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목포 유달산 봄꽃 ‘화알짝’

목포 유달산 봄꽃 ‘화알짝’

by 운영자 2010.04.02

재잘재잘, 노오란 개나리 봄 이야기
어느덧 4월이다.


삭막했던 겨울이 가고, 파릇파릇 봄이 돋아나는 4월. 매화, 산수유에 꽃이 맺히고 물이 들더니 개나리, 벚꽃도 서둘러 피어난다. 목포 유달산. 개나리가 재잘재잘 봄을 이야기하는 길 위에 섰다.

<눈웃음 가득히 / 봄 햇살 담고 / 봄 이야기 / 봄 이야기 / 너무 하고 싶어 / 잎새도 달지 않고 / 달려나온 / 네 잎의 별꽃 / 개나리꽃 //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 길게도 / 늘어뜨렸구나 // 내가 가는 봄맞이 길 / 앞질러 가며 / 살아 피는 기쁨을 / 노래로 엮어 내는 / 샛노란 눈웃음 꽃>

‘봄 이야기, 봄 이야기 너무 하고 싶어, 잎새도 달지 않고 서둘러 달려나온’ 성질 급한 개나리가 목포 유달산 일주도로에 흐드러졌다.

얼마나 봄을 기다렸으면, 봄을 전하고 싶었으면 잎새도 없이 삐죽 먼저 나왔을까. 그 맘이 고마워 손끝을 가만 꽃에 대본다. 개나리, 참고 있던 봄 이야기를 재잘재잘 풀어낸다. 봄, 생기가 돈다.
걸으며 취하는 꽃향기
걸으며 배우는 목포 역사


목포에 와서 꽃만 보고 갔다면 절반만 보고 가는 것이다. 목포 유달산의 개나리는 전국에서 손꼽힐 만큼 유명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목포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고대에서 근·현대를 아우르는 문화유산을 다채롭게 보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꽃도 보고 역사도 공부하고 1석2조 목표 여행을 안내한다.
# 봄꽃이 흐드러진 유달산권
목포의 볼거리는 크게 유달산권과 갓바위권으로 나뉜다. 물론 골목마다 탄성을 자아낼 만한 ‘문화재’도 가득하다. 먼저 유달산 자락으로 어서 달려가 보자.

노령산맥의 마지막 봉우리인 유달산은 앞바다 삼학도와 함께 목포 사람들의 정신적인 지주다. 해발 288m.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기암절벽에서 온갖 조형미가 묻어나고, 문향(文香) 가득한 눈요깃거리가 많다.

유달산 정문 쪽에 있는 큰 바위 노적봉은 목포 사람들에게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으로 통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봉우리에 이엉을 덮고 군량미로 위장해 놓은 것을 왜군이 대군(大軍)이 진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줄행랑을 쳤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목포는 신비한 곳이다. 다른 곳에는 없는 신기한 것이 곳곳에 숨어 있다. SBS ‘신동엽의 있다! 없다!’에서도 목포는 단골 손님이다. 마트를 코앞에 두고 지나는 기차가 있는가하면, 유달산 노적봉 바로 옆에는 자식을 많이 낳을 수 있게 해 준다는 여자나무도 있다.

팽나무의 뿌리가 다시 줄기로 자란 곳으로 그 형상이 임산부가 아이를 낳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설명 : 근대 역사관의 일본군 만행 사진. 목포시 중앙동 근대 식민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느껴볼 수 있는 ‘근대역사관’에서 관람객들이 전시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이외에도 노적봉은 일제시대 일본 불교로 인한 상처로 큰 상채기를 안고 있다. 죽은 영혼들이 거쳐간다고 해서 ‘영달산’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영험한 곳이라고 정평이 나 있어 예로부터 수많은 무속인들이 기도터로 활용해왔다.
[사진설명 : 구 일본 영사관. 목포시 대의동 2가에 원형이 잘 보존된 목포시 사적1호 구 일본 영사관건물]

일제는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유달산 일등봉에 ‘보동명왕상’과 ‘홍법대사상’이라는 일본 불교상을 새겨넣었다. 굳이 산꼭대기로 올라가 확인할 필요도 없다. 노적봉에도 일본 불교 관련 명패와 쇠말뚝을 박았던 흔적이 수십년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보는 이의 가슴을 턱 막히게 한다.

