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강천산 맨발 걷기
순창 강천산 맨발 걷기
by 운영자 2008.08.29
해찰하며 걷는 ‘맨발의 동심’
양말과 신발로부터 ‘무장 해제’한 발을 땅에 한발 내딛는다. 발이 먼저 깜짝 놀라 주춤한다.
서늘하다. 땅에 대한 발의 첫 느낌이다. 다음은 상쾌하다. 여름 햇볕에 빠장빠장 말린 모시 옷처럼 작은 모래알들이 땅을 고슬고슬하게 만들었다. 톡톡 손으로 몇 번만 털어내면 발이 깨끗해질 정도다.
작은 모래 알갱이 하나, 아기단풍잎 부스러기 몇 잎, 보드라운 흙 한 줌…. 발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구분하고 반응할 만큼 민감하다.
처음 발에만 집중됐던 신경세포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발아래 흙길, 머리 위 하늘, 좌우 펼쳐진 숲,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나무 향, 도란도란 살가운 얘기들.
조이는 양말과 딱딱한 신발에 갇힌 발을 ‘무장 해제’했더니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온몸으로 와 닿는다.
평소대로라면 해찰 않고 앞만 보며 걷느라 꽃이 피었는지 어떤 건물이 새로 생겼는지도 몰랐을 텐데, 맨발의 지금은 세상이 툭 트인 것처럼 환히 다 보인다.
마음은 아이처럼 가벼워지고 생각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소요학파(나무 사이를 산책하며 깨닫는)’처럼 깊어진다. 내 안의 ‘나’를 만난다.
양말과 신발로부터 ‘무장 해제’한 발을 땅에 한발 내딛는다. 발이 먼저 깜짝 놀라 주춤한다.
서늘하다. 땅에 대한 발의 첫 느낌이다. 다음은 상쾌하다. 여름 햇볕에 빠장빠장 말린 모시 옷처럼 작은 모래알들이 땅을 고슬고슬하게 만들었다. 톡톡 손으로 몇 번만 털어내면 발이 깨끗해질 정도다.
작은 모래 알갱이 하나, 아기단풍잎 부스러기 몇 잎, 보드라운 흙 한 줌…. 발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구분하고 반응할 만큼 민감하다.
처음 발에만 집중됐던 신경세포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발아래 흙길, 머리 위 하늘, 좌우 펼쳐진 숲,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나무 향, 도란도란 살가운 얘기들.
조이는 양말과 딱딱한 신발에 갇힌 발을 ‘무장 해제’했더니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온몸으로 와 닿는다.
평소대로라면 해찰 않고 앞만 보며 걷느라 꽃이 피었는지 어떤 건물이 새로 생겼는지도 몰랐을 텐데, 맨발의 지금은 세상이 툭 트인 것처럼 환히 다 보인다.
마음은 아이처럼 가벼워지고 생각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소요학파(나무 사이를 산책하며 깨닫는)’처럼 깊어진다. 내 안의 ‘나’를 만난다.
[ 사진설명 : 강천산 입구. 시원한 물줄기와 초록 나무들이 눈길을 잡아 끈다 ]
“제 맨발과 인사하실래요?”
맨발로 걸으며 나와 지구와 친구하기
이유가 어떻든 간에 가슴이 답답할 때가 있다. 주먹으로 쾅쾅쾅 가슴을 쳐도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답답한 옷들을 훌렁훌렁 벗어던지고도 답답할 때가 있다. 답답해 이곳이 아닌 저곳으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순창 강천산의 맨발 길을 걸어보자.
전라북도 순창의 강천산은 깊은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이름났지만 이제는 하나 더 기억해둬야 할 것이다. 순창 강천산은 맨발로 걸으며 ‘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니.
순창 강천산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순천에서 남원 방면 산업국도를 타고 가다 순창 방면으로 빠져 한참을 달리면 순창읍이 나온다.
“제 맨발과 인사하실래요?”
맨발로 걸으며 나와 지구와 친구하기
이유가 어떻든 간에 가슴이 답답할 때가 있다. 주먹으로 쾅쾅쾅 가슴을 쳐도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답답한 옷들을 훌렁훌렁 벗어던지고도 답답할 때가 있다. 답답해 이곳이 아닌 저곳으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순창 강천산의 맨발 길을 걸어보자.
전라북도 순창의 강천산은 깊은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이름났지만 이제는 하나 더 기억해둬야 할 것이다. 순창 강천산은 맨발로 걸으며 ‘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니.
순창 강천산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순천에서 남원 방면 산업국도를 타고 가다 순창 방면으로 빠져 한참을 달리면 순창읍이 나온다.
[ 사진설명 : 병풍폭포를 마주하고 심어진 단풍나무. 일찍 든 단풍을 혼자서 즐긴다 ]
그곳에서 담양 방면 24번 국도로 빠져 달리다 793번 지방도로로 갈아타면 강천호를 끼고 왼쪽으로 강천산 진입로가 열려 있다. 표지판이 친절하니 걱정은 붙들어매자.
