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임실 ‘구담마을’
전북 임실 ‘구담마을’
by 운영자 2009.04.03
봄이 오는 섬진강 줄기 따라
습자지가 물을 빨아올리듯, 봄이 밀려옵니다.
여기는 섬진강 상류 전라북도 임실입니다. 저 아래 하동, 광양, 구례에서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봄이 벌써 임실에까지 도착했습니다.
전북 진안에서 발원해서 임실과 순창을 거쳐 전남 곡성, 구례, 경남 하동으로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가에는 지금 봄의 아우성이 들립니다. 섬진강변, 이미 봄이 화려한 봉우리를 활짝 터뜨렸습니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섬진강 물길을 따라, 고운 봄볕을 따라 봄의 자취를 밟아갑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섬진강 오백리 길에서도 임실의 천담과 구담을 거쳐 장구목으로 드는 물굽이가 가장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시인이 극찬한 그 길을 따라, 아름다운 물 굽이굽이 봄의 소리를 듣습니다. 운동화 한 켤레면 준비는 끝입니다.
흙냄새, 강물 소리, 봄 새싹. 산이 깊어지고 섬진강 강물 소리가 더 크게 들릴수록, 세상의 소리와 멀어져 온전한 자유와 고요가 가득 찹니다.
습자지가 물을 빨아올리듯, 봄이 밀려옵니다.
여기는 섬진강 상류 전라북도 임실입니다. 저 아래 하동, 광양, 구례에서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봄이 벌써 임실에까지 도착했습니다.
전북 진안에서 발원해서 임실과 순창을 거쳐 전남 곡성, 구례, 경남 하동으로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가에는 지금 봄의 아우성이 들립니다. 섬진강변, 이미 봄이 화려한 봉우리를 활짝 터뜨렸습니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섬진강 물길을 따라, 고운 봄볕을 따라 봄의 자취를 밟아갑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섬진강 오백리 길에서도 임실의 천담과 구담을 거쳐 장구목으로 드는 물굽이가 가장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시인이 극찬한 그 길을 따라, 아름다운 물 굽이굽이 봄의 소리를 듣습니다. 운동화 한 켤레면 준비는 끝입니다.
흙냄새, 강물 소리, 봄 새싹. 산이 깊어지고 섬진강 강물 소리가 더 크게 들릴수록, 세상의 소리와 멀어져 온전한 자유와 고요가 가득 찹니다.
[사진설명 : 섬진강가 버들개지가 통통한 눈을 달고 있다. 그 너머로는 섬진강이 반짝인다.]
시간의 강을 ‘훌쩍’ 뛰어넘어
갚은 산, 맑은 강가에서 만난 봄
전북 임실군 덕치면 ‘봄 길 걷기’
2009년. 우주선 타고 달나라도 가고, 전화 한통으로 방안의 형광등을 켜는 것이 가능한 세상이다. 안 되는 것보다 되는 것이 훨씬 많은, 불편한 것보다 편한 것이 더 큰 세상이다.
헌데 이곳, 전북 임실 덕치면은 시간이 길을 잃고 조금 늦게 도착한 듯하다.
형형색색의 불빛 대신, 산수유색 전구 ‘다마’가 불을 밝히고, 빠른 자동차나 버스 대신 걷는 것이 일상이다. 빠른 박자와 높낮이가 큰 노래 소리 대신 ‘음메 음메’ 소 울음소리가 들리고, 몸에 잘 맞는 옷과 높은 구두 차림 대신 넉넉한 몸빼바지와 농약 이름이 선명하게 수놓인 초록 모자가 대세다.
시간의 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 여기에 봄이 찾아왔다. 분주하고 번잡한 도시의 봄보다 훨씬 빛난다.
시간의 강을 ‘훌쩍’ 뛰어넘어
갚은 산, 맑은 강가에서 만난 봄
전북 임실군 덕치면 ‘봄 길 걷기’
2009년. 우주선 타고 달나라도 가고, 전화 한통으로 방안의 형광등을 켜는 것이 가능한 세상이다. 안 되는 것보다 되는 것이 훨씬 많은, 불편한 것보다 편한 것이 더 큰 세상이다.
