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나주 영산강 황포돛배 나들이

나주 영산강 황포돛배 나들이

by 운영자 2009.06.19

강 바람 맞으며 역사 여행

여름이 온 줄도 모르고 그저 ‘왜 이리 더운 거야. 이게 다 지구 온난화 탓이야’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가만히 앉아 책상 위 달력을 보니 어느새 6월도 보름을 훌쩍 넘겼다. 더운 것은, 물론 온난화 탓도 있겠지만, 여름이 왔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마음먹고 봄 옷 정리를 했다. 누렇게 색이 변하고 목이 늘어난 티셔츠는 버릴 것으로, 해가 다르게 살이 쪄도 ‘내년에는 살 빼서 입어야지’ 하며 곱게 개켜뒀던 원피스도 이제는 기증할 것으로 분류해둔다. 아침 9시가 채 되기 전에 시작한 옷장 정리는 정오가 지나서야 끝이 난다.

이번에는 밀린 빨래 차례. 빨래거리를 들고 베란다로 나가는데 ‘반짝’하고 뭔가 눈을 부시게 한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초록 잎이 햇살에 반사돼 반짝인다. ‘훅’ 시원한 바람도 한 웅큼 들이친다.

서둘러 세탁기에 빨래를 넣어 돌리고, 찬밥에 물 말아 고추에 된장 찍어 밥 한술을 뜨고 나선다. 발을 조이는 구두 대신 편한 운동화와 헐렁한 티셔츠에 면바지, 모자와 선글라스면 준비 끝. 마음에 들이친 시원한 바람 한 웅큼 때문에 오늘도 집안 청소는 미뤄진다.

마음에 시원한 강바람 들여오리라. 푸른 흙냄새 나무 냄새 담아 오리라. 나주 영산강으로 걸음을 향한다.
영산강 물결 따라 흐르는 ‘시간’
나주, 땅ㆍ강ㆍ산이 간직한 생명력 전라남도 나주.

나주 앞에 붙는 수식어에 어떤 것이 있는지 꼽아보자. ‘배’ 고을, 천년고도, 목사골…. 얼추 꼽아도 나주를 대표하는 것이 서너 가지나 된다.

‘나주배’야 ‘전주비빔밥’만큼이나 대명사가 된 지 오래.
‘천년고을ㆍ목사골’이라는 수식어는 나주의 역사와 연관이 깊다.

전라북도 전주와 전라남도 나주에서 각각 한 글자씩을 따, 전라도라 불렀다는 데서 알 수 있듯, 구석기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조상들이 남긴 역사적 자취들이 곳곳에서 살아 숨 쉰다.

헌데 목사는 뭐고 왜 천년 고을일까?
고려 성종 때인 998년 전국의 12개 주요 고을에 12목을 설치했다. 나주가 그 가운데 한 목이었다. 목사는 옛날 벼슬아치. 지금으로 치면 도지사쯤 된다.

‘천년고을ㆍ목사골’을 요즘 말로 풀면 ‘나주는 1000년 동안 도청소재지였다’로 보면 된다. 1000년 동안 호남의 문화와 정치, 경제를 선도해온 곳. 임진왜란 때 가장 먼저 의병이 일어나고, 민주화를 외치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진원지가 되었던 곳. 뜨거운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곳, 나주.
■ 황포돛배 타고 영산강 유람
광주, 전남 8개 시군을 관통하는 영산강은 호남의 젖줄. 드넓은 나주평야를 뱀처럼 휘감아 도는 영산강은 보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깎아지는 절벽이나 협곡 등 큰 볼거리는 없지만 잔잔한 강물만큼이나 잔잔한 풍경들이 날 선 마음들을 가라앉힌다. 특히 해질녘 붉게 타들어가는 강물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작년 6월부터 황포돛배를 타고 영산강 6킬로미터 가량을 둘러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나루터를 돌며 영산강의 옛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영산강이 나주평야를 가꿔낸 남도의 젖줄이자 한양을 잇는 수로였다면, 황포돛배는 그 물길 위로 사람과 물자를 운반하던 운송 수단이었다.

황포돛배 나루터는 영상테마파크와 채 1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았다. 황포돛배는 하루 12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된다. 소요 시간은 30~40분. 요금은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
[사진설명 : 나주영상테마파크 뒤편의 다야뜰에는 꽃양귀비축제가 한창이다.]

황포돛배 체험이 끝나면 나루터 앞에 펼쳐진 10만평 꽃양귀비축제를 둘러보자. 오는 21일까지 영상테마파크와 황포돛배 나루터, 다야뜰 주변으로 꽃양귀비축제를 진행한다.

평평한 나주의 들녘과 푸른 영산강물을 배경으로 펼쳐진 꽃천지는 그저 감탄을 자아낸다. 꽃양귀비뿐만 아니라 수레국화와 이름 모를 들꽃들도 오종종 피었다. 다만, 가물어서인지 꽃들이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꽃들이 후두둑 지기 전에 둘러보자.
[사진설명 : 무료로 공연되는 마상쇼는 색다른 볼거리]

다야뜰에서는 몽골인들의 마상쇼도 펼쳐진다. 평일 오후 2시30분과 5시 두 차례, 주말 오전 11시30분, 오후 2시30분과 5시 세 차례 펼쳐지는 공연은 또 다른 볼거리. 거꾸로 말타기, 말 위에서 활쏘기 등의 공연은 흥미진진하다. 무료라 더 좋다.
■ TV 사극 속 그곳, 나주 영상테마파크
다야뜰에서 고개를 들어보면 나주 영상테마파크가 보인다.
4만5000평의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나주 영상테마파크는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주몽’과 ‘태왕사신기’의 촬영지로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
[사진설명 : 천연염색, 전통 복식 체험 등 다양한 체험이 무료로 가능하다.]

특히 단순한 드라마 세트장을 넘어 전통 복식 체험, 활쏘기 체험, 승마 체험 등 조상들의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꽃양귀비축제 기간에는 해자성문을 지나 중간 성문으로 향하는 길 양쪽에는 천연염색체험, 압화 체험 등이 무료로 진행된다.
[사진설명 :웅장한 고구려궁. 주몽과 금와왕, 해모수의 기개가 절로 느껴지는 듯하다.]

이곳은 그야말로 드넓고 웅장하다. 한낮이라면 시원한 음료수를 반드시 준비할 것. 모자나 양산도 필수다. 운동화라면 더 좋지만 특별히 길이 불편하지 않으니 낮은 구두도 나쁘지 않다.

고구려를 재현한 건물도 건물이고 다양한 체험거리도 체험거리지만 이곳에서 꼭 빼놓지 않고 들러봐야 할 곳은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여미을 신단.

드라마 주몽에서 여미을 신녀가 제를 지내 신단이라 이름 붙은 이곳은 뒤편으로 펼쳐진 영산강과 나주 들녘, 산 등이 시원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힘들더라도 반드시 올라가볼 것.

입장료 성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하지만 오는 21일 꽃양귀비축제 기간에는 입장료가 성인 6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