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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곰소항ㆍ격포항

부안 곰소항ㆍ격포항

by 운영자 2009.09.25


강산은 변해도 바다는 그대로더라


전북 부안 곰소항과 격포항을 찾은 날은 흐렸다.
비가 온다고 해놓고 기다리던 비는 오지 않고 마냥 흐리기만 한 날이었다.

한여름이라면 하필 바다를 찾은 날이 흐리다며 덩달아 우중충해졌을 테지만, 가을이라 흐린 이 풍경마저도 운치 있다.
곰소항을 찾아가는 길.
줄포 나들목을 나와 국도로 들어서 한참을 달리자 왼편으로 바다가 보인다. 잠깐잠깐씩 해가 나올 때면 바다가 선명했고 다시 구름이 가리면 안개에 가린 듯 바다가 멀어보였다.

철 지나고 날 궂은 평일의 바닷가는 한산했다.
목적이 바다가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인 탓인지 바다는 적막하기까지 했다.
곰소는 70~80년대까지만해도 칠산바다에서도 유명한 조기 포구였다.
어부들은 똘망배를 저어가며 ‘칠산바다에 돈 실러가세’ 노래를 부르며 풍어를 기원했다.

만선이라도 되면 ‘우리 마누라 엉덩이도 춤춘다’고 노래했을 정도다. 지금 그 바다는 예전처럼 조기가 많지 않다. 대신 포구 옆에는 천일염을 하는 낡은 소금밭이 남아 있고, 그 소금으로 담갔다는 젓갈집들이 모여 있다.
<곤쟁이 젓갈처럼 / 소금기에 절지 않고 / 뻘물이 튀지 않은 / 삶은 또 얼마나 / 싱거운 삶이겠는가> - 송수권의 ‘사람과 풍경’

송수권 시인의 말에 빗대면 흥망성쇠를 다 누린 곰소는 ‘곤쟁이 젓갈처럼 소금기에 절고 뻘물이 튄 삶’이다. ‘싱겁지 않고’ 짜디 짠 삶의 한가운데를 누린 생이다.

젓갈 짠내가 진동하는 곰소를 벗어나 격포로 향한다.
격포는 꼭 10년 만이다.
가슴이 설렌다. 대학 시절, 동기 몇몇과 찾은 격포를 기억한다.

바다를 가로질러 난 다리를 건너면 켜켜이 세월이 쌓인 기암절벽 길을 아슬아슬 걸어볼 수도 있었는데. 그때 같이 간 동기 중 누군가를 마음 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기억의 장면에는 아슬아슬 절벽가를 걷다 흔들리기도 하고,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았던 기억도 어렴풋 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격포항이다. 언뜻 보니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멀리 기암절벽 아래로 바닷물이 찰방이고, 갈매기도 분주히 난다.

차를 두고 내려 예전의 그 길을 걸으려고 보니 바다를 관통하던 시멘트 다리는 이제 없다. 한참을 절벽가로 갈 수 있는지 살펴보니, 끊어진 다리만이 덩그러니 놓였다.

대신 격포항 여객선터미널 왼편으로 쭉 올라가면 나무 데크로 생태탐방을 할 수 있도록 해뒀다.

하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지 않았던가.
찬찬히 둘러보니 달라진 것은 고작 그 다리 하나였다. 바다는 그대로다.

어느새 해가 진다. 해는 점점 더 달빛으로 변해가고 바다는 어두워진다.
하지만 기억만은 어두워지지 않고 또렷이 남아 옛 기억을 더듬는다.

다시 오리라, 다짐하며 오던 길을 되짚어 간다.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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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곰소항
주소 :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곰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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