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명옥헌 원림 배롱나무
담양 명옥헌 원림 배롱나무
by 운영자 2008.08.22
황홀한 풍광에 심 봉사도 ‘번쩍’ 눈 뜨겠네
심 봉사는 사랑하는 딸 청이 인당수에 ‘풍덩’ 빠졌을 때도 눈을 뜨지 못했다.
그가 눈을 뜬 순간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딸 청을 아주 우연한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됐을 때. 꿈에도 살아있을 것이라 생각조차 못했던 딸과의 놀라운 만남이 평생 단 한번의 소원인 눈을 띄운 것이다.
담양 명옥헌 원림의 풍경이 그렇다. 배롱꽃 붉은 빛과 초록의 나뭇잎, 파아란 하늘빛 말고는 세상의 색이 존재하지 않는 듯한 이곳은 그 강렬함에 눈이 번쩍 뜨인다. 마음이 번쩍 깬다.
매미 귀 따갑도록 처절히 울어대고 포도 향 코끝을 간질이는 이맘때면 거르지 않고 생각나는 풍경. 담양 명옥헌 원림의 배롱나무꽃 흐드러지게 피어난 모습이다.
심 봉사는 사랑하는 딸 청이 인당수에 ‘풍덩’ 빠졌을 때도 눈을 뜨지 못했다.
그가 눈을 뜬 순간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딸 청을 아주 우연한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됐을 때. 꿈에도 살아있을 것이라 생각조차 못했던 딸과의 놀라운 만남이 평생 단 한번의 소원인 눈을 띄운 것이다.
담양 명옥헌 원림의 풍경이 그렇다. 배롱꽃 붉은 빛과 초록의 나뭇잎, 파아란 하늘빛 말고는 세상의 색이 존재하지 않는 듯한 이곳은 그 강렬함에 눈이 번쩍 뜨인다. 마음이 번쩍 깬다.
매미 귀 따갑도록 처절히 울어대고 포도 향 코끝을 간질이는 이맘때면 거르지 않고 생각나는 풍경. 담양 명옥헌 원림의 배롱나무꽃 흐드러지게 피어난 모습이다.
배롱꽃 분홍 물결 건듯 바람에 휘날리면
황홀해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도연명의 <도화원기>를 읽어본 적이 있는가?
<… 하루는 시내를 따라 너무 멀리 들어가 길을 잃었다. 홀연히 복숭아 숲을 만났는데, 시내 가장자리 수백 보가 모두 복숭아나무뿐이었다. 향기로운 풀 아름다운데 복숭아 꽃잎 어지럽게 흩날려 …> -도연명 ‘도화원기’ 중-
도연명은 무릉도원에 이르는 길을 ‘복숭아꽃이 한없이 이어진 길’이라 표현했다. 만일 도연명이 지금 담양 명옥헌의 배롱나무를 본다면 글은 분명 달라졌을 테다.
담양 고산면에 자리한 명옥헌에 들어서면 정말이지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 아닐까 싶다. 어디나 비슷한 풍경의 시골 마을에 보물인 듯 숨겨진 이곳. 무심히 걷다 돌연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풍광은 무릉도원을 발견한 듯 숨이 멎는다.
하늘을 뜻하는 네모난 연못에 땅을 뜻하는 원형의 섬 그리고 연못을 둘러싼 온통 붉은 배롱나무들. 구릉처럼 비탈진 그 위에 굽어보듯 자리한 정자.
흐르는 물소리가 마치 옥이 부서지는 소리 같다고 한데서 비롯된 ‘명옥헌(鳴玉軒)’은 세상의 때가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정한 자신의 때를 기다린 이의 곧은 마음이 서려 있다.
조선시대 인조가 반정으로 왕이 되기 전, 세상을 돌며 뜻있는 자를 모을 때 이 마을에 둥지를 틀고 학문에 여념이 없던 오희도(1584~1624)를 찾아왔지만 오희도는 아직 시기가 아니라며 거절했다 한다.
황홀해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도연명의 <도화원기>를 읽어본 적이 있는가?
<… 하루는 시내를 따라 너무 멀리 들어가 길을 잃었다. 홀연히 복숭아 숲을 만났는데, 시내 가장자리 수백 보가 모두 복숭아나무뿐이었다. 향기로운 풀 아름다운데 복숭아 꽃잎 어지럽게 흩날려 …> -도연명 ‘도화원기’ 중-
도연명은 무릉도원에 이르는 길을 ‘복숭아꽃이 한없이 이어진 길’이라 표현했다. 만일 도연명이 지금 담양 명옥헌의 배롱나무를 본다면 글은 분명 달라졌을 테다.
담양 고산면에 자리한 명옥헌에 들어서면 정말이지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 아닐까 싶다. 어디나 비슷한 풍경의 시골 마을에 보물인 듯 숨겨진 이곳. 무심히 걷다 돌연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풍광은 무릉도원을 발견한 듯 숨이 멎는다.
