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 도리포 ‘바람’맞이
전남 무안 도리포 ‘바람’맞이
by 운영자 2009.03.13
봄, 바다에 ‘훈풍’을 선물하다
팡팡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꽃을 보며 ‘봄이 왔구나’ 작은 탄성을 내뱉는다. 사람들은 들에만 산에만 봄이 온 줄 아는 모양이다. 아닌데, 아닌데. 봄은 멀리 바다 너머에도 당도했는데….
바람도 색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부는 바람의 색은 병아리색일 것만 같다. 따뜻한 봄볕이 바람의 색을 노오랗게 물들였을 것.
멀리 서쪽 땅끝 무안 도리포에도 봄이 왔다. 한낮, 햇살을 붙잡은 개펄은 눈을 가느다랗게 떠야할 만큼 눈부시다. 황토 들녘에는 마늘, 양파, 보리가 푸른빛을 더해간다. 도리포 뱃사람들에게 부는 바람은 ‘이만하면’ 훈풍이다. 바다 건너 온 바람에서는 짠내, 비린내 대신 달큰한 봄내, 꽃내가 난다.
전남 무안 해제반도, 들과 바다에 한꺼번에 봄이 안긴다.
하늘을 이고 있는 마늘밭 너머 개펄이 펼쳐지고, 양파밭 너머엔 파도가 남실댄다. 마늘밭, 양파밭 가운데 선 소나무도 덩달아 푸르고 그 너머 산수유도 노란 꽃망울을 벌렸다.
팡팡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꽃을 보며 ‘봄이 왔구나’ 작은 탄성을 내뱉는다. 사람들은 들에만 산에만 봄이 온 줄 아는 모양이다. 아닌데, 아닌데. 봄은 멀리 바다 너머에도 당도했는데….
바람도 색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부는 바람의 색은 병아리색일 것만 같다. 따뜻한 봄볕이 바람의 색을 노오랗게 물들였을 것.
멀리 서쪽 땅끝 무안 도리포에도 봄이 왔다. 한낮, 햇살을 붙잡은 개펄은 눈을 가느다랗게 떠야할 만큼 눈부시다. 황토 들녘에는 마늘, 양파, 보리가 푸른빛을 더해간다. 도리포 뱃사람들에게 부는 바람은 ‘이만하면’ 훈풍이다. 바다 건너 온 바람에서는 짠내, 비린내 대신 달큰한 봄내, 꽃내가 난다.
전남 무안 해제반도, 들과 바다에 한꺼번에 봄이 안긴다.
하늘을 이고 있는 마늘밭 너머 개펄이 펼쳐지고, 양파밭 너머엔 파도가 남실댄다. 마늘밭, 양파밭 가운데 선 소나무도 덩달아 푸르고 그 너머 산수유도 노란 꽃망울을 벌렸다.
“여그는 진작부텀 봄이여”
무안, 붉은 황토밭 지나 푸른 마늘밭ㆍ감태밭
봄. 땅과 바다가 스르르 풀렸다. 논개 가락지 깍지마냥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기운을 잃었다. 땅은 점점 그 색이 짙어지고, 바람은 소마냥 순해졌다. 봄기운이 밀어닥치는 남도는 봄색이 찬란하다.
땅과 바다가 이마와 머리카락마냥 ‘바짝’ 붙은 전남 무안은 그래서 땅과 바다의 봄을 한번에 즐길 수 있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마당 쓸고 동전 줍는 격. 앉은 자리 탈탈 털고 일어나 무안으로 향한다. 봄 잡으러 간다.
무안까지 가는 길이 쉬워졌다. 시원스레 뚫린 고속도로 덕에 걸음이 가볍다. 북무안 나들목에 들어서 오른쪽 해제ㆍ현경 방면을 죽 따라간다. 편도 1차선의 시골길이니 속도를 낮추자.
그러면 붉은 황토밭에 찾아든 푸른 봄을 더 오래 즐길 수 있다. 현경 방면으로 가다 ‘송계갯벌체험’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오른편으로 들어 곧장 달리면 그곳이 도리포다.
무안, 붉은 황토밭 지나 푸른 마늘밭ㆍ감태밭
봄. 땅과 바다가 스르르 풀렸다. 논개 가락지 깍지마냥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기운을 잃었다. 땅은 점점 그 색이 짙어지고, 바람은 소마냥 순해졌다. 봄기운이 밀어닥치는 남도는 봄색이 찬란하다.
땅과 바다가 이마와 머리카락마냥 ‘바짝’ 붙은 전남 무안은 그래서 땅과 바다의 봄을 한번에 즐길 수 있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마당 쓸고 동전 줍는 격. 앉은 자리 탈탈 털고 일어나 무안으로 향한다. 봄 잡으러 간다.
무안까지 가는 길이 쉬워졌다. 시원스레 뚫린 고속도로 덕에 걸음이 가볍다. 북무안 나들목에 들어서 오른쪽 해제ㆍ현경 방면을 죽 따라간다. 편도 1차선의 시골길이니 속도를 낮추자.
그러면 붉은 황토밭에 찾아든 푸른 봄을 더 오래 즐길 수 있다. 현경 방면으로 가다 ‘송계갯벌체험’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오른편으로 들어 곧장 달리면 그곳이 도리포다.
