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용천사 꽃무릇
함평 용천사 꽃무릇
by 운영자 2008.09.26
땅 위에 ‘팡팡’ 터지는 불꽃
‘팡팡’
까만 하늘 위에서 터지는 폭죽이 초록의 땅 위에도 터진다.
함평 용천사의 꽃무릇은 붉은 폭죽이 수놓은 듯 아름답다. 마치 땅 위에서 불꽃놀이를 하듯, 용접공이 빨간 불꽃을 튀긴 듯, 불이라도 난 듯 천지가 붉다.
지금, 함평 용천사에는 ‘꽃무릇’이 한창이다. 영광의 불갑사, 고창 선운사, 장성 백양사도 절경이다.
‘꽃무릇’은 ‘꽃+무릇’으로 된 말인데, ‘무릇’은 무리지어 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한두 송이가 아니라 무리 지어 핀 꽃무릇은 그래서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다.
허나 꽃무릇을 찬찬히 한 송이 한 송이 들여다보면 꽃이 참 신기하게 생겼다 싶다. 한때 전국민의 머리 모양을 유행시켰던 ‘핑클파마’를 한 듯 기다란 꽃잎은 끝이 동글었고, 낙타의 긴 속눈썹 마냥 수술은 꽃 밖으로 한참이나 나와 있다. 가분수처럼 꽃은 크고 줄기는 가늘다.
게다가 꽃잎도 없다. 위태로워 보인다. 외로워 보인다. 그래서일까. 위태롭고 외로운 것을 감추기 위해 무리지어 피는 모양이다. 그토록 붉은가 보다.
‘팡팡’
까만 하늘 위에서 터지는 폭죽이 초록의 땅 위에도 터진다.
함평 용천사의 꽃무릇은 붉은 폭죽이 수놓은 듯 아름답다. 마치 땅 위에서 불꽃놀이를 하듯, 용접공이 빨간 불꽃을 튀긴 듯, 불이라도 난 듯 천지가 붉다.
지금, 함평 용천사에는 ‘꽃무릇’이 한창이다. 영광의 불갑사, 고창 선운사, 장성 백양사도 절경이다.
‘꽃무릇’은 ‘꽃+무릇’으로 된 말인데, ‘무릇’은 무리지어 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한두 송이가 아니라 무리 지어 핀 꽃무릇은 그래서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다.
허나 꽃무릇을 찬찬히 한 송이 한 송이 들여다보면 꽃이 참 신기하게 생겼다 싶다. 한때 전국민의 머리 모양을 유행시켰던 ‘핑클파마’를 한 듯 기다란 꽃잎은 끝이 동글었고, 낙타의 긴 속눈썹 마냥 수술은 꽃 밖으로 한참이나 나와 있다. 가분수처럼 꽃은 크고 줄기는 가늘다.
게다가 꽃잎도 없다. 위태로워 보인다. 외로워 보인다. 그래서일까. 위태롭고 외로운 것을 감추기 위해 무리지어 피는 모양이다. 그토록 붉은가 보다.
어지러울 만큼 환한 꽃무릇 사태
함평 용천사 꽃무릇 자생지 사태다. 사태. 꽃무릇 사태.
사람이나 물건이 한꺼번에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비유하는 ‘사태’라는 낱말을 함평 용천사 꽃무릇 뒤에 붙이니 정말 잘 어울린다. 가을 입구, 함평 용천사에는 꽃무릇 ‘사태’가 났다.
순천에서 함평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아버지 위해 심청, 기꺼이 인당수에 몸 던지듯 꽃무릇 사태 맞이하기 위해 이쯤의 수고로움은 즐겁다.
함평까지 가려면 우선 광주 가는 호남고속도로를 타야 한다. 1시간여쯤 달려 호남고속도로 광주 산월 나들목으로 나와 다시 수완지구 방향 제2순환도로를 타면 복잡한 광주 시내를 거치지 않아 더 빨리 갈 수 있다.
그렇게 죽 달리면 영광 방면으로 시원스레 새로 난 길이 나온다. 이 길은 한적해 경치를 감상하기 그만이다. 그 뒤로는 용천사를 알리는 표지판이 잘 돼 있으니 표지판을 꼼꼼히 살필 것.
용천사 가는 구불구불 산길로 접어들면 길 양옆으로 저 멀리 야산으로 키를 맞춘 꽃무릇이 먼저 반긴다. 하지만 이것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입맛을 돋우는 에피타이저에 불과하다.
함평 용천사 꽃무릇 자생지 사태다. 사태. 꽃무릇 사태.
사람이나 물건이 한꺼번에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비유하는 ‘사태’라는 낱말을 함평 용천사 꽃무릇 뒤에 붙이니 정말 잘 어울린다. 가을 입구, 함평 용천사에는 꽃무릇 ‘사태’가 났다.
순천에서 함평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아버지 위해 심청, 기꺼이 인당수에 몸 던지듯 꽃무릇 사태 맞이하기 위해 이쯤의 수고로움은 즐겁다.
함평까지 가려면 우선 광주 가는 호남고속도로를 타야 한다. 1시간여쯤 달려 호남고속도로 광주 산월 나들목으로 나와 다시 수완지구 방향 제2순환도로를 타면 복잡한 광주 시내를 거치지 않아 더 빨리 갈 수 있다.
