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남원 운봉읍 ‘지리산허브밸리’

남원 운봉읍 ‘지리산허브밸리’

by 운영자 2009.06.05


향기 속에 파묻히다


날이 흐리다.
제비가 낮게 난다.
‘아, 비가 오겠구나’
날이 흐리고 비가 오면, 제비만 낮게 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향기도 낮게 가라앉는다.
남원 운봉읍 ‘지리산 허브 밸리’를 찾은 날은 유난히 날이 흐리고 바람이 강하던 날이었다. 허리춤 아래로 가라앉은 온갖 허브의 향이 은은하다. 바람결에 따라 날아든 향은 보드랍다.

산마다 야생화가 피고 진다. 들녘의 봄꽃들은 지고, 산마루마다 별처럼 고운 야생화가 핀다. 다듬어진 꽃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우리 꽃 야생화는 곱고 순하다. 그래서 더 눈이 간다.

지리산 기슭 남원 운봉읍에도 온갖 꽃이 활짝 피었다. 지리산 자락이 온통 향기로 그득하다. 바람에 일렁이는 꽃들 덕에 마음도 울렁울렁.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남원 지리산허브밸리 , 향에 취하다


‘붕붕붕 아주 작은 자동차 꼬마 자동차가 나왔다. 붕붕붕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 자동차’
만화영화 ‘꼬마 자동차 붕붕’을 기억하는지.
이름처럼 신기하게도 꽃향기로 먼 길 마다않던 재미난 자동차 붕붕. 하지만 꼬마 자동차 붕붕뿐만 아니라 사람도 꽃향기에 힘이 난다. 낮게 가라앉았던 기분도 붕~ 뜨고, 게슴츠레 감겼던 눈도 향긋한 꽃향기 앞에 번쩍 뜨인다.
꽃에 향기가 있다는 것이 새삼 고맙다. 그저 새치름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멀리멀리 바람 실려 날아가, 많은 이들에게 ‘아’ 외마디 외침을 낳을 향을 지녔다는 것이.
에서 오는 7일까지 올해로 두 번째로 축제를 연다. 허브·아로마 관련 산업을 소재로 개최되는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행사인 ‘허브축제’는 12만평에 약 400여종의 지리산 자생식물이 분포한 자생식물환경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볼거리가 넘친다.

남원 운봉읍 용산리 지리산허브밸리를 찾아가는 길. 가는 사이사이 허브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축제 현장은 꽤 깊숙하다. 지리산 한 허리에 위치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

논에는 모내기를 마친 벼들이 파릇파릇하고 논에 댄 물은 찰방찰방하다.
사방의 나무들은 색이 짙어지고 멀리서부터 날아온 꽃향기들이 먼저 반긴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오른다.
주차비를 받는다고 축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했는데 막상 가니 주차비를 받지 않는다.
평일이기는 했지만 축제 기간인데 말이다. 주차비를 아꼈다는 산뜻한 기분에 발걸음이 더 가볍다.

돌계단을 올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은 허브체험장. 허브 비누를 만들고 허브가 든 초콜릿 등을 맛볼 수 있는 곳. 평일이고 날씨가 흐려 체험하는 이들이 많지 않아 둘러보고 나온다.

갖가지 허브식물들이 화단마다 심어져 발걸음이 느려진다.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고 향기를 맡기 때문이다. 가끔은 잎을 조금 따 먹어보기도 한다. 박하잎은 정말 껌을 씹은 듯 박하향이 은은하다.

눈을 들어 앞을 보니 색색의 꽃양귀비가 먼저 반긴다. 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맡긴 꽃양귀비의 몸짓이 곱기도 곱다.
꽃양귀비들의 호위를 받으며 올라서면 드넓은 광장이 펼쳐진다. 드넓게 심어진 야생화들이 색을 뽐내고 중간중간 만들어둔 모형들이 친근하다. 곳곳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꽃밭 속에 파묻혀도 좋다.꽃밭을 지나면 각종 허브들을 예쁘게 꾸며둔 전시관이 나온다. 케모마일, 하와이무궁화, 라벤더, 애플민트….

향긋한 꽃과 잎들이 절로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전시관 옆으로는 허브꽃밥, 허브김밥 등 허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음식관도 마련돼 있으니, 배에 허브 향을 담아가도 좋을 듯.

전시관과 음식관을 둘러보고 한 계단 더 오르면 드넓은 광장이 펼쳐진다.
잔디와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은 찬찬히 산책을 하기에도 그만이다.

멀리 보이는 연못에는 방울방울 꽃들이 즐비하다.
총총 연못 위 돌 징검다리를 건너다 바람에 날려오는 꽃향기를 맡아도 좋다.

내려오는 길에는 지리산의 자생식물들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는 전시관에 들러보자. 오늘, 꽃구경 실컷 하고 가자.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