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 죽이고 말려 죽일 테야!”
“찢어 죽이고 말려 죽일 테야!”
by 순광교차로 2007.06.01
한 서린 서희 눈물 밴 <토지>의 무대 ‘하동 평사리’
지난 겨울, 자꾸만 움츠러들게 했던 찬바람과 추위를 떠올리면 이 봄의 건조한 듯 선선한 바람과 청명한 하늘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찬바람 때문에, 미끌미끌 빙판 때문에 미뤄두었던 책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오늘 우리가 가볼 곳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하동 악양면 평사리다. 조준구에게 모든 걸 빼앗긴 서희의 한 맺힌 한 마디 “찢어죽이고 말려죽일 테야”가 귓가에 쟁쟁하게 울리는 최참판댁. 이곳은 얼마 전 끝난 KBS드라마 ‘헬로 애기씨’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하동은 지금 ‘공사 중’이다. 아니 아직도 ‘공사 중’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재작년과 작년 한 차례씩 하동에 왔을 때도 공사 중이더니 지금도 여전히 공사 중이다. 하여 가는 길이 그리 수월하지만은 않다. 공사에 쓸 짐을 한가득 싣고 흙먼지를 폴폴 날리며 느릿느릿 가는 대형 화물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일은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닐 듯.
허나 조금만 여유를 갖고 좌우를 둘러본다면 그리 나쁘지만도 않다. 왼쪽에는 푸른 섬진강이 오른쪽에는 노랗게 익은 보리 물결과 초록의 배들이 대로대롱 매달려 우리 눈을 즐겁게 할 테니 말이다.
봄나들이 삼아 소설 <토지>로의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은지 하동 곳곳에는 최참판댁 가는 표지판이 즐비하다. 따로 묻지 않고도 표지판만 보고도 충분히 찾아갈 수 있을 정도. 구불구불 섬진강과 어깨를 나란히 한 길은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기분이다.
지난 겨울, 자꾸만 움츠러들게 했던 찬바람과 추위를 떠올리면 이 봄의 건조한 듯 선선한 바람과 청명한 하늘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찬바람 때문에, 미끌미끌 빙판 때문에 미뤄두었던 책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오늘 우리가 가볼 곳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하동 악양면 평사리다. 조준구에게 모든 걸 빼앗긴 서희의 한 맺힌 한 마디 “찢어죽이고 말려죽일 테야”가 귓가에 쟁쟁하게 울리는 최참판댁. 이곳은 얼마 전 끝난 KBS드라마 ‘헬로 애기씨’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하동은 지금 ‘공사 중’이다. 아니 아직도 ‘공사 중’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재작년과 작년 한 차례씩 하동에 왔을 때도 공사 중이더니 지금도 여전히 공사 중이다. 하여 가는 길이 그리 수월하지만은 않다. 공사에 쓸 짐을 한가득 싣고 흙먼지를 폴폴 날리며 느릿느릿 가는 대형 화물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일은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닐 듯.
허나 조금만 여유를 갖고 좌우를 둘러본다면 그리 나쁘지만도 않다. 왼쪽에는 푸른 섬진강이 오른쪽에는 노랗게 익은 보리 물결과 초록의 배들이 대로대롱 매달려 우리 눈을 즐겁게 할 테니 말이다.
봄나들이 삼아 소설 <토지>로의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은지 하동 곳곳에는 최참판댁 가는 표지판이 즐비하다. 따로 묻지 않고도 표지판만 보고도 충분히 찾아갈 수 있을 정도. 구불구불 섬진강과 어깨를 나란히 한 길은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기분이다.
사진-지금 악양 들판은 황금 물결이다. 누렇게 익어 고개를 꺾은 보리로 악양은 황금 바람이 분다.
하동 악양은 중국 호남성의 아름다운 고대 도시 악양과 빼어나게 닮았다고 해서 생긴 명칭인데 산으로 강으로 둘러싸인 산골짝 어디에 그렇게 너른 평야가 있을까 의심이 갈 정도다.
지리산 형제봉을 우러러보며 타박타박 정겨운 돌담이 놓인 비탈진 골목을 10분쯤 걸으면 작은 언덕배기 위에 단아한 기와집 한 채가 보인다. 고래등 같은 집이 아닌 마을의 초가와 잘 어울리는 소박하고 단아한 기와집이 바로 소설 <토지>의 주인공 서희의 집이다.
