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빙그레 미소 짓는 땅, 완도(莞島)’

‘빙그레 미소 짓는 땅, 완도(莞島)’

by 운영자 2010.04.09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

‘빙그레 웃을’ 완(莞), ‘섬’ 도(島). 남쪽 저 먼 바다 섬 ‘완도’.
완도를 한자 그대로 풀어보면 ‘빙그레 웃는 섬’이다. 그 뜻을 알고 나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고 있다.

한반도 남서쪽 끝자락,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중심에 완도가 있다. 201개의 아름다운 섬들이 흩어져 있다. 55개 섬에는 사람이 살고 146개는 무인도다.

빙그레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점점이 아름다운 섬과 짙푸른 바다, 그 안에 사는 순한 사람들. 누군들 웃음이 터지지 않을까.

웃는 땅 완도는 지금 유채꽃이 ‘하하하’ 웃고 있다. 유채밭 돌담길 사이를 걷는 사람들도 ‘호호호’ 웃는다.

지금 완도는, 행복이다.
유채꽃밭 저 너머 푸른 바다
구불구불 돌담 둘러진 흙길

봄빛 물든 청산도, 느리게 걷기

완도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남동쪽으로 45분. 푸른 바다 한 가운데 대한민국의 ‘슬로시티(Slow city)’ 청산도가 있다. 1981년 12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청산도는 지난 2007년 담양 창평, 장흥 유치, 신안 증도 등과 함께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 인정을 받았다.

도청항에서 내려 오른쪽 해안을 따라 1km쯤 올라가면 당리 마을이 나온다. 영화 <서편제>에서 돌담 사이 황톳길을 따라 주인공들이 진도아리랑을 흥에 겨워 부르며 내려오던 바로 그 곳이다.
드라마 <봄의 왈츠> 속 유채꽃밭도 바로 이곳.

돌담길 안쪽으로 푸른 보리밭과 노란 유채꽃이 만발해, 봄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 구불구불 길, 절로 느려지는 걸음걸음
완도 청산도는 푸르다. 높은 빌딩에 가려지지 않은 하늘은 유난히 높고 파랗다. 사람 키와 고만고만한 집들은 하늘을 더 높게 한다. 어디 그뿐인가. 그 앞으로 ‘시글시글’ 널린 바다도 짙푸르다. 보리가 무럭무럭 자라는 들도 푸르다. 우리들 마음도 덩달아 푸르러진다.

완도 청산도는 보드랍다. 반듯반듯 각이 진 네모난 것이라고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길도 구불구불, 바다 해안선도 구불구불, 논밭도 구불구불. 구부러진 것을 일부러 반듯하게 펴려 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냥 그대로, 느리게, 보드랍게, 여유롭게 내버려뒀다.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도 그 안에 사람들도 덩달아 부드러워진다.
제주도에 올레길이 있다면 청산도에는 슬로길이 있다. 느리게 걷자는 뜻의 영어 슬로(SLOW)와 길이 합쳐져 만든 말이다. 돌담도 돌아가고, 바다도 바라보면서 가는 이 길은 모두 40㎞. 현재는 21㎞만 뚫렸는데 이르면 올해 말까지 모두 개통된다.

슬로길 1코스를 따라 걷는다. 총 6.2㎞ 3시간 코스. 도청리 부두에서 시작된 길은 ‘서편제’에 나왔던 밭고랑길로 이어진다. 영화에서 주인공 가족들이 어깨에 흥이 올라 북장단에 맞춰 아리랑을 부르던 돌담을 끼고 가던 밭길이다

밭을 나눈 돌담장 너머 마늘은 무릎 높이까지 자랐다. 파랬다. 유채밭은 유채꽃은 밝은 노란색으로 피어났다. 유채밭 너머로 바다도 파랗다. 청산(靑山)이란 바로 이를 두고 지은 말 같다.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을 지나 바윗길로 접어들면 해안 절벽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여기서 도청리 부두가 잘 보인다. 부둣가에서 보면 마을 풍광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지만 여기서 보면 마을은 양쪽 어깨에 파란 바다를 끼고 있다.

길은 절벽 허리쯤을 파고들며 돈다. 한모퉁이를 돌 때마다 바다도 모습을 바꾼다. 양식장도, 바위 절벽도 보인다. 물빛도 모퉁이마다 다르다.
■ 초분, 구들장논 등 이곳만의 독특한
길옆에는 청산도 아니면 보기 힘든 초분(草墳)이 있다. 초분은 풀 무덤이다. 진짜는 아니고 축제를 위해 만든 것.

