관의 특징.
[사발통문. 1893년 고부군 송두호의 집에서 전봉준 등 20명이 모여 고부 농민항쟁을 계획하고 그 결의 내용과 아울러 사발을 엎어 놓은 모양으로 서명했다. 주모자가 드러나지 않도록 참가자의 이름을 사발모양으로 빙 둘러가며 적은 것]
전봉준 장군이 고문을 당하던 모습을 인형극처럼 재현한 것이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사진과 설명을 벽에 설치된 브라운관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것, 동학농민군의 봉기와 싸움과 좌절을 간명하면서도 강렬하게 전달한 애니메이션도 눈에 띈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배려들이 돋보이는 기념관.
19세기 말 조선사회를 살던 농민들이 꿈꾸었던 세상을 만난다.
1층의 전시실에서는 19세기 조선의 모습과 농민들의 생활상 등이 패널과 각종 전시물을 통해 상세하게 나타나있다.
동학농민혁명의 주도·주체세력에 대해 학계에선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빈농(貧農) 주도설’이다.
전봉준 장군이 고문을 당하던 모습을 인형극처럼 재현한 것이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사진과 설명을 벽에 설치된 브라운관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것, 동학농민군의 봉기와 싸움과 좌절을 간명하면서도 강렬하게 전달한 애니메이션도 눈에 띈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배려들이 돋보이는 기념관.
19세기 말 조선사회를 살던 농민들이 꿈꾸었던 세상을 만난다.
1층의 전시실에서는 19세기 조선의 모습과 농민들의 생활상 등이 패널과 각종 전시물을 통해 상세하게 나타나있다.
동학농민혁명의 주도·주체세력에 대해 학계에선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빈농(貧農) 주도설’이다.
[전봉준 장군 고택]
1894년.
무능하고 부정부패한 조선왕조 말기 관료들의 폭정이 일반 백성을 분노를 폭발하게 했다. 그 시발점이 되었던 것은 고부군수 조병갑의 <만석보> 수탈. 왕권을 능가하는 특정가문의 세도정치는 그 끝을 모른 채 더해 가고 그 가운데 돈으로 권력을 사고파는 <매관매작>이 보편화 되었다. 그러다보니 관료들은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자 끝없이 백성들을 괴롭혔고 이로 인하여 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은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들고 일어났다.
당대 사회상황에서 봉건적·민족적 모순을 온몸으로 겪어낸 이들에게서만이 진정한 혁명정신은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1층 전시실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나선형이다. 그 계단을 올라가며 만나게 되는 것은 중앙에 솟아오른 사각의 기둥에 펼쳐지는 ‘사람들’이란 흑백영상물이다. 가난했던 사람들, 고통스러웠던 사람들, 선량했던 사람들의 눈빛을 마주하게 된다. 그 눈빛들이 침묵으로 건네는 말들을 듣게 된다.
연합농민군이 백산에서 발표한 12개조 행동원칙에서도 당시 농민들의 순정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말고 가축을 잡아먹지 말라’ ‘충효를 다하여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라’ ‘일본 오랑캐를 몰아내고 나라의 정치를 바로잡는다’ ‘항복하는 자는 대접한다’ ‘곤궁한 자는 구제한다’ ‘도주하는 자는 쫓지 않는다’ ‘굶주린 자는 먹인다’ ‘간사하고 교활한 자는 그치게 한다’ ‘병든 자에게는 약을 준다’ 등등….
농민들의 분노와 봉기에서 시작된 걸음은 급박한 호흡을 거쳐 우금치 전투와 태인전투, 장흥 석대들 전투 등에서 마무리되도록 구성돼 있다.
1894년.
무능하고 부정부패한 조선왕조 말기 관료들의 폭정이 일반 백성을 분노를 폭발하게 했다. 그 시발점이 되었던 것은 고부군수 조병갑의 <만석보> 수탈. 왕권을 능가하는 특정가문의 세도정치는 그 끝을 모른 채 더해 가고 그 가운데 돈으로 권력을 사고파는 <매관매작>이 보편화 되었다. 그러다보니 관료들은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자 끝없이 백성들을 괴롭혔고 이로 인하여 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은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들고 일어났다.
당대 사회상황에서 봉건적·민족적 모순을 온몸으로 겪어낸 이들에게서만이 진정한 혁명정신은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1층 전시실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나선형이다. 그 계단을 올라가며 만나게 되는 것은 중앙에 솟아오른 사각의 기둥에 펼쳐지는 ‘사람들’이란 흑백영상물이다. 가난했던 사람들, 고통스러웠던 사람들, 선량했던 사람들의 눈빛을 마주하게 된다. 그 눈빛들이 침묵으로 건네는 말들을 듣게 된다.
연합농민군이 백산에서 발표한 12개조 행동원칙에서도 당시 농민들의 순정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말고 가축을 잡아먹지 말라’ ‘충효를 다하여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라’ ‘일본 오랑캐를 몰아내고 나라의 정치를 바로잡는다’ ‘항복하는 자는 대접한다’ ‘곤궁한 자는 구제한다’ ‘도주하는 자는 쫓지 않는다’ ‘굶주린 자는 먹인다’ ‘간사하고 교활한 자는 그치게 한다’ ‘병든 자에게는 약을 준다’ 등등….
농민들의 분노와 봉기에서 시작된 걸음은 급박한 호흡을 거쳐 우금치 전투와 태인전투, 장흥 석대들 전투 등에서 마무리되도록 구성돼 있다.
[설치작품 ‘혼불’.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죽어간 무명농민군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작품이다]
기념관을 나서며 다시 1층에서 수많은 전구들이 불을 밝히고 있는 설치작품 ‘혼불’을 맞닥뜨린다. 무명농민군을 위한 진혼의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무명(無名).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죽어간 이들이 얼마나 많으랴. 진혼공간인 중앙의 사각기둥 안으로 들어가면 무한대로 확산돼 가는 혼불들 속에 설 수 있다.
[최명희 기자 - yurial78@naver.com]
기념관을 나서며 다시 1층에서 수많은 전구들이 불을 밝히고 있는 설치작품 ‘혼불’을 맞닥뜨린다. 무명농민군을 위한 진혼의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무명(無名).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죽어간 이들이 얼마나 많으랴. 진혼공간인 중앙의 사각기둥 안으로 들어가면 무한대로 확산돼 가는 혼불들 속에 설 수 있다.
[최명희 기자 - yurial7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