하동 악양은 중국 호남성의 아름다운 고대 도시 악양과 빼어나게 닮았다고 해서 생긴 명칭인데 산으로 강으로 둘러싸인 산골짝 어디에 그렇게 너른 평야가 있을까 의심이 갈 정도다.
지리산 형제봉을 우러러보며 타박타박 정겨운 돌담이 놓인 비탈진 골목을 10분쯤 걸으면 작은 언덕배기 위에 단아한 기와집 한 채가 보인다. 고래등 같은 집이 아닌 마을의 초가와 잘 어울리는 소박하고 단아한 기와집이 바로 소설 <토지>의 주인공 서희의 집이다.
사진- 최참판댁의 사랑채. 이곳에 올라 악양 들판을 보면 쩌렁쩌렁 호령하던 윤씨 부인의 기상이 이 들판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활짝 열린 빗장을 열기 전 지금껏 올라왔던 길을 뒤돌아보니 입에서 ‘하~’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가슴이 툭 트인다. 바로 아래 펼쳐진 올망졸망 초가집들, 시선을 조금 멀리 두면 보이는 드넓은 악양 들판, 더 멀리에는 섬진강 물결, 더 더 더 멀리에는 지리산까지. 평사리를 호령했던 윤씨 부인의 기상이, 조준구로부터 땅을 되찾으려는 서희의 서슬 퍼런 집념이 이 풍광들 사이에서는 가능했을 법하다.
최참판댁의 소슬 대문을 들어서면 동학혁명을 수군대던 머슴들의 숙소인 중간채가 가로막는다. 중간채를 통과하면 안주인 윤씨 부인의 안채, 그 왼편은 서희가 머물던 연못 달린 별당, 그 오른편은 누마루 최참판댁의 기품 넘치는 사랑채가 있다. 그 뒤로 사당과 초당….
마당 한가운데 서니, 소설 속 풍경이 두서없이 머릿속을 오간다.
엄마 찾아오라고 버둥질을 치며 우는 서희를 길상이가 업어 달래는 환청과 환상에 젖어 한참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활짝 열린 빗장을 열기 전 지금껏 올라왔던 길을 뒤돌아보니 입에서 ‘하~’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가슴이 툭 트인다. 바로 아래 펼쳐진 올망졸망 초가집들, 시선을 조금 멀리 두면 보이는 드넓은 악양 들판, 더 멀리에는 섬진강 물결, 더 더 더 멀리에는 지리산까지. 평사리를 호령했던 윤씨 부인의 기상이, 조준구로부터 땅을 되찾으려는 서희의 서슬 퍼런 집념이 이 풍광들 사이에서는 가능했을 법하다.
최참판댁의 소슬 대문을 들어서면 동학혁명을 수군대던 머슴들의 숙소인 중간채가 가로막는다. 중간채를 통과하면 안주인 윤씨 부인의 안채, 그 왼편은 서희가 머물던 연못 달린 별당, 그 오른편은 누마루 최참판댁의 기품 넘치는 사랑채가 있다. 그 뒤로 사당과 초당….
마당 한가운데 서니, 소설 속 풍경이 두서없이 머릿속을 오간다.
엄마 찾아오라고 버둥질을 치며 우는 서희를 길상이가 업어 달래는 환청과 환상에 젖어 한참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사진-안주인 윤씨 부인의 안채. 어미 잃은 서희를 안고 남몰래 눈물 흘렸을 할머니 윤씨 부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소설 <토지>의 고향에 앉아서 그 등장인물들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윤씨 부인, 최치수, 서희, 길상, 구천이, 용이, 홍이, 월선이, 봉순이, 귀녀, 평산이, 조준구, 강포수, 환국, 윤국, 양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가족과 핏줄, 흙, 정, 그리고 한(恨) 인 그들의 인생이, 삶이 흘러감을 가슴 아리게 느끼면서….
[ 글ㆍ사진 최명희 기자 cmh@icross.co.kr ]
소설 <토지>의 고향에 앉아서 그 등장인물들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윤씨 부인, 최치수, 서희, 길상, 구천이, 용이, 홍이, 월선이, 봉순이, 귀녀, 평산이, 조준구, 강포수, 환국, 윤국, 양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가족과 핏줄, 흙, 정, 그리고 한(恨) 인 그들의 인생이, 삶이 흘러감을 가슴 아리게 느끼면서….
[ 글ㆍ사진 최명희 기자 cmh@icro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