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신안 임자도·증도

신안 임자도·증도

by 운영자 2009.08.07

섬, 섬, 옥섬
섬.
접근성 때문일까. 섬으로 향하는 여행은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섬 여행은 아무래도 혼자서, 몰래, 조용히 다녀오는 것이 제맛이지만 지금처럼 사람이 바글바글거리는 때의 섬 여행도 재미나다.

오랜만에 바다 위 한가운데 둥실 떠있는 ‘섬’에서 와글와글 사람 소리가 나는 것도 좋은 구경 아닌가.

대한민국의 많은 섬들이 육지와 연결된 지금, 이렇게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은 그래서 더더욱 각별하다. 배가 육지의 끝 선착장을 떠나, 몸이 바다 위에 놓이면 시간을 곧바로 길을 잃고 멈춰 선다. 시간도 사람도 저쪽 육지와 이별한다. 오직 섬에서의 시간만이 따로 존재하는 듯하다.
[사진설명 : 신안군은 섬이 많다. 해변에 서면 점점이 섬들이 이어진다.]

아름다운 풍경을 ○○○아 여유를 즐기다가도, 섬 사람 안으로 들면 또 섬의 일상으로 부드럽게 동화된다. 섬에서는 ‘됐어요, 정말 됐거든요’ 하던 도시의 교양녀도 갯벌 흙 묻고, 짠 바다에 빠지고, 모래 미라 돼 ‘오메, 다시 나가기 싫다’ 하며 마음이 풀어지게 마련이다. 그게 여름의 매력이고 또 섬의 매력이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모래 해수욕장
신안 임자도


신안군은 섬으로 이뤄진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인도 73개, 무인도 754개 총 827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 그 가운데 임자도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인 폭 300m 길이 12㎞의 대광해수욕장이 유명하다. 대광이란 한자 그대로 ‘크고 넓다’는 뜻.
[사진설명 : 초록 벼와 파란 바다가 어우러진 임자도 풍경. 임자도는 지붕마저도 파란 바다 빛깔이다.]

임자도 해변은 모래가 특히 좋다. 결 곱고 고운 모래는 어찌나 가늘고 부드러운지 만지면 기분까지 좋아질 정도. ‘임자도 처녀 모래 서 말을 먹어야 시집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임자도에서 흔한 것이 모래.

반달 모양 활시위처럼 휘어진 대광해수욕장 해변에도 드넓은 모래밭이 펼쳐진다. 한참을 걸어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설명 : 날이 저문다. 저무는 해에 바다가 반짝인다. ]

해변 너머에는 이름 모를 작은 섬들이 뿅뿅 솟아 있다. 해변가 도로에서 보면 바다 한가운데 둥실둥실 떠 있는 동그랗고 길쭉한 섬들에서 푸른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데 어떤 것은 송승헌의 숯검댕이 눈썹 같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제과점에서 파는 빵 같기도 하다.
[사진설명 : 지도읍에서 만난 짱뚱어와 게. 짱뚱어가 어찌나 빠른지 도통 잡을 수가 없었다.]

임자도의 대광해수욕장은 해변 경사가 완만하고 수온이 따뜻해 비금도 명사십리, 암태도 추포, 도초도 시목해수욕장과 함께 신안군 4대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임자도까지 가는 데는 배를 타야 한다. 요즘처럼 딱 좋은 휴가철에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역주행으로 배를 기다리며 서있는 차들이 바로 진풍경.
누구 하나 짜증내는 사람 없이 아주 ‘기꺼운’ 표정으로 배를 기다리는 것도 또한 진풍경이다. 도시에서라면 기다리는 것이 딱 질색일 사람들이 이곳에서는 즐거운 기다림이 되다니 말이다.

임자도까지는 신안군 지도읍 점암 선착장에서 ‘임자농협1호’가 1시간 간격으로 운항된다. 배를 타는 시간은 약 15분. 배에서 내리면 임자도 진리 선착장인데 이곳에서 대광해수욕장까지는 약 5㎞ 거리다. 임자면사무소 061-275-3004, 대광해수욕장 061-240-8880, www.daegwangbeach.or.kr
와! 우리나라 맞아?
신안 증도 우전해수욕장


신안군 증도는 사실 보물섬으로 더 유명한 섬이다. 진짜 보물이 나왔기 때문. 중국 송·원대의 난파된 배에서 보물(해저유물)이 많이 나와 ‘보물섬’이란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지금 증도의 보물은 오히려 드넓은 개펄과 모래해변, 소금밭이다.

증도의 개펄밭엔 개펄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한 ‘짱뚱어다리’가 놓였다. 바다로 이어진 길이 475m 다리는 짱뚱어며 칠게가 펄쩍펄쩍 뛰는 모습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설명 : 증도 해안도로에 세워진 모정. 평범한 모정마저도 이곳에서는 그림이 된다.]

하지만 눈을 크게 떠야 짱뚱어와 갯벌을 구별할 수 있다. 증도의 청정갯벌은 양질의 게르마늄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노화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다양한 갯벌 생물들이 서식한다. 최근 갯벌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갯벌생태전시관도 생겼다.
[사진설명 : 증도의 짱뚱어다리.]

다리 옆쪽으로는 82만6450m²에 달하는 울창한 해송 숲과 ‘철학의 길’이라 불리는 산책로가 펼쳐진다. 더위를 식히며 차근차근 걷는 것도 묘미.
[사진설명 : 넓은 해송숲. 더위 식히며 걸으면 삼림욕이 따로 없다]

해송 숲 앞으로는 길이 4㎞에 폭이 100m 가량 되는 우전해수욕장의 은빛 백사장이 펼쳐진다. 나란히 늘어선 야자수는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야자수가 어우러져 있어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느낌을 준다. 이국적인 느낌은 야자수뿐만이 아니다. 해변가에
[사진설명 :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열린 갯벌소금축제 때, 태평염전에서 소금 체험도 할 수 있다.]

죽 늘어선 원두막은 우리 식이 아닌 외국식으로 지어 멋들어진다.
증도에 와서 염전을 안 보면 섭섭하다. 단일염전으로 국내에서 가장 크다는 태평염전은 60만평이나 된다. 이곳은 오후 무렵, 산처럼 쌓인 소금들이 소금산을 이룬다. 지난 3일까지 열린 갯벌소금축제에서는 소금밭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사진설명 : 증도 버지 선착장에 내리는 차들. 길게 줄지어선 차들이 증도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신안 증도에 가려면 지도읍 사옥도 지신개선착장까지 가, 배를 타야 한다. 지신개에서 오전 6시40분부터 저녁 10시까지 총 11대가 운행된다. 일정한 시간 간격이 없으니 미리 신안군청 홈페이지를 둘러보거나 전화 문의를 해야 한다.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지역번호 061-240-8355, www.shinan.go.kr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