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곡성 ‘섬진강천문대’

곡성 ‘섬진강천문대’

by 운영자 2009.02.06


별 헤는 겨울 밤


2월,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겨울과 봄이 공존한다.
겨울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른 아침, 늦은 저녁 코로 파고드는 시원하고 명징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채 한달도 남지 않았다. 겨울을 좋아하는 까닭이 바로 이 시원한 공기 때문인데….

깊숙이 숨을 들이마셔도 콧속이 검어지지 않는 곳, 겨울 청량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이왕이면 칠흑 같은 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도 헤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조용히, 가는 겨울을 즐길 수 있는 곳.

곡성 섬진강변의 ‘섬진강천문대’로 향한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를 읊조리며.
별과 달 그리고 나와 나누는 대화
새까만 밤하늘 별 총총


“와! 달이다.”
“엄마, 달에 크레이터가 보여요.”
“언니 얼굴에 여드름 자국 같다. 하하하”

망원경에 딱 붙은 아이들이 소리친다. 별도 보이고 달도 보이고 별 색깔이 빨갛고….
아이들의 말수가 유난히 많아진다.

1609년 겨울,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긴 원통에 눈을 박고 올려다본 하늘 위 달에서 그는 놀라운 모습을 발견한다. ‘아, 저 달에도 산이 있고 계곡이 있구나.’

달을 본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탄식이다.
달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 하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갈릴레오 갈릴레이. 그리고 꼭 400년이 흘렀다.

올해는 ‘세계 천문의 해’. 갈릴레오가 천체 망원경을 사용해 우주를 관측한지 400년이 지난 올해를 기념하기 위해 UN이 천문의 해로 정했다.
1609년 갈릴레이는 허술한 망원경 하나로 우주를 관찰했다. 달 표면에 분화구가 있었고, 태양의 흑점이 이동하는 것도 봤다. 목성에 4개의 위성이 달려 있고 이 위성이 목성의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지구는 (태양을) 돈다’였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미지의 세계 하늘을 관찰한다.
지구 밖 드넓은 세계 여행은 이렇게 하늘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곡성 섬진강변의 섬진강천문대는 순천광양에서 40여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
섬진강 기차도 타고 섬진강변 여행도 하고 별도 볼 수 있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지난 2007년 세워진 이곳은 천체 관측을 위한 세 가지 코스가 정해졌다.
가장 처음은 천체투영실. 천체 관측을 위한 기본적인 지식을 공부하는 곳이라고 하면 설명이 쉽다. 기본적인 게절별 별자리, 별의 밝기, 별릐 생성과 소멸 등을 공부할 수 있는 곳.

공부라고는 하지만 책상에 바른 자세로 앉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몸을 뒤로 젖혀 눕다시피 하는 자세로 공부한다.

마치 하늘을 쳐다보듯 말이다.
자리에 앉아 의자 옆 버튼을 누르면 의자가 뒤로 젖혀진다. 그 상태에서 위를 보자. 까만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영상물을 통해 배우는 별과 하늘은 실제처럼 생생하다.

25분 정도의 공부가 끝나면 이제 2층 주관측실로 올라가 직접 별과 달, 하늘을 관찰한다. 별을 보려면 어두운 것이 좋다. 대도시의 휘황한 불빛에선 별과 달을 찾기 힘들다.

또한 휘영청 보름달이 떴을 때도 피하는 것이 좋다.
별 보기 가장 좋은 때는 겨울. 그 가운데서도 눈 오고 난 다음날 아주 햇살이 쨍 했을 때다. 겨울은 대기의 흐름이 안정적이라 가장 별을 관찰하기 좋은 계절.

주관측실은 이곳에서 근무하는 천문학자들의 설명이 곁들여진다. 달을 본다. 울퉁불퉁한 달의 크레이터가 보인다. 석고 같은 느낌의 달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매끄럽고 노란빛이 아니다.
밤하늘에 가장 반짝이는 별 시리우스도 보인다. 시리우스는 젊은 별. 그렇기에 밝고 하얀빛을 뿜어낸다.

별이 나이가 들수록 별의 빛은 노란색에서 붉은빛으로 변하고 점점 어두워진다. 겨울철 별자리에 대한 설명도 이어진다. 사위는 어둡고 별은 총총하다. 겨울밤 공기는 차고 생각은 명징해진다. 멀리 달나라 별나라로 여행하는 꿈이라도 꾸는지 재잘재잘대던 아이들도 말수가 줄어든다.

주관측실의 관찰이 끝나면 보조관측실에서의 관측이 이어진다. 돔 모양의 천장이 열리고 그 사이로 망원경을 통해 관측이 시작된다.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의 경계일수록 달의 크레이터는 더 또렷해진다.“에게? 별이 그냥 동그랗잖아. 별이 우리 얼굴에 있는 점 같아요.”

관찰하던 아이 하나가 소리치자 아이들이 깔깔 웃는다.
“이제 별 그릴 때 그냥 동그랗게 그릴래.”

관측이 끝나고 내려오자 사위가 시커멓다. 지나는 차들도 발길이 뜸하다.
천문대를 찾기 전에는 날씨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날이 맑은 날일수록 별이 더 잘 보인다.

또 추위를 대비해 옷을 두껍게 갖춰 입자.
이곳 섬진강천문대의 관측시간은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오후 2시, 3시, 저녁 6시30분, 7시 30분, 8시 30분, 9시 30분 모두 6차례 관람할 수 있다.

태양을 관찰하려면 낮에, 별과 달을 보려면 밤이 좋다.
문의 http://www.stargs.or.kr, 363-8528.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신문사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