강천산 가는 길에도 담양처럼 길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담양처럼 거기 있는 줄 알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더 반갑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불필요한 짐도 그냥 차에 둔다. 몸과 물 한 병만 있으면 된다. 음식점이 즐비한 길을 따라 본격적으로 들어선다.
치렁치렁 머리를 기른 나무들과 바닥까지 보일만큼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나무 향이 바람에 날린다. 깊숙이 숨을 들이쉬며 걷는다.
그곳에서 담양 방면 24번 국도로 빠져 달리다 793번 지방도로로 갈아타면 강천호를 끼고 왼쪽으로 강천산 진입로가 열려 있다. 표지판이 친절하니 걱정은 붙들어매자.
강천산 가는 길에도 담양처럼 길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담양처럼 거기 있는 줄 알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더 반갑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불필요한 짐도 그냥 차에 둔다. 몸과 물 한 병만 있으면 된다. 음식점이 즐비한 길을 따라 본격적으로 들어선다.
치렁치렁 머리를 기른 나무들과 바닥까지 보일만큼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나무 향이 바람에 날린다. 깊숙이 숨을 들이쉬며 걷는다.
[ 사진설명 : 강천산 가는 길에 만난 메타세쿼이아길 ]
평일의 강천산은 한적하다. 익숙한 병풍폭포를 막 지나자 맨발 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발 자극으로 혈액순환과 장기 기능 활성화 등 장점이 세세히 적혀 있다. 주저 없이 신발을 벗고 양말까지 벗는다. 신발 보관함이 따로 있으나 들고 가볍게 걸어도 좋다.
맨발을 땅에 내딛기도 전에 땅과 발 사이로 ‘슝’ 바람이 지나가며 발을 간질인다.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한발한발 나아간다.
작은 모래 알갱이, 낙엽, 조금 큰 돌, 죽어 말라가는 잠자리….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세세한 감각을 발로 느낀다.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부드럽다. 낯설지만 밀어내고 싶지 않다. 기분 좋은 낯설음.
평일의 강천산은 한적하다. 익숙한 병풍폭포를 막 지나자 맨발 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발 자극으로 혈액순환과 장기 기능 활성화 등 장점이 세세히 적혀 있다. 주저 없이 신발을 벗고 양말까지 벗는다. 신발 보관함이 따로 있으나 들고 가볍게 걸어도 좋다.
맨발을 땅에 내딛기도 전에 땅과 발 사이로 ‘슝’ 바람이 지나가며 발을 간질인다.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한발한발 나아간다.
작은 모래 알갱이, 낙엽, 조금 큰 돌, 죽어 말라가는 잠자리….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세세한 감각을 발로 느낀다.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부드럽다. 낯설지만 밀어내고 싶지 않다. 기분 좋은 낯설음.
[ 사진설명 : 맨발로 걸었으니 발을 씻자. 고맙다, 발! ]
자발자발 지껄이던 얘기들도 어느새 사라지고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숲과 땅과 하나가 된 듯 마음이 고요하다. 세상사가 아닌 오직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귀하고 귀한 시간들.
맨발길은 강천산 등산로로 통한다. 하지만 등산을 하지 않고 그대로 되돌아와도 좋다. 그 어떤 절경보다도 더 귀한 ‘나’와 만나지 않았던가. 맨발로 걷느라 흙 묻은 발은 맨발 산책길 옆에 따로 마련해둔 세면장에 가서 씻으면 된다.
병풍폭포 앞에 놓인 의자에 앉는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와 아기 손바닥만한 아기단풍 그늘 아래 자리한 의자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멋지다.
병풍폭포를 빌 둘러 심어진 단풍나무에 이른 단풍이 물들어간다. 한적하게 혼자서 즐기는 가을 단풍이 더 예쁘고 애틋하다.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
자발자발 지껄이던 얘기들도 어느새 사라지고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숲과 땅과 하나가 된 듯 마음이 고요하다. 세상사가 아닌 오직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귀하고 귀한 시간들.
맨발길은 강천산 등산로로 통한다. 하지만 등산을 하지 않고 그대로 되돌아와도 좋다. 그 어떤 절경보다도 더 귀한 ‘나’와 만나지 않았던가. 맨발로 걷느라 흙 묻은 발은 맨발 산책길 옆에 따로 마련해둔 세면장에 가서 씻으면 된다.
병풍폭포 앞에 놓인 의자에 앉는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와 아기 손바닥만한 아기단풍 그늘 아래 자리한 의자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멋지다.
병풍폭포를 빌 둘러 심어진 단풍나무에 이른 단풍이 물들어간다. 한적하게 혼자서 즐기는 가을 단풍이 더 예쁘고 애틋하다.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