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경기 용인 한국민속촌ㆍ백남준아트센터

경기 용인 한국민속촌ㆍ백남준아트센터

by 운영자 2009.07.31

격식과 파격, 보수와 혁신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과 백남준아트센터는 서로 지척에 있다. 옛것과 새것, 보수와 혁신, 격식과 파격이 한자리에 있는 셈이다. 방학이다. 아이들 손잡고 신구(新舊)과 공존하는 곳으로 떠난다. ‘비교 체험’은 더 재미나다.

사진은 백남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의 하나인 ‘TV 부처’다. 텔레비전 화면 앞에 놓인 폐쇄회로 카메라가 불상을 비추고 그 모습은 다시 텔레비전에 나타난다.

명상은 승려의 주된 일상. 승려들이 면벽 수행을 통해 ‘진정한 나’와 만나는 일을 텔레비전으로 살짝 엿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나름의 작품 해석을 해본다.

화면 위의 자신을 고요하게 바라보는 부처. 어떻게 해석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재미난 예술, 친근한 예술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미술에는 문외한이다. ‘흰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글씨다’ 정도만 깨친 수준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지만 우리에게는 ‘느낌’이 있으니 걱정은 살짝 접어두자.
[사진설명 : 백남준아트센터 외관. 도로에서 흔히 보는 도로안전용품이 저리도 멋진 작품이 된다.]

백남준아트센터와 한국민속촌은 차로 채 10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다. 민속촌만 홀랑 가보지 말고 이곳도 들러보자.

입장료도 없으니 더욱 좋다. 백남준에 대해 잘 모른다고, 미술은 어려운 것이라고 지레 겁먹지 말 것. 백남준아트센터에는 전시물을 설명해주는 도슨트가 곳곳에 있어 작품 이해가 더욱 쉽다.
[사진설명 : 이곳이 더 좋은 것은 의자에 앉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의자 앞 책상에는 백남준에 관한 책들이 있어 누구나 백남준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

백남준을 아는가? 아마도 백남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터다. 몇 해 전 죽었다는 것과 ‘천재예술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등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몇 마디의 수식어로 백남준을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진설명 :백남준아트센터를 둘러싼 벽은 벽 자체가 예술이다. 그저 흔한 나사에도 ‘웃는 모습’을 넣어 눈길을 잡아끈다. ]

우리에게 ‘텔레비전’ 작품으로 유명한 그는 기발하고 혁신적인 생각을 표현한 전위예술가다. 바이올린에 줄을 매달아 끌고, 관객의 넥타이를 가위로 자르는가 하면 난데없이 샴푸를 머리에 퍼붓기도 했다.

머리에 먹물을 묻혀 글씨를 쓰기도 하는 등 그는 ‘괴이한’ 예술가였다. 하지만 그것이 혐오스럽지 않고 재미나다. 한편 귀엽기도 하다.
[사진설명 : 아트센터 앞의 의자. 세상에서 가장 긴 의자가 아닐까 싶다.]

그는 음악을 좋아하는 예술가였다. 작품에 피아노를 표현한 것도 그렇고, 믹서기의 칼날 소리 등이 작품에 쓰인 것도 그렇다.

그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TV와 비디오를 이용한 작품 때문이다. 백남준은 인간과 기술을 별개로 보지 않고 그 둘이 ‘예술’이라는 이름하에 자유롭게 만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백남준아트센터는 그의 작품을 ‘공짜’로 무한히 감상할 수 있는 곳. 텔레비전을 활용한 작품 등은 사람들의 눈길을 가장 붙잡는 작품.
[사진설명 : ‘비디오 물고기’ 작품 ]

특히 가장 처음 눈에 띄는 것은 ‘비디오 물고기’ 작품. 물고기가 자유롭게 노니는 어항 뒤에 딱 어항 크기의 텔레비전을 두었다. 그 모습이 자연스럽고 또 재미나 한참을 보게 된다.

나무가 울창한 곳에 텔레비전을 배치해 둔 ‘TV 정원’도 재미나다.
특히 8월에는 TV를 활용한 예술 체험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마련돼 있으니 미리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아이와 어른, 한국인과 외국인 ‘공감’
용인 한국민속촌

늘 텔레비전 속에서만 보던 곳을 실제로 만난다면? 연예인을 보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참 설레는 일이다. 용인의 한국민속촌은 텔레비전 사극의 단골 무대.

“와, 쌀나무다!” “초가 지붕을 진짜 보는 건 처음이에요”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아이들. 첨단 문명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우리 옛 것은 사라진 시골 풍경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

방학을 맞았다. 아이들과 함께 몇 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에 나설 수 있는 전통문화 체험 현장, 한국민속촌으로 길을 나서자.
■ 보이는 모든 것이 ‘우리 것’
한국민속촌은 보이는 모든 것이 ‘우리 것’이다. 초가지붕, 물레질, 말린 옥수수, 수레 등 보이는 모두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우리 것’이다.

방학을 맞은 이곳은 입구부터 벌써 부산하다.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외국인도 꽤 많다. 시원한 나무 그늘을 따라 흙길을 찬찬히 걸어 2~3시간 정도면 한 바퀴 둘러볼 수 있을 듯하다.

여행의 묘미는 ‘준비’가 아니던가. 막연히 가보는 것보다는 홈페이지를 통해 꼭 봐야할 것들을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홈페이지(www.koreanfolk.co.kr)에는 12가지 대표적인 볼거리들이 정리돼 있다.

특히 옛 행정관청이던 관아와 99칸 짜리 양반가가 인상적이다. 양반가에 들러 사대부 살림살이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질 듯.

민속촌의 가장 좋은 점은 체험할 거리가 많다는 점. 곳곳마다 볏짚 꼬기, 투호 놀이, 널뛰기, 물동이 이기, 그네 타기, 방아 찧기, 물레 돌리기 등을 체험해볼 수 있다.
[사진설명 : 조상들의 여름나기 체험. ‘모기 쫓는 모깃불을 피워요’]

여름이라 모깃불을 피워놓은 것도 인상적. 특히 조상들의 여름나기 체험은 지금 이 계절에만 가능한 체험.

뿐만 아니라 날마다 펼쳐지는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매일 벌어지는 행사로는 춘향전 공연, 농악놀이, 사당패놀이, 외줄 타기, 전통혼례가 진행된다. 시간만 맞으면 이 모든 것을 고루 볼 수 있으니 시간을 잘 점검할 것.
[사진설명 : 아슬아슬 줄타기 공연. 보는 이들이 더 떨린다.]

아슬아슬 줄타기 체험은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할 만큼 오싹하고 아찔하다.
한국민속촌은 도시락을 싸와도 좋겠다. 곳곳에 마련된 정자에 둘러앉거나 조각공원의 탁자에 자리를 잡으면 좋다. 도시락을 미처 준비 못했어도 상관없다.
[사진설명 : 보드라운 머릿결 ‘창포 했어요’ 창포물 머리 감기 체험]

장터 거리의 국밥이나 민속촌 입구의 식당가에서 ‘우리’ 음식을 먹으면 된다. 입장료는 성인 1만2000원, 청소년 9000원, 아동 8000원으로 그리 싼 편은 아니지만 다양한 체험과 함께라면 그리 아깝지 않겠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
[사진설명 : 슈렉의 ‘동키’가 끄는 수레. 할아버지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사진설명 : 작은 짐수레에도 번호판이 붙었다. 재미나다]
[사진설명 : “엄마, 양반 집은 진짜 좋다” 엄마와 아이가 공감하는 순간]
[사진설명 : 여치집 만들기 체험. 집중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