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천연염색문화관
나주 천연염색문화관
by 운영자 2008.10.10
땅 위에 파란 하늘을 말린다
‘쪽빛 가을 하늘’이라는 말은 가을 하늘빛을 표현하는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물빛만큼 맑은 쪽빛을 두고 왜 가을 하늘빛이라 했을까. 봄 하늘, 여름 하늘 모두 화창한데 말이다. 실제 다른 계절과 견주어 가을 하늘이 더 파랗다고 한다. 봄 황사나 여름의 습한 기운이 없기 때문.
나주 다시면의 나주천연염색문화관은 쪽빛 가을 하늘이 땅 위로 내려왔다. 파란 하늘이 땅 위로 내려온 듯, 파란 바다가 남실대듯하다.
순천에서 광주를 빠져나와 나주천연염색문화관에 이르는 국도에 접어들자 들쑥날쑥 복잡한 풍경이 사그라진다. 산은 더욱 나직하게 내려앉았고 영산강 줄기를 따라 펼쳐진 들판은 목을 빼고 끝을 찾아야 할 만큼 드넓다. 바다만큼 멋진 풍경이 가을 들판의 풍경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나주를 천년 목사 고을로 만든 것은 호남의 젖줄 영산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담양 용추봉 용소에서 발원한 영산강은 담양, 광주 들판을 굽이굽이 돌아 나주를 가로질러 무안과 영암 사이로 빠져 나간다. 영산강 유역에 끝없이 펼쳐진 나주평야는 일찍이 호남을 우리나라 제일 곡창지대로 만들었다.
‘쪽빛 가을 하늘’이라는 말은 가을 하늘빛을 표현하는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물빛만큼 맑은 쪽빛을 두고 왜 가을 하늘빛이라 했을까. 봄 하늘, 여름 하늘 모두 화창한데 말이다. 실제 다른 계절과 견주어 가을 하늘이 더 파랗다고 한다. 봄 황사나 여름의 습한 기운이 없기 때문.
나주 다시면의 나주천연염색문화관은 쪽빛 가을 하늘이 땅 위로 내려왔다. 파란 하늘이 땅 위로 내려온 듯, 파란 바다가 남실대듯하다.
순천에서 광주를 빠져나와 나주천연염색문화관에 이르는 국도에 접어들자 들쑥날쑥 복잡한 풍경이 사그라진다. 산은 더욱 나직하게 내려앉았고 영산강 줄기를 따라 펼쳐진 들판은 목을 빼고 끝을 찾아야 할 만큼 드넓다. 바다만큼 멋진 풍경이 가을 들판의 풍경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나주를 천년 목사 고을로 만든 것은 호남의 젖줄 영산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담양 용추봉 용소에서 발원한 영산강은 담양, 광주 들판을 굽이굽이 돌아 나주를 가로질러 무안과 영암 사이로 빠져 나간다. 영산강 유역에 끝없이 펼쳐진 나주평야는 일찍이 호남을 우리나라 제일 곡창지대로 만들었다.
[ 사진설명 : 조몰조몰 작은 손으로 염색 체험하는 아이들 ]
나주의 풍년이 호남의 풍년이었으며 이는 곧 우리나라의 풍년을 가져왔다. 들판뿐만 아니라 마을회관 앞의 감나무도 풍년이다. 가지가 찢어질 듯 열린 떫은 감은 붉게붉게 익어간다.
나주천연염색문화관에 다다른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앞을 보니 초가원두막 위에 주렁주렁 박이 매달렸다. 초록이 사그라지는 지금, 연초록의 박이 유독 예뻐 보인다.
차에 내리니 저만치서 재잘재잘 삐악삐악 참새 소리 병아리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가니 천연염색 체험관 안, 아이들이 한가득이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오동통한 팔을 내 조물조물 작은 손으로 천을 조몰락거린다. 깔깔깔 봄꽃 터지듯 아이들의 웃음이 터진다. 염색물은 아이들의 팔에도, 얼굴에도, 옷에도 튀었지만 혼날 걱정보다는 즐거움이 먼저다.
나주의 풍년이 호남의 풍년이었으며 이는 곧 우리나라의 풍년을 가져왔다. 들판뿐만 아니라 마을회관 앞의 감나무도 풍년이다. 가지가 찢어질 듯 열린 떫은 감은 붉게붉게 익어간다.
나주천연염색문화관에 다다른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앞을 보니 초가원두막 위에 주렁주렁 박이 매달렸다. 초록이 사그라지는 지금, 연초록의 박이 유독 예뻐 보인다.