헌데 이곳, 전북 임실 덕치면은 시간이 길을 잃고 조금 늦게 도착한 듯하다.
형형색색의 불빛 대신, 산수유색 전구 ‘다마’가 불을 밝히고, 빠른 자동차나 버스 대신 걷는 것이 일상이다. 빠른 박자와 높낮이가 큰 노래 소리 대신 ‘음메 음메’ 소 울음소리가 들리고, 몸에 잘 맞는 옷과 높은 구두 차림 대신 넉넉한 몸빼바지와 농약 이름이 선명하게 수놓인 초록 모자가 대세다.
시간의 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 여기에 봄이 찾아왔다. 분주하고 번잡한 도시의 봄보다 훨씬 빛난다.
[사진설명 :구담마을 길이 끊어진 맨 위쪽의 느티나무. 이곳에서는 섬진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 .]
임실군 덕치면 구담마을은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기에 그 시절 모습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장소가 꼭 필요했는데, 시간의 흐름이 더딘 이곳이 낙찰됐다. 그만큼 세상의 때가 묻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주인공 성민과 창희가 친구와 작전을 꾸미고, 미군 부대원들의 빨래 빠는 일감을 맡은 창희 엄마가 빨래를 담가 놓은 저 옆으로 창희와 친구들이 물장구를 치며 노는 곳, 낮은 돌담과 좁은 고샅. 이제는 좀처럼 가질 수 없는 옛날의 풍경이 임실 덕치면 구담마을에는 여전히 살고 있다.
이곳 구담마을까지의 길은 녹록찮다. 거리도 거리고 비좁은 길도 길이지만 내비게이션 첨단 장비로도 검색이 어려워, 면사무소에서 길을 물어야 할 정도. 게다가 버스도 마을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그 옆 천담마을까지만 들어와, 걷는 것이 일상이다.
덕치면사무소 직원들에게 길을 물은 뒤, 약도대로 차를 몬다. 하지만 가는 중간중간 ‘이 길이 맞나’ 싶다. 그렇지 않아도 깊은 산속을 더 들어가야 하다니! 그나마 다행인 것은 봄이 찾아온 섬진강가에 노란 산수유며 매화가 곱게 피었다는 사실.
졸졸졸 흐르는 섬진강 물 소리를 가까이서, 조용히 들을 수 있는 것도 행운이다. 늙고 흐려진 길을 따라 간다. 작은 다리를 하나 건너, 천담마을 앞의 커다란 느티나무와 정자를 옆으로 끼고 섬진강 자락을 따라 도는 산길을 꼬불꼬불 돌아가면 마치 숨겨진 작은 마을 하나가 나온다.
10여 세대 스무 명 남짓한 주민이 살고 있는 이곳에 가면 도로가 끝나는 지점은 마을회관. 회관에서 바로 뒤쪽의 커다란 느티나무 쪽으로 오솔길을 따라 가면 언덕 위에 공터가 있고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지라고 쓴 기념비가 나온다.
아직 봄기운이 ‘와락’ 미치지 않은 느티나무는 황량하지만 운치 있다.
느티나무 옆 자리에 서서 내려다보면 섬진강이 저무는 해에 반사돼 은빛 물결로 일렁이는 아름다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 중턱, 옹기종기 모여든 빨강 파랑의 지붕들도 반갑다.
임실군 덕치면 구담마을은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기에 그 시절 모습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장소가 꼭 필요했는데, 시간의 흐름이 더딘 이곳이 낙찰됐다. 그만큼 세상의 때가 묻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주인공 성민과 창희가 친구와 작전을 꾸미고, 미군 부대원들의 빨래 빠는 일감을 맡은 창희 엄마가 빨래를 담가 놓은 저 옆으로 창희와 친구들이 물장구를 치며 노는 곳, 낮은 돌담과 좁은 고샅. 이제는 좀처럼 가질 수 없는 옛날의 풍경이 임실 덕치면 구담마을에는 여전히 살고 있다.