하늘을 뜻하는 네모난 연못에 땅을 뜻하는 원형의 섬 그리고 연못을 둘러싼 온통 붉은 배롱나무들. 구릉처럼 비탈진 그 위에 굽어보듯 자리한 정자.
흐르는 물소리가 마치 옥이 부서지는 소리 같다고 한데서 비롯된 ‘명옥헌(鳴玉軒)’은 세상의 때가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정한 자신의 때를 기다린 이의 곧은 마음이 서려 있다.
조선시대 인조가 반정으로 왕이 되기 전, 세상을 돌며 뜻있는 자를 모을 때 이 마을에 둥지를 틀고 학문에 여념이 없던 오희도(1584~1624)를 찾아왔지만 오희도는 아직 시기가 아니라며 거절했다 한다.
[ 사진설명 : 나무에만 붉은 꽃이 달린 게 아니다. 나무 그림자 드리운 물 위에도 꽃잎이 달렸다 ]
선비의 일이란 것이 모름지기 학문의 도야이며, 뜻을 펼 수 있을 때 세상에 출사하여 배움을 실천하는 것이 도리일 것인데, 오희도는 완곡하게 자신의 시기가 아님을 밝히고 스스로 학문에 더 깊이 매진했던 것.
그 후 인조가 반정으로 왕위에 오르고, 오희도는 출사한다. 하지만 난데없는 병이 찾아와 결국 제 뜻을 다 펴지 못하고 죽게 되자 그의 아들 오명중(1619~1655)이 아버지를 위로하고 스스로 학문에 들기 위해 이곳을 지었다 전한다.
세상이 정하고 맞춘 때가 아닌 자신의 때를 스스로 깨닫고 실천에 옮긴 오희도의 곧은 마음이 명옥헌을 가득 메우고 있는 배롱나무의 붉은 빛과 닮았다.
명옥헌 원림을 찾는다면 꼭 튓마루에 앉아 내다보라. 배롱나무 붉은 빛이 채 뜻을 피우지도 못하고 져버린 오희도의 마음을 알아 처연하게 붉다.
선비의 일이란 것이 모름지기 학문의 도야이며, 뜻을 펼 수 있을 때 세상에 출사하여 배움을 실천하는 것이 도리일 것인데, 오희도는 완곡하게 자신의 시기가 아님을 밝히고 스스로 학문에 더 깊이 매진했던 것.
그 후 인조가 반정으로 왕위에 오르고, 오희도는 출사한다. 하지만 난데없는 병이 찾아와 결국 제 뜻을 다 펴지 못하고 죽게 되자 그의 아들 오명중(1619~1655)이 아버지를 위로하고 스스로 학문에 들기 위해 이곳을 지었다 전한다.
세상이 정하고 맞춘 때가 아닌 자신의 때를 스스로 깨닫고 실천에 옮긴 오희도의 곧은 마음이 명옥헌을 가득 메우고 있는 배롱나무의 붉은 빛과 닮았다.
명옥헌 원림을 찾는다면 꼭 튓마루에 앉아 내다보라. 배롱나무 붉은 빛이 채 뜻을 피우지도 못하고 져버린 오희도의 마음을 알아 처연하게 붉다.
[ 사진설명 : 사뿐히 즈려 밟고 가고픈 흙길. 배롱나무꽃이 최고급 카펫이다 ]
봄이면 가장 느리게 싹을 틔워 올리고 여름 내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섭리를 거스른 백일홍나무는 이름도 많다.
순 우리말로는 ‘배롱나무’, 한자로는 ‘자미(紫薇)’, 꽃이 백일동안 피는 나무라 해서 ‘목백일홍’, 이 꽃이 세 번 피었다 지면 쌀밥을 먹는다고 해서 ‘쌀밥나무’,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해서 간지럼나무 등으로도 부른다.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이성복, ‘그 여름의 끝’ 전문-
좌절하고 있다면 절망하고 있다면 명옥헌으로 가라.
한여름 소나기에도, 폭풍에도, 태풍에도, 물 한 방울 내리지 않는 폭염에도 굴하지 않고 피고 지기를 100일 동안 반복하는 배롱나무를 보라. 가서 100일을 더 버틸 기운을 받고 오라.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
봄이면 가장 느리게 싹을 틔워 올리고 여름 내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섭리를 거스른 백일홍나무는 이름도 많다.
순 우리말로는 ‘배롱나무’, 한자로는 ‘자미(紫薇)’, 꽃이 백일동안 피는 나무라 해서 ‘목백일홍’, 이 꽃이 세 번 피었다 지면 쌀밥을 먹는다고 해서 ‘쌀밥나무’,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해서 간지럼나무 등으로도 부른다.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이성복, ‘그 여름의 끝’ 전문-
좌절하고 있다면 절망하고 있다면 명옥헌으로 가라.
한여름 소나기에도, 폭풍에도, 태풍에도, 물 한 방울 내리지 않는 폭염에도 굴하지 않고 피고 지기를 100일 동안 반복하는 배롱나무를 보라. 가서 100일을 더 버틸 기운을 받고 오라.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