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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기행>수억만년 세월 간직한 자연의 조화 ‘금강산 만물상’

<금강산 기행>수억만년 세월 간직한 자연의 조화 ‘금강산 만물상’

by 순광교차로 2007.05.25

금강산을 처음 봤을 때, 척박한 ‘돌산’이 아닌가 했다. 척박하다기 보다는 기이하다고 해야 맞을 듯싶다.

금강산은 나무보다 기이한 모양으로 솟아있는 바위와 봉우리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기암과 괴봉이 병풍처럼 둘러진 금강산은 어디다 눈을 둬도 저마다 다른 모양의 바위와 봉우리가 장승처럼 서있다.

헤아릴 수 없는 봉우리들이 세상 모든 것의 표정을 담았다 해 이름 붙은 ‘만물상(萬物相)’은 바위마다 봉우리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어쩌면 토끼 같기도 어쩌면 다람쥐 같기도 한 만물의 상이 담겼다.
만물상은 금강산의 10대 미(美) 가운데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악미’를 지녔다.
가파른 경사와 철계단을 따라 조심스레 올라야 하는 힘듦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어코 찾게 하는 ‘산악미’ 말이다.

온갖 표정을 담은 바위와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진 만물상은 또한 ‘감탄미’도 있다.
신비한 모양의 바위와 봉우리들은 절로 ‘우와’ ‘아!’ 등의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금강산의 지질은 약 2억2500만년 전부터 약 6500만 년 전 시기인 중생대의 흑운모 화강암으로 이뤄졌다. 이것들이 솟아나고 다시 비바람에 깎이기를 반복하며 이처럼 기괴한 모양을 만들었던 것. 만물상은, 금강산의 기암들은 모두 이 모진 세월을 이겨낸 자랑스러운 풍광들이다.
만물상에 오르면 천선대와 망양대 두 갈래 길로 나뉜다.
사진은 동해바다가 다 내다보이는 드넓은 조망을 만끽할 수 있는 ‘망양대’에 올라 내려다 본 동해의 모습이다.

날씨가 맑아 툭 트인 동해바다와 장전항의 아름다운 포구를 볼 수 있겠다 기대했건만 동해바다는 안개가 자욱했다. 산등성이 너머로 점처럼 듬성듬성 보이는 것이 섬이고, 하늘과 구분이 모호한 그 아래가 동해다. 망양대가 가까워 올수록 바람은 더더욱 세차다. 아슬아슬한 바위에 기대서라도 한사코 머물고 싶게 하는 곳, 금강산의 매력이다.
삼선암(三仙巖). 106굽이의 온정령 고갯길을 버스로 올라 비로소 시작된 만물상 산행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봉우리다. 하늘을 찌를 듯 뾰족 솟은 봉우리가 호기롭기까지 하다. 그 호기로운 모습이 마치 신선 같았는지 신선이라는 이름은 넣어 ‘삼선암’이라 이름 붙였다.

만물상을 오르는 온정령 106굽이 길은 사진으로 찍을 수 없었지만 가이드는 온정령 굽이굽이는 한국전쟁 당시 총 길이 60리 길을 만드는데 2달 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북한군은 금강산을 차지할 수 있었다 전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이 고개를 ‘영웅고개’라 부른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옛날 화랑들이 하루만 뱃놀이하며 놀러왔다, 너무나 좋아 삼일을 머물렀다 해 이름 붙여진 ‘삼일포(三日浦)’. 둘레 8km 깊이 9~13m의 호수인 이곳은 호수이면서도 ‘포(浦)’라 부른다. 그 까닭은 원래 포였던 것이 토사로 호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셈이다.

삼일포는 호수지만 바다 가까이에 있어 낮은 산봉우리들이 주위를 빙 두르고 있다.
엄마 품처럼 편안한 기분이 드는 것도 낮은 산봉우리 때문이다. 삼일포는 뱃놀이가 제맛인데, 뱃놀이는 불가능해 아쉬움이 남는다.
북한에 와서 그 유명하다는 냉면을 안 먹을 수가 없다.
북한측이 금강산 관광객들을 위해 2005년 옥류관 금강산 분점을 개관해 평양냉면을 맛볼 수 있었다. 이곳은 북한측이 직접 경영하며 평양 옥류관에서 총 25명의 요리사를 파견해 제대로 된 옥류관표 평양냉면을 만들어 낸다 한다.

냉면은 그냥 냉면과 쟁반냉면 두 가지.
모두 물냉면이고 비빔냉면은 없다. 먼저 입맛을 돋우기 위해 메밀차(메밀육수), 녹두지짐이와 백김치가 나온 뒤 냉면이 식탁에 오른다.

옥류관 냉면은 남한에서 먹는 냉면 맛과는 약간 다르다. 냉면의 육수는 약간 기름진 편. 북한음식이 남한에 비해 싱거운데다 닭을 고아 만든 육수를 쓰기 때문. 대신 면발은 남한의 냉면보다 더 검고 쫄깃하다. 메밀을 80% 정도 섞기 때문이다.

맛이야 어쨌든 옥류관 평양냉면을 먹었다는 이유 하나로 금강산뿐 아니라 평양까지도 다녀온 기분이 든다.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icro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