그렇게 죽 달리면 영광 방면으로 시원스레 새로 난 길이 나온다. 이 길은 한적해 경치를 감상하기 그만이다. 그 뒤로는 용천사를 알리는 표지판이 잘 돼 있으니 표지판을 꼼꼼히 살필 것.
용천사 가는 구불구불 산길로 접어들면 길 양옆으로 저 멀리 야산으로 키를 맞춘 꽃무릇이 먼저 반긴다. 하지만 이것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입맛을 돋우는 에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걷는다. 이제 시작인데, 붉은 꽃무릇이 저 멀리까지 환하게 길을 밝힌다. 사월 초파일 연등에 견주어도 청사초롱에 견주어도 전혀 기죽지 않겠다.
비가 와, 사위가 더 맑아서인지 꽃무릇 붉은 빛도 유독 환하다. 용천사 오르는 길에는 어디다 눈을 둬도 꽃무릇이다. 빗속에서도 꽃무릇 뵈러 온 사람들로 주변이 떠들썩하다.
사각사각 흙길 양옆에는 어린아이 가슴 높이의 낮은 담장을 냈다. 초가를 얹은 담 뒤로 보이는 꽃무릇이 소박해보인다. 붉은 빛이 도도해보이지 않고 소박해보이는 것은 초가지붕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개 빳빳이 들고 혼자 핀 것이 아닌 오종종 함께 피어 있기 때문이리라.
꽃무릇은 한 줄기에서 태어났지만 잎은 꽃을 못 보고, 꽃 또한 잎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꽃무릇을 그리움의 꽃, 서러움의 꽃이라 부른다.
그 그리움 때문에 더 붉게 물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흔히들 꽃무릇을 상사화와 혼동하는데 꽃무릇과 상사화는 엄연히 다른 꽃. 상사화는 봄에 잎이 난 뒤 여름에 꽃이 피고, 꽃무릇은 초가을 꽃이 핀 뒤 잎이 난다. 꽃 색에서도 차이가 있다. 꽃무릇은 붉은색이고 상사화는 분홍색이다.
비가 와, 사위가 더 맑아서인지 꽃무릇 붉은 빛도 유독 환하다. 용천사 오르는 길에는 어디다 눈을 둬도 꽃무릇이다. 빗속에서도 꽃무릇 뵈러 온 사람들로 주변이 떠들썩하다.
사각사각 흙길 양옆에는 어린아이 가슴 높이의 낮은 담장을 냈다. 초가를 얹은 담 뒤로 보이는 꽃무릇이 소박해보인다. 붉은 빛이 도도해보이지 않고 소박해보이는 것은 초가지붕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개 빳빳이 들고 혼자 핀 것이 아닌 오종종 함께 피어 있기 때문이리라.
꽃무릇은 한 줄기에서 태어났지만 잎은 꽃을 못 보고, 꽃 또한 잎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꽃무릇을 그리움의 꽃, 서러움의 꽃이라 부른다.
그 그리움 때문에 더 붉게 물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흔히들 꽃무릇을 상사화와 혼동하는데 꽃무릇과 상사화는 엄연히 다른 꽃. 상사화는 봄에 잎이 난 뒤 여름에 꽃이 피고, 꽃무릇은 초가을 꽃이 핀 뒤 잎이 난다. 꽃 색에서도 차이가 있다. 꽃무릇은 붉은색이고 상사화는 분홍색이다.
용천사 경내로 오른다. 누군가의 불심이 활활 타오른 것인지 아무렇게나 꽃무릇이 뭉텅뭉텅 피었다. 울창한 초록 나무 아래 피어난 붉은 꽃무릇이 더 빛난다. 절 주변을 빙 둘러 만든 흙냄새 풀냄새 나무냄새 진한 산책로를 따라 걷는 발걸음도 여유롭다.
용천사는 꽃무릇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절 주변으로 온갖 야생식물들이 키를 키우고 녹차나무 향을 내뿜는다. 항아리를 탑처럼 쌓은 조형물 너머로 보이는 너른 저수지는 평화롭다.
그 길로 조금만 더 가면 초가로 지은 다원이 있는데, 다원 앞에 만들어둔 작은 연못가에도 꽃무릇이 곱게 피었다.
<… 꽃이 / 피는 건 힘들어도 / 지는 건 잠깐이더군 / … / 꽃이 / 지는 건 쉬워도 / 잊는 건 한참이더군 /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라는 시를 떠올린다. 이제 더 바람이 차지면 꽃무릇도 허무하게 질 테다. 허나 ‘잊는 것은 영영 한참’일 테다.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용천사는 꽃무릇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절 주변으로 온갖 야생식물들이 키를 키우고 녹차나무 향을 내뿜는다. 항아리를 탑처럼 쌓은 조형물 너머로 보이는 너른 저수지는 평화롭다.
그 길로 조금만 더 가면 초가로 지은 다원이 있는데, 다원 앞에 만들어둔 작은 연못가에도 꽃무릇이 곱게 피었다.
<… 꽃이 / 피는 건 힘들어도 / 지는 건 잠깐이더군 / … / 꽃이 / 지는 건 쉬워도 / 잊는 건 한참이더군 /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라는 시를 떠올린다. 이제 더 바람이 차지면 꽃무릇도 허무하게 질 테다. 허나 ‘잊는 것은 영영 한참’일 테다.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