이등봉 아래 1만4000평 규모로 만들어 놓은 야외조각공원은 좀체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든다. 전국 국전 작가 출신 60여명이 내놓은 작품 80여점으로, 국내 처음으로 꾸민 조각공원이다.
[사진설명 : 유달산을 아주 조금만 올라도 목포 시가지를 훤히 내다볼 수 있다.]

홍도 풍란 등 국내 희귀 난 194종을 볼 수 있는 실내 난공원에서는 단아한 난의 자태와 꽃냄새를 음미하며 ‘맘씻김’하는 감동이 넘쳐난다.

바로 위 특정자생식물원에선 환경오염으로 멸종위기에 이른 보호식물 267종을 구경할 수 있고, 직접 살 수도 있다.

한때 시민들에게 정오를 알리는 신호로 사용됐던 오포대를 지나 올라가면 ‘목포의 눈물’ 노래비가 나온다. 이곳 출신 명가수 이난영의 노랫말이 애간장을 녹게 한다. 노래비 앞에 서면 남녀노소할 것 없이 3절까지 뽑느라 여념이 없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데, 부두의 새악시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삼백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 못 오는 님이면 이 마음도 보낼 것을, 항구의 맺는 절개 목포의 사랑.’
# 걷기 여행 딱 좋은 갓바위권
승용차로 15분 거리인 ‘갓바위권’에서도 목포 역사의 속살을 만져볼 수 있다.

바닷가에 두 사람이 나란히 삿갓을 쓰고 있는 형상을 한 한 쌍의 바위다. 목포의 명물인 갓바위 일대는 걷기 여행하기 그만이다.

일명 갓바위길로 불리는 이곳은 산과 바다 풍경을 모두 볼 수 있는 재미난 길이다. 갓바위길 걷기는 갓바위와 입암산 그리고 평화광장 해안산책로까지 아우른다. 뿐만 아니라 목포자연사박물관, 해양문제연구소 등 공공 박물관과 전시관이 모인 문화의 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걸으며 풍경에 취하고 저절로 공부도 하게 되는 길인 셈이다.

걷기의 시작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앞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갓바위를 구경하고 입암산을 오른 뒤, 평화광장을 둘러보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 끝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은 목포 인근 해역에서 건져 올린 유물을 모아 전시하는 곳. 11세기 고려시대 배인 완도선과 14세기 중국의 무역선이었던 신안선이 눈길을 끈다. 완도선은 우리 전통 바다 배로서는 가장 오래된 실물 배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를 빠져나와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면 목포의 명물 갓바위를 만날 수 있다. 갓바위로 이르는 해상보행교를 걸으면 갓바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두 개의 바위가 갓을 쓰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갓바위라 부른다.

해상보행교를 지나, 달맞이 공원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입암산 등산로, 오른쪽은 평화광장 해안산책로로 이어지는 길이다.

왼쪽 입암산은 대체 왜 ‘산’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싶게 야트막하다. 높이가 120m에 불과하. 허나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다. 가파른 계단과 급격한 경사에 깜짝 놀랄 수도 있다. 등산 채비를 잘 하지 않으면 힘들 수도 있다.
[사진설명 : 목포 유달산의 조각공원. 우리나라 최초의 조각공원이다.]

평화광장 해안산책로도 빼놓을 수 없는 길이다. 유람선 매표소가 있는 해맞이광장에서 영산하구둑까지 이어지는 코스지만 바다를 바로 곁에 두고 걸을 수 있어 좋다. 평화광장 산책로는 밤바다가 특히 아름답다.
[사진설명 : 봄 찍는 사람들. 유달산에는 개나리, 매화, 목련 등이 흐드러진다. 오늘(2일)부터 4일까지 목포 유달산에서는 꽃 축제가 펼쳐진다.]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9시 목포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로 목포 근대역사관, 구 일본 영사관, 유달산, 삼학도, 갯바위해상보행교 등 목표 곳곳의 시티투어를 즐길 수 있다. 남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문화해설사가 따라붙는다.

오늘(2일)부터 4일까지 목표 유달산 꽃축제가 열린다. 서해상의 해군 초계함 침몰사고로 축제 행사가 대폭 축소되기는 했지만 꽃향기에 취하기에 충분하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