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진달래도 보고, 복도 빌고! 일거양득 여행, 여수 영취산

진달래도 보고, 복도 빌고! 일거양득 여행, 여수 영취산

by 운영자 2007.03.30

여수 영취산(510m).
평소에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이 산이 봄이면 ‘생선가게 파리 꼬이듯’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진달래꽃이 붉은 비가 내린 듯, 온 산에 분홍 꽃무덤을 만들기 때문.

우리 산야 어디에나 뿌리를 내린 보통 꽃.
그래서 주목하지 않은 진달래가 그 아름다움을 당당하게 증명하는 곳이 바로 이곳 영취산이다.

영취산은 여수산단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오히려 여수산단 ‘뽀짝’ 옆이라 해야 더 맞다. 공장 굴뚝들이 내뿜는 뿌연 연기와 독특한 냄새, 무채색의 그 공간들에게 주눅들었던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영취산과 만난다.

해발 510m의 높지도 낮지도 않은 영취산은 크게 세 가지 코스 로 나뉜다.

첫 번째 가 동쪽 상암마을 상암초등학교에서 시작해 봉우재를 지나 영취산 정상을 거쳐 흥국사로 내려 등산로로 접어드는 방법,
두 번째 가 내동 LG칼텍스정유 뒤쪽 임도를 이용하여 등산로를 오르는 방법,
세 번째 가 흥국사 원통전을 지나 잘 닦여진 등산로를 따라 계곡을 통해 오르는 방법이다.
어떤 코스를 택해도 상관없으니 가장 마음에 드는 코스를 따라 올라보자.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흥국사

세 번째 코스를 선택하고 등산화의 끈을 조인다.
흥국사 초입, 반달 모양의 돌다리 홍교(虹橋·보물 제563호) 가 있다. 1639년(인조 17년) 계특대사가 놓았다고 전해지는 홍교는 걸어서 다리를 건너면 무병장수한다는 말이 전해지니 꼭 차가 아닌 두 발로 꾹꾹 밟아 걷기를 권한다.
홍교를 건너 천왕문, 법왕문, 봉황루를 거쳐 대웅전에 다다른다. ‘와’ 소리가 절로 나온다. 비, 바람, 눈, 햇볕 등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입고 있는 빛바랜 대웅전은 그래서 더 반갑고 아름답다.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대웅전 앞에서 한참을 멍 하니 서 있는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웅전 오르는 계단과 석등. 머리를 곧추세운 용머리가 돌계단 양쪽에 자리하고, 대웅전 앞 축대의 양 모서리에도 돌로 새긴 자라와 토끼, 게가 있다.

반야용선(般若龍船)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반야용선 은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갈 때 타고 가는 상상의 배. 법당 앞의 이것들은 모두 반야용선이 건널 수 있는 배경이 된다.

대웅전 돌계단을 성큼성큼 올라 말로만 듣던 그 ‘문고리’를 덥썩 잡는다.

보통 문고리와는 그 크기가 비교도 안되는 큰 문고리 는 한 번 잡기만 해도 불가에서 말하는 삼악도(축생, 아귀, 지옥)를 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이 문고리는 꼭 잡아볼 일이다.

봉화 올린 듯 붉은 영취산

천수관음보살을 모신 원통전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산길 옆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맑고 맑은 계곡이 있어 몇 배 즐거운 산행이다.

처음 시작은 작은 동산을 오르는 기분이다.
산행이 미숙한 사람도 겁먹지 않고, 지레 지치지 않고 갈 만한 능선이다. 얼마를 올랐을까? 아까와는 다른 가파른 경사가 기다리고 있다. 땅만 쳐다보며 거친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그러다 문득 진달래를 만난다.
영취산 450m봉 비탈진 산자락을 따라 끝도 없이 진달래 연분홍빛이 펼쳐져 있다.

멀리서 보면 산에 봉화를 피운 것 같을 것이다. 작은 봉우리를 넘을 때마다 새로운 진달래밭이 나타난다. 어른 키를 훌쩍 넘은 진달래도 처음이려니와 이렇게 많은 꽃밭을 이룬 진달래도 처음이다.

‘아, 오길 잘했구나’ 뿌듯한 마음에 산을 내려오는 발걸음이 가뿐하다.

[글 : 순천광양교차로 최명희 기자]
[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조규봉 기자]

☞ 가는 길 : 순천 팔마체육관 사거리에서 17번 국도를 타고 여수로 간다.
공항을 지나 조금 가다보면 여수산단과 흥국사·영취산 가는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한다. 여수산단을 쭉 따라 가다 산단이 거의 끝나는 무렵 영취산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펄럭인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여수시외버스터미널에서 흥국사나 상암 방면 52번, 70번, 72번, 73번, 76번 버스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