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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유관순열사’ 만세 소리를 따라

천안 ‘유관순열사’ 만세 소리를 따라

by 운영자 2008.08.14

광복 63주년 “배우기 위해, 느끼기 위해 떠난다”

퀴즈다.
올해로 63주년을 맞는 ‘이 날’은 북한과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같은 날 국경일을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 날’은 무슨 날일까?
답은 ‘광복절’.

감격이 밀려온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갈라져 심지어 전혀 다른 나라라고 생각이 들 만큼, 말도 생각도 다른 북한과 우리가 ‘유일’하게 함께 기뻐하는 일이 대한의 독립이라니!

‘대립’하며 지내온 수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을 만큼 모두가 한마음으로 얼마나 ‘독립’을 염원했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 사진설명 : 유관순 열사의 초혼묘가 있는 매봉산 자락에는 열사를 기리는 글귀를 새겨둔 비석이 곳곳에 세워졌다 ]

내일은 일제의 억압 속에서 풀려나 비로소 당당하게 우리말을 하고 태극기를 휘날릴 수 있었던 ‘광복의 날’이다. 그날은 “만세! 만세! 대한독립 만세!” 봇물 터지듯 절로 터지는 기쁨의 환호와 만세 함성이 거리 곳곳 나라 전체를 울렸을 테다. 태극기 물결에 온 나라가 흰빛으로 가득했을 테다.

자유의 기쁨에 밤잠을 설치고 자다가도 벌떡벌떡 깨, ‘만세’를 외쳤을 테다.
천안 유관순 열사 생가 앞에서 ‘역사속의 그날’을 되살려본다. 멀리서 만세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 사진설명 : 기념관에 있는 만세운동 재현물]

“천안 명물은 호두과자가 아니라
독립을 위한 만세 함성이다”


일본이 또 난리다. 교과서의 역사 왜곡에 뒤이어 독도를 또 자기네 땅이라고 우긴다. 우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학생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라고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다가도 넣었다. 어떻게 해서든 독도를 자기네 땅으로 만들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독도는 우리 땅이다.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 배우기 위해, 느끼기 위해 떠난다. 아우내 장터에서 울려 퍼진 ‘대한독립만세’ 소리, 온 땅에 퍼진 그날의 ‘천안’으로. 유관순 열사의 혼 서린 그곳으로.
[ 사진설명 : 유관순 열사 생가. ]

순천에서 천안까지는 2시간 반을 꼬박 운전대를 잡고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거리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떠나야 한다. 순천에서 서울 방향으로 2시간 반 가량 달리면 목천 나들목이 보인다.

천안 나들목이 아닌 목천 나들목으로 나가야 훨씬 빠르니 주의할 것. 목천 나들목을 나와 병천면으로 향하면 표지판에 유관순열사기념관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8월 한여름인데도 유관순열사기념관을 찾는 이들이 많다.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이 광복절을 맞아 아이들에게 역사를 보여주려고 이곳을 찾은 걸 보니 흐뭇해진다. 게다가 무료입장이라 더 흐뭇하다.

유관순열사기념관과 그 주변은 만세 운동 등 유관순 열사의 활동을 전시한 유관순열사기념관과 추모각, 초혼묘, 유관순 열사 생가, 아우내독립만세운동 기념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은 유관순 열사의 동상과 기념관. 유관순 열사 동상은 열사와 우리 민족이 흘린 피와 독립에 대한 염원이 담긴 듯 붉은 백일홍과 무궁화 사이에 오롯이 자리하고 있었다.
[ 사진설명 : 유관순 열사 추모각의 향은 아직도 피워 오르고 있다. 나라를 위한 열사의 붉은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이리라]

독립운동 전개 상황과 유관순 열사의 행적을 재현해 둔 기념관은 처참한 옥고를 체험할 수 있는 ‘벽관’을 둬, 관람객들이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모진 고문과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지내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던 수많은 열사들이 떠올라 숙연해진다.

기념관을 나와 유관순 열사 추모각으로 향한다. 유관순 열사의 영정 앞에 누군가 피워둔 향이 타고 있다. 나라를 위한 열사의 붉은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이리라. 또한 그 마음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리라.

열사의 초혼묘는 매봉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어, 가벼운 등산을 해야 한다. 울창한 나무 사이 난 돌계단을 올라가는데, 가는 곳곳 유관순 열사의 뜻을 기린 글을 새긴 비석들이 놓여 있다.

하나씩 차분히 읽어 가며 매봉산을 오른다. <… 시름으로 여윈 대지 위에 꽃잎처럼 스러진 젊음이여! 한번 죽어 영원히 살리라> 마음이 절로 저릿하다.

1920년 9월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한 유관순 열사는 이화학당 주선으로 이태원 공동묘지에 안장됐으나 이곳이 일제의 군용기지로 쓰이면서 미아리 공동묘지로 이장했다.

하지만 도중에 열사의 유적은 소실됐고 이점을 안타까이 여겨 89년 고향인 천안 매봉산 자락에 초혼묘를 봉안했다.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진다.
[ 사진설명 : 오직 서서만 있어야 하는 저곳에서도 수많은 애국열사들은 독립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기념관 내의 벽관체험]

기념관 부근에는 유관순 열사의 생각와 열사가 다녔던 매봉교회도 찾을 수 있다.
<하늘을 우러러 / 울기는 하여도 / 하늘이 그리워 울음이 아니다. /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닯아 / 하늘을 흘기니 / 울음이 터진다 / 해야 웃지 마라 / 달도 뜨지 마라> -이상화 ‘통곡’-

빼앗긴 땅을 보며 시인 이상화는 ‘해도 달도 다 소용없다’며 운다. 생물에게 꼭 필요한 해와 달도 필요 없다니, 식민지를 살아가는 백성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얼마나 애달팠는지 가슴으로 느껴진다.

광복절인 오늘, 나라 잃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할머니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어렵게 어렵게 다시 주권을 찾은 그 기쁨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기억하자. 지금 우리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