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함평 자연생태공원에 찾아든 ‘봄’

함평 자연생태공원에 찾아든 ‘봄’

by 운영자 2009.04.10

봄이 길을 묻거든…

봄이 흐드러진다. 팡팡 터지는 봄꽃. 연초록 새싹들도 자잘한 잎을 삐죽삐죽 내민다. 눈부신 햇살은 또 어떤가. 봄이 한가운데를 향해 달려간다.

미치게 좋은 봄은 몸속의 신경 다발을 곤두서게 만든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와, 좋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럴 땐, 마음껏 크게 봄을 들이마시는 것이 좋다. 큰소리로 ‘오메, 좋은그’ 소리도 치고, 열일곱 여고생처럼 맘껏 깔깔거려도 보자. 풀섶에 풀썩 주저앉아 한참 수다를 떨다가, 나무 그늘 이불 삼아 설핏 잠이 들어도 좋겠다. 이름 모를 봄꽃들 속을 느릿느릿 걸어도 보자.

멀리 떠나자. 봄이 와글와글 대는 곳으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봄나들이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마음을 던져줄 때, 마음을 활짝 열어젖힐 때 봄은 제대로 보이고 또 느낀다.

꽃잔디 분홍빛이 어찌 이리도 고운지, 히아신스 모양이 어쩜 이리도 귀여운지, 할미꽃의 허리는 왜 그리도 깊이 구부러져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마음으로, 온몸의 솜털로 봄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사진설명 : 함평 가는 길. 논에 털썩 주저앉아 자운영 나물을 뜯고 있는 아낙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봄’하면 꽃이제, 꽃!
함평 천지 꽃밭에 취하기

봄은 역시 꽃이다.
봄에는 꽃놀이, 여름엔 물놀이, 가을엔 단풍놀이…. 불문율처럼 정해진 공식 아닌가. 봄이야말로 꽃밭에서 허우적댈 수 있는 ‘허락된’ 계절. 온갖 봄꽃이 취해보자.

함평 자연생태공원은 온갖 봄꽃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 개나리, 매화, 벚꽃 어느 한 가지 꽃만이 아닌 노랗고 빨간 봄꽃들이 눈 대는 곳마다 초롱초롱 빛난다.

<꽃 한번 / 바라보고 또 돌아보고 // 구름 한번 쳐다보고 / 또 쳐다보고 // 봄엔 사람들 / 우주에 가깝다> - 김지하 ‘새봄’ -

시인 김지하는 ‘새봄’이라는 시에서 봄이면 사람들이 우주에 가까워진다고 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허리 숙여 봄꽃 보고 고개 들어 봄 하늘 보니, 사람도 절로 우주가 될 수밖에 없겠다.

함평 가는 길은 고속도로가 시원스레 뚫려 편하다. 산 너머 초록 잎들이 막 피어나는 생기와 콧구멍이 절로 벌름거려지는 맑은 공기가 더해져 기분까지 상쾌하다.

함평은 나비의 고장, 국화의 고장이라는 수식어 덕인지 밋밋한 공간이 없다. 길가의 가로등 하나도 나비 모양이고, 건물에도 꽃이 피고 나비가 난다. 눈이 심심할 틈이 없다.
함평 자연생태공원은 입구부터 재미나다. 개미 병정들이 철벽 같이 공원을 수비하도 하는 듯 서 있고 왼편에는 재활용품으로 만든 잠자리, 개미, 나비, 하늘소 등의 곤충 구조물들이 참 잘 만들어져 있다.
주차장으로 차를 옮기니 저 멀리 분홍 지붕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가 자세히 보니, 지붕 위에 꽃을 심어뒀다. 눈 대는 곳마다 꽃이라더니 화장실 지붕 위에까지 봄꽃이 환하다. 입구 왼편의 넓은 잔디는 돗자리 깔고 앉아 봄을 즐기기에도 좋겠다.
[사진설명 : 입구 왼편 드넓은 잔디. 돗자리 깔고 쉬어가도 좋겠다.]

공원에 들어선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50년대 풍경을 재현해 둔 모형. 소를 몰고 가는 아이들의 표정이 즐겁다. 그 아래 노랗게 핀 수선화도 곱다.

왼편 길로는 분홍 꽃잔디가 무리지어 피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눈송이에 분홍 꽃물을 들여 뿌린 듯 꽃잔디가 소복하다. 길을 따라 죽 걸어 들어가면 그야말로 꽃 세상이 펼쳐진다.
[사진설명 : 공원에는 이름 모를 꽃들로 가득하다.]

수선화, 히아신스, 꽃잔디뿐만 아니라 이름모를 각종 봄꽃들을 심어두어 느리게 걷다 꽃들과 눈을 맞추기도 좋다. 새끼가 젖 먹으려 졸졸 어미를 따라다니듯 꽃 주변에는 항상 벌과 나비가 맴돈다. 꽃도 보고 나비도 보고 일석이조. 하지만 벌에 쏘이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사진설명 : 나비 생태관에 전시된 나비를 관찰하는 아이들. 부잡스런 아이들도 일순 진지한 표정으로 변한다.]

이곳은 밖에서 만날 수 있는 봄꽃들 말고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꽃 생태학습장, 장미원, 수목원, 생태 녹지섬, 반달가슴곰 관찰원, 나비·곤충 표본전시관, 나비·곤충 생태관, 동양란관, 자생란관 등 다양한 동·식물의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즐비하다. 그러니 겉만 보고 다 봤다고 나오는 일은 없도록 하자.

공원 끝 함평천 위에 만들어진 나무데크를 따라 걸으면 함평천이 눈앞에 드넓게 펼쳐진다. 헌데 이곳은 나비축제를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다. 나무데크를 나와 왼쪽으로 죽 걸으면 놀이공원과 동물원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설명 : 동물원의 반달가슴곰. 지금 봄 일광욕 중이다.

겨울잠에서 깨, 봄 햇살에 일광욕을 즐기며 미끄럼틀을 타는 반달가슴곰도 만날 수 있고, 재미난 놀이기구도 탈 수 있다. 가족들과 한나절 잘 놀기 그만이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