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장성 홍길동테마파크

장성 홍길동테마파크

by 운영자 2009.04.24

“이모, 홍길동이 진짜 살았어요?”

“이모, 저 준엽인데요.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응? 그래, 준엽아. 물어봐.”

“천추태후도 진짜 살았고, 세종대왕도 진짜 있었고, 김홍도랑 신윤복, 대장금도 다 진짜잖아요.”
“응, 그래. 맞아. 엄마가 요즘 준엽이, 위인전 열심히 읽는다더니 진짜 잘 아네?”

“근데, 이모! 그럼 홍길동도 진짜로 살았어요?”
“응?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모 잘 모르겠다. 이모가 공부해서 알려줄게. 기다려.”

며칠 전, 일찍 결혼한 친구의 8살 난 아들 준엽이가 전화를 해, 별안간 홍길동이 실존인물인지 아닌지 묻는다. 부쩍 역사 드라마와 위인전에 관심을 보인다고 자랑하던 친구 말이 생각나, 준엽이와 이야기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위인전집을 들춰봐야겠다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홍길동이 실존 인물일까? 실존 인물이라면 그는 꽉 막힌 조선시대, 세상의 변혁을 꿈꾼 선각자요 혁명아였을 테다.

준엽이 핑계 삼아, 홍길동 공부하러 장성 황룡면 아곡리 아치실마을 홍길동테마파크로 떠난다.
[사진설명 : 홍길동 전시관. 홍길동에 관해 배우기 딱 좋다.]

한가롭게 쉬면서 역사 공부도 하고
“내가 활빈당 행수 홍길동이다”

남녘 들판을 가득 수놓은 봄꽃이 화사하다. 봄볕에 물오른 잎들의 때깔도 하루가 다르고 나무들이 뿜어내는 숨결도 가볍기 그지없다. 목적을 갖지 않더라도 잠깐의 나들이는 기분을 좋게 한다.

허나 앞서 밝혔듯 이번 나들이는 목적이 확실하다. ‘홍길동에 대해 알기’. 목적이 정해진 나들이는 망설일 것이 없다. 그저 정해진 그곳으로 직진이다.

장성 홍길동테마파크는 가는 길이 그리 어렵지 않다. 이정표가 친절하다. 허나 장성 깊숙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길이 옹삭하다. 시골길이니 만큼 규정 속도를 지켜가며 찾아가자.

광주 방면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40여분쯤 달리다 오른쪽 담양 분기점으로 빠져나간다. 그렇게 10여분쯤 달리다 서장성 나들목으로 나간다. 그 다음부터는 눈을 크게 뜨고 이정표를 잘 살피면 가는 길은 쉽다.

들판에는 푸른 보리가 싱그럽고, 비에 맑게 씻긴 하늘은 맑다. 바람이 부쩍 강해지긴 했지만 차 안에서는 더울 정도로 볕이 좋다. 장성에 들어서면 창문을 내릴 것을 권한다.

은근한 소똥 냄새와 온갖 꽃향기, 흙냄새가 일상을 벗어났다는 것을 증명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로 알려진 허균의 홍길동전의 주인공인 ‘홍길동’. 장성군은 홍길동이 실존인물임이 밝혀짐에 따라 지난 2002년 생가를 복원했다.

또한 홍길동전시관에는 출토된 유물과 600여권의 홍길동 관련 책자, 다양한 캐릭터, 입체영상물이 전시되어 있어 홍길동의 생애를 감상할 수 있다.

홍길동테마파크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걷는다. 주차장 가득 꽃잔디며 영산홍이 그득 피었다. 꽃향기를 따라 올라간다. 테마파크로 오르는 길은 깔끔하게 정비됐다.
[사진설명 : 테마파크 옆으로 바로 민가가 있다.]

왼편으로는 가족 단위로 야영을 할 수 있도록 텐트장, 세면장, 취사장 등이 잘 가꿔졌다. 여름방학을 이용, 가족과 야영하면 좋겠다 싶다.