[사진설명 : 무안은 쌉싸름한 감태로도 유명하다]
무안 들녘은 황토 땅이다. 도리포 가는 곳곳 붉은 황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붉은 흙 위로 파랗게 자라난 마늘과 양파밭은 또 얼마나 대조를 이루는지, 한낮에 보면 마치 초여름 들녘처럼 보인다.
무안은 양파와 마늘의 주산지. 바닷바람 맞고 자란 마늘과 양파 맛은 맵지 않고 달다. 도리포 가는 길, 쭈그리고 허리를 굽혀 일하는 주민들이 점점이 많다.
무안 들녘은 황토 땅이다. 도리포 가는 곳곳 붉은 황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붉은 흙 위로 파랗게 자라난 마늘과 양파밭은 또 얼마나 대조를 이루는지, 한낮에 보면 마치 초여름 들녘처럼 보인다.
무안은 양파와 마늘의 주산지. 바닷바람 맞고 자란 마늘과 양파 맛은 맵지 않고 달다. 도리포 가는 길, 쭈그리고 허리를 굽혀 일하는 주민들이 점점이 많다.
[사진설명 : 푸른 양파밭, 허리를 숙인 주민들에게는 ‘진작부터’ 봄이었다.]
“마늘이랑 양파 보면 몰라? 여그는 진작부텀 봄이여.”
파릇파릇 키가 큰 마늘ㆍ양파를 보면 ‘진작부터 봄’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빈 밭에는 주인이 미처 캐가지 않은 갓도 심심찮게 남았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진짜배기’ 갓을 캐는 관광객들도 눈에 띈다.
무안 해제반도는 바다를 향해 뻗어나간 육지가 마치 사슴뿔 모양을 하고 있다. 밀물이 들면 뭍의 폭이 겨우 500m밖에 안 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양쪽에 바다를 끼고 있어 동쪽도 바다고, 서쪽도 바다다. 동쪽으로는 함평만의 길목이며 북서쪽으로 칠산바다를 두르고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뜨는 해와 지는 해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서해바다에서도 해가 뜨는 진귀한 풍광은 이곳만의 색다른 매력.
이곳은 산다운 산이 없는 구릉지대. 처녀 아랫배마냥 부드럽게 봉긋한 황토밭 바다와 잇닿아 있다. 해제반도에서 가장 높다는 봉대산이 200여 미터라니 알만하다.
도리포에 들어선다. 해질녘, 연한 안개가 깔린 도리포 마을은 인적이 드물다. 갈매기 울음소리가 아니라면, 멀리 빠르게 전진하는 배가 아니라면 적막하기까지 했을 터다. 바람을 맞는다. 도시에서의 바람하고 댈 수는 없지만, 가볍다. 시원하기까지 하다.
전망대라는 거창한 이름이 좀 쑥스러운 2층 전망대에 오른다. 멀리 배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해가 느릿한 걸음으로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온다.
“마늘이랑 양파 보면 몰라? 여그는 진작부텀 봄이여.”
파릇파릇 키가 큰 마늘ㆍ양파를 보면 ‘진작부터 봄’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빈 밭에는 주인이 미처 캐가지 않은 갓도 심심찮게 남았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진짜배기’ 갓을 캐는 관광객들도 눈에 띈다.
무안 해제반도는 바다를 향해 뻗어나간 육지가 마치 사슴뿔 모양을 하고 있다. 밀물이 들면 뭍의 폭이 겨우 500m밖에 안 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양쪽에 바다를 끼고 있어 동쪽도 바다고, 서쪽도 바다다. 동쪽으로는 함평만의 길목이며 북서쪽으로 칠산바다를 두르고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뜨는 해와 지는 해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서해바다에서도 해가 뜨는 진귀한 풍광은 이곳만의 색다른 매력.
이곳은 산다운 산이 없는 구릉지대. 처녀 아랫배마냥 부드럽게 봉긋한 황토밭 바다와 잇닿아 있다. 해제반도에서 가장 높다는 봉대산이 200여 미터라니 알만하다.
도리포에 들어선다. 해질녘, 연한 안개가 깔린 도리포 마을은 인적이 드물다. 갈매기 울음소리가 아니라면, 멀리 빠르게 전진하는 배가 아니라면 적막하기까지 했을 터다. 바람을 맞는다. 도시에서의 바람하고 댈 수는 없지만, 가볍다. 시원하기까지 하다.
전망대라는 거창한 이름이 좀 쑥스러운 2층 전망대에 오른다. 멀리 배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해가 느릿한 걸음으로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온다.
[사진설명 : 물이 나간 바위섬. 뱃사람들의 무사귀환을 빈다]
더 늦기 전에 물이 나가 드러난 낮은 바위섬까지 걸어간다. 바위섬 가장 위에는 ‘행운을 비는 나무’가 심겼다. 바닷사람들의 무사귀환을 위한 소주와 소주잔, 초가 놓였다. 눈을 감고 바람을 맞으며 가만 소원을 빌어본다. ‘이루어 주소서.’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더 늦기 전에 물이 나가 드러난 낮은 바위섬까지 걸어간다. 바위섬 가장 위에는 ‘행운을 비는 나무’가 심겼다. 바닷사람들의 무사귀환을 위한 소주와 소주잔, 초가 놓였다. 눈을 감고 바람을 맞으며 가만 소원을 빌어본다. ‘이루어 주소서.’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