차에 내리니 저만치서 재잘재잘 삐악삐악 참새 소리 병아리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가니 천연염색 체험관 안, 아이들이 한가득이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오동통한 팔을 내 조물조물 작은 손으로 천을 조몰락거린다. 깔깔깔 봄꽃 터지듯 아이들의 웃음이 터진다. 염색물은 아이들의 팔에도, 얼굴에도, 옷에도 튀었지만 혼날 걱정보다는 즐거움이 먼저다.
[ 사진설명 : 나주 들판에 벼가 익어간다. 감도 익어간다. 이제 사람만 익으면 된다 ]
체험관 마당에는 이미 다른 이들이 체험을 끝낸 쪽빛 염색 천이 펄럭인다. 볕 좋은 가을 낮, 파란 하늘이 마당 위 빨랫줄 빠장빠장 마르고 있다. 멀리서 보면 바다가 넘실대는 것 같기도 하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 고추를 따서 말린다 //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 가을볕이 너무 좋아 / 가만히 나를 말린다 // 내 슬픔을 / 상처 난 욕망을 // 투명하게 드러나는 / 살아온 날들을> ― 박노해 ‘가을 볕’
팝콘처럼 터지는 아이들 웃음을 뒤로 하고 천연염색전시관으로 향한다. 쪽, 감, 치자 등 천연 재료로 물을 들인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옷은 물론 머플러, 손수건, 방석, 이불, 넥타이, 휴대폰 고리까지 천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천연 염색 천으로 제작됐다. 하나같이 색이 지나치지 않는다. 빨강 파랑 원색에 익숙한 눈이 절로 순해진다.
체험관 마당에는 이미 다른 이들이 체험을 끝낸 쪽빛 염색 천이 펄럭인다. 볕 좋은 가을 낮, 파란 하늘이 마당 위 빨랫줄 빠장빠장 마르고 있다. 멀리서 보면 바다가 넘실대는 것 같기도 하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 고추를 따서 말린다 //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 가을볕이 너무 좋아 / 가만히 나를 말린다 // 내 슬픔을 / 상처 난 욕망을 // 투명하게 드러나는 / 살아온 날들을> ― 박노해 ‘가을 볕’
팝콘처럼 터지는 아이들 웃음을 뒤로 하고 천연염색전시관으로 향한다. 쪽, 감, 치자 등 천연 재료로 물을 들인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옷은 물론 머플러, 손수건, 방석, 이불, 넥타이, 휴대폰 고리까지 천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천연 염색 천으로 제작됐다. 하나같이 색이 지나치지 않는다. 빨강 파랑 원색에 익숙한 눈이 절로 순해진다.
[ 사진설명 : 나주천연염색체험관 전시관 안에는 결 고운 우리 색들이 모두 모였다. 실패에 정갈하게 감긴 자연의 색들 ]
뿐만 아니라 씨를 뿌리고 거둬 염색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모형과 베를 짜는 과정도 자세히 설명해뒀다. 할머니가 발을 굴려 옷을 짓던 옛날 미싱도 눈길을 잡아끈다.
오늘 하루는 눈이 참 순해진다. 인공문물이 없어도 눈은 뻑뻑하지 않고, 안경이 없어도 세상이 뿌옇지 않다. 나주평야 들녘의 은은한 금빛과 색을 낮춘 주황빛 감, 은은한 천연의 색 덕이리라.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색깔은 하나같이 오만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는다.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한눈에 눈에 들어오게 하기 보다는 있는 듯 없는 듯 정갈하다.
내가 먼저 눈에 띄어 더 잘 살아보려는 약육강식의 법칙의 자연의 색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대신 서로서로에게 더 잘 어울리려 배려하고 낮추는 힘이 담겼다. 자연의 색에 마음까지도 겸손하게 물든다.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
뿐만 아니라 씨를 뿌리고 거둬 염색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모형과 베를 짜는 과정도 자세히 설명해뒀다. 할머니가 발을 굴려 옷을 짓던 옛날 미싱도 눈길을 잡아끈다.
오늘 하루는 눈이 참 순해진다. 인공문물이 없어도 눈은 뻑뻑하지 않고, 안경이 없어도 세상이 뿌옇지 않다. 나주평야 들녘의 은은한 금빛과 색을 낮춘 주황빛 감, 은은한 천연의 색 덕이리라.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색깔은 하나같이 오만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는다.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한눈에 눈에 들어오게 하기 보다는 있는 듯 없는 듯 정갈하다.
내가 먼저 눈에 띄어 더 잘 살아보려는 약육강식의 법칙의 자연의 색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대신 서로서로에게 더 잘 어울리려 배려하고 낮추는 힘이 담겼다. 자연의 색에 마음까지도 겸손하게 물든다.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