길 오른편으로는 바로 민가가 나란한데 이 점이 참 독특하다. 보통 관광지는 민가와 조금은 떨어져있게 마련인데, 마치 농촌체험이라도 하듯 민가의 삶이 아주 잘 보인다.

길을 따라 오르니 툭 터진 얕은 구릉에 정자와 물, 나무다리, 꽃이 잘 어울려 펼쳐진다. 눈앞이 시원하다. 홍길동에 대해 공부하러 오지 않고 공원 나서듯 ‘이무롭게’ 찾아도 좋겠다. 걷는 길 내내 땅 위 푸른 잔디와 꽃, 주변에 둘러진 나무들이 뿜어내는 향내음에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은 연꽃처럼 맑아진다.

산바람에 팔랑이는 침엽수림의 푸른 손짓도 정겹게 다가온다. 군데군데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의자를 둔 휴식공간이 있어 도시락을 챙겨도 좋을 듯싶다.
[사진설명 : 저 문 뒤로 못된 탐관오리는 얼마나 떨고 있을지.]

홍길동 생가는 길의 맨 끝에 자리하고 있다. 반가의 서얼답게 집은 으리으리하다. 가까이 가서 보면 대문 너머로 길동과 아버지 홍서현이 보인다.
[사진설명 : “저는 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입니까” 불합리함을 외치는 길동.]

“왜 저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입니까?”
당차게 불합리한 현실을 꼬집는 길동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생가에 올라 내려다보니 푸른 들판이 드넓게 펼쳐진다. 아마 길동도 이 풍경을 보며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를 다졌을 듯하다.
[사진설명 : 오는 5월 2일부터 5일까지 장성 홍길동테마파크와 황룡강 일원에서 홍길동 축제가 열린다. “홍길동의 칼을 받아라” 체험에 나선 아이들]

생가를 나와 왼쪽으로 가면 홍길동 전시관이 있다. 홍길동이 실존 인물임을 증명하는 조선왕조실록 등의 각종 자료가 전시됐고, 의적 홍길동의 일대기가 잘 정리돼 있다. 특히 이야기할아버지가 들려주는 홍길동 이야기는 발길을 붙잡을 만큼 흥미롭다.

홍길동은 1446년 장성군 황룡면 아곡리 아치실마을에서 양번 홍서현과 노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서얼의 관리 등용을 금하는 경국대전 반포로 과거시험을 포기하고 집을 떠나, 양민을 괴롭히는 탐관오리의 재산을 빼앗아 백성에 나눠주는 의적 활동을 했다.
[사진설명 : 홍길동 산채 체험장. 활빈당이 돼보자]

그러다 1500년 사칭죄로 의금부에 투옥, 가까스로 의금부를 탈출한 홍길동은 현재 일본의 오키나와로 떠난다. 그곳에서도 홍길동의 의로운 성정은 그를 자유민권운동의 선구자로 추앙받게 한다.

현재도 그를 기념하는 기념비가 오키나와 이시가키지마에 있다.
생가와 전시관을 둘러보고 내려온다. 올라오면서 미처 들르지 못했던 홍길동 산채 체험장을 둘러본다. 소설 속, 활빈당을 결성하고 뜻 맞는 이들을 모아 함께 살았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천천히 둘러본 결과, 목적 달성을 했다. 홍길동은 실존 인물이다. 소설 속에서 조금 부풀려지기는 했지만 분명 그는 불합리한 사회를 바꾸고 싶었던 ‘혁명가’였다.

허나 천천히 놀며 공부하며 둘러본 이곳에서 홍길동이 실존인물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저 공부 목적만으로 지어진 것이 아닌 드넓게 펼쳐진 잔디와 군데군데 마련된 의자, 꽃, 산책로 등 편안한 휴식공간으로서의 역할이 더 고맙게 느껴진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