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속살 가득 꽃게요리 삼천포의 후한인심을 맛보다

속살 가득 꽃게요리 삼천포의 후한인심을 맛보다

by 운영자 2008.06.13

그렇게 주문한 꽃게탕. 주문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아주머니는 꽃게를 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고마십니더. 이렇게라도 마시를 해주니 마, 정말 고맙네예. 혹시 꽃게 집에 가져갈라카믄, 내헌티 말하이소. 지금 있는거 내 몽땅 8천원에 주꾸마.”

지역감정 일으키자는 건 아니지만 전라도의 후한인심이 경상도에도 있는 줄은 몰랐다. 게시해 줬다는 덕에 2만원도 넘게 보이는 살 가득한 꽃게를 고깃배에서 사온 가격에 그냥 가져가라니. 순간 당황했지만, 그만큼 고마워하는 아주머니의 정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꽃게탕을 준비시켜 놓고 가마있기 멋쩍어 다시 카메라를 들고 어시장 이곳저곳을 살핀다. 이곳에는 생선 횟감도 횟감이지만 그보다 더 한 것이 바로 해산물이었다. 이제 막 잡아 올린 가리비와 꼬막, 소라 등 보기 만해도 먹음직스러운 것들이 입맛을 자극한다.

때문에 친구들끼리 놀러온 관광객들은 이미 한자리 차고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도 보인다.
헌데 멀리서 아주머니가 “보소, 보소 꽃게탕 다됐으예” 목소리를 높인다.
그 아주머니 목소리에 순간 모두에게 관심 받는 필자는 창피해 얼굴은 못 들었다. 그리고 겸연쩍게 웃으며, 꽃게만찬이 준비된 식탁에 앉았다.

‘보글보글, 지글지글’ 냄비에서 끓는 소리만으로도 군침 돈다. 특히 된장 적당히 풀어헤치고, 꽃게 흰 속살 엿보니 황홀한 기분마저 든다.

헌데 아주머니, 귀하게 무언가를 꺼내오는 듯해서 보니, 빨간 꽃게무침이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게시를 해 준 의미로다가 서비스차원에서 준비했다고.

일단 꽃게탕 시식에 들어갔다. 냄새만 맡아도 요리의 진가를 금방 알 수 있었지만, 일단 속살을 베어 물고 입 안에서 놀리니 밥 한 공기는 금세 비운다. 밥도둑도 이런 밥도둑이 없다.

“우야노? 우에 맛이 쫌 있으예?.”
탕 맛보다는 먹는 소리가 더 걸쭉했던지 아주머니 손님 없는 틈을 타 살짝 맛을 물어본다.

이미 먹는 소리만으로도 눈치 챈 듯 “우리집 맛은 팔도에서 다 찾아옵니더”하며 맛있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입을 막는다.

하지만, 꽃게탕도 저리할 만큼 맛있었던 것이 바로 꽃게 무침. 방금 잡아 삶고, 무쳐서 그런지 일단 싱싱함이 최고다.
싱싱한 것에 빨간 양념 입혀지니, 그 또한 군침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어시장에 와서 어시장 맛 제대로 보고 가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에는 한사코 챙겨주는 꽃게를 마다해서 다소 미안했지만, 이곳 인심이 모두 이 아주머니와 같지 않을까 한 생각을 해 본다.

돌아오는 길. 입가에는 아직도 가시지 않은 꽃게탕과 무침의 여운이 가득하고, 눈에서는 삼천포항 어시장이 아른거린다.

이번 주말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는 초여름의 강력한 햇살은 피하기 힘들 것이다. 삼천포항 어시장에 들러 후한 인심도 맛보고, 제철음식도 한껏 즐겨보길 기대한다.

[ 글·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조규봉 기자 ckb@icro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