이곳 구담마을까지의 길은 녹록찮다. 거리도 거리고 비좁은 길도 길이지만 내비게이션 첨단 장비로도 검색이 어려워, 면사무소에서 길을 물어야 할 정도. 게다가 버스도 마을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그 옆 천담마을까지만 들어와, 걷는 것이 일상이다.
덕치면사무소 직원들에게 길을 물은 뒤, 약도대로 차를 몬다. 하지만 가는 중간중간 ‘이 길이 맞나’ 싶다. 그렇지 않아도 깊은 산속을 더 들어가야 하다니! 그나마 다행인 것은 봄이 찾아온 섬진강가에 노란 산수유며 매화가 곱게 피었다는 사실.
졸졸졸 흐르는 섬진강 물 소리를 가까이서, 조용히 들을 수 있는 것도 행운이다. 늙고 흐려진 길을 따라 간다. 작은 다리를 하나 건너, 천담마을 앞의 커다란 느티나무와 정자를 옆으로 끼고 섬진강 자락을 따라 도는 산길을 꼬불꼬불 돌아가면 마치 숨겨진 작은 마을 하나가 나온다.
10여 세대 스무 명 남짓한 주민이 살고 있는 이곳에 가면 도로가 끝나는 지점은 마을회관. 회관에서 바로 뒤쪽의 커다란 느티나무 쪽으로 오솔길을 따라 가면 언덕 위에 공터가 있고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지라고 쓴 기념비가 나온다.
아직 봄기운이 ‘와락’ 미치지 않은 느티나무는 황량하지만 운치 있다.
느티나무 옆 자리에 서서 내려다보면 섬진강이 저무는 해에 반사돼 은빛 물결로 일렁이는 아름다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 중턱, 옹기종기 모여든 빨강 파랑의 지붕들도 반갑다.
[사진설명 : 섬진강 물길 상류 임실 구담마을에도 봄이 찾아왔다.]
살얼음 풀린 섬진강은 ‘돌돌돌’ 흐르고, 버들개지며 온갖 나무들이 새순을 내밀고 있다. 장독 너머 산수유나무는 노란 꽃을 방울방울 달고 있고, 줄 지어 선 매화나무에는 할머니 다락 속 강냉이 튀밥마냥 매화꽃이 피었다.
좁은 고샅을 따라 걸으면 이름 모를 풀꽃들도 만날 수 있다.
도시의 번잡한 봄꽃놀이가 질린다면 섬진강 물길 따라 떠나는 봄꽃놀이는 어떨까.
살얼음 풀린 섬진강은 ‘돌돌돌’ 흐르고, 버들개지며 온갖 나무들이 새순을 내밀고 있다. 장독 너머 산수유나무는 노란 꽃을 방울방울 달고 있고, 줄 지어 선 매화나무에는 할머니 다락 속 강냉이 튀밥마냥 매화꽃이 피었다.
좁은 고샅을 따라 걸으면 이름 모를 풀꽃들도 만날 수 있다.
도시의 번잡한 봄꽃놀이가 질린다면 섬진강 물길 따라 떠나는 봄꽃놀이는 어떨까.
[사진설명 : 아빠 엄마따라 ‘섬진강 길 따라 걷기’에 나선 아이. 징검다리를 폴짝 건넌다.]
봄볕 그득한 강물을 내다보며 걷다가 강물에 손도 담가보고, 어린 시절 비틀비틀 건넜던 징검다리도 건너고, 매화나무 아래서 간단히 요기도 하고. 다듬어지지 않아 더 귀하고 또 아름다운 섬진강 물줄기 봄나들이.
[사진설명 :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봄볕 그득한 강물을 내다보며 걷다가 강물에 손도 담가보고, 어린 시절 비틀비틀 건넜던 징검다리도 건너고, 매화나무 아래서 간단히 요기도 하고. 다듬어지지 않아 더 귀하고 또 아름다운 섬진강 물줄기 봄나들이.
[사진설명 :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