청산도에는 초분이라는 독특한 장례 문화가 있다. 초분은 시신을 바로 땅에 묻지 않고 짚을 묶은 이엉으로 덮었다가 2~3년 뒤 뼈만 추려 땅에 묻는 이중 장례 풍속의 하나다.

예전에는 부모상이 나도 상주가 먼 바다에 나가있을 때가 많아 바로 장례를 치르기가 어려울 때가 많았기 때문에 생긴 이곳만의 독특한 풍습이다.

청산도 마을의 제 모습을 보려면 실은 신흥리나 동촌리 상서리 마을까지 들어가봐야 한다. 슬로시티란 이름과 어울리는 마을이 바로 거기 있기 때문이다. 담장은 돌로 쌓았고, 담장 너머로 동백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목이 뚝 꺾인 붉은 동백이 검은 돌담 아래 떨어져 있다.
마을 옆으로는 계단식 논이 펼쳐져 있는데 이리 구불 저리 구불거린다. 청산도에 가면 들녘만, 마을만 바라봐도 기분 좋다. 칼처럼 날카롭지 않고 모든 게 둥글둥글해서다. 창처럼 솟은 빌딩숲과 각지고 모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마을에 오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게다가 봄빛이, 그것도 초록빛이 그렇게 환할 수 없다.

청산도는 논도 특이하다. 다락논이 다랭이밭뿐 아니라 다른 데서 보기 힘든 구들장논이 있다. 구들장논이란 대체 뭘까. 한 뼘의 논이라도 늘리려 했던 먼 옛날, 한옥 온돌방의 구들장처럼 돌로 구들을 만든 뒤 그 위에 흙을 덮어 논을 만든 것을 말한다.

다진 흙 위로는 농사에 필요한 만큼의 물이 고이고 남는 물은 아래쪽 논과 돌 틈으로 흘러내리게 되어 있다. 이는 돌이 많아 물이 고이지 않는 청산도의 지형조건을 극복한 것으로서 주민들의 지혜와 부지런함을 엿볼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일제 때 일본인들이 이 섬까지 와서 쌀을 공출해갔다고 한다.
섬의 서남쪽 구장리와 권덕리에서 올려다보이는 보적산 8부 능선 가파른 곳에는 범바위가 있다. 어미 범이 뒤따라오는 새끼 범을 돌아보는 모습의 이 바위는 호랑이가 바위를 향해 ‘어흥’하고 포효를 했더니 바위의 울림이 호랑이 울음소리보다 크게 울려 호랑이가 놀라 도망갔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범바위는 특히 자기가 강해 근처를 지나는 배의 나침반도 길을 잃기 쉬운 특성이 있다.

청산도엔 이 외에도 눈여겨볼 게 많다. 고인돌도 있고, 갯돌해변도 좋다. 주변에 섬들이 많아서인지 파도마저 와락 달려들지 않는다. 느릿하게 밀려온다. 청산도의 봄은 초록이다.
▲ 여행길잡이 … 완도서 뱃길로 50분
완도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탄다. 오전 8시·11시20분, 오후 2시30분·6시 등 하루 4차례 배가 뜬다. 주말에는 배편을 두차례 더 늘려 운항할 때도 있다. 50분 걸린다.

청산도에서 서둘러야 할 때가 있다. 차를 가지고 갈 경우 나올 때 선착장에서 줄을 서야 한다. 평일은 1시간 전, 주말에는 더 일찍 나와야 한다.

도착하자마자 관광안내소에서 몇 시쯤 나와야 하는지를 알아두고 떠나는 게 좋다. 배삯은 편도 7150원. 청산도에서 나올 때는 6500원이다. 차량 도선료는 싼타페 기준으로 편도 2만6500원. 완도 여객선터미널 1544-1114. 청산농협(선박운항사) (061)552-9388

차가 없을 경우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 현지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셔틀버스는 주말의 경우 오전 9시와 오후 1시에 떠난다.

2시간30분 정도 가이드가 함께 타서 청산도의 명소를 안내하는 식이다.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마을버스는 배 시간에 맞춰 운행한다. 청산버스 (061)552-8546, 청산나드리 마을버스와 개인택시 (061)552-8747, 청산택시 (061)552-8519.

2010 ‘청산도 슬로우걷기 축제’가 오는 10일부터 5월 2일까지 열린다. 개막식은 17일. 슬로길 행사는 1코스에서 열린다. 부두에서 도락리~서편제세트장~화랑포~새땅끝~초분~당리갯돌밭~봄의 왈츠세트장~도청항으로 이어지는 6.2㎞ 코스. 2시간40분 걸린다. www.slowcitywando.com

완도군홈페이지에서 청산면을 찾아보면 부둣가 등대모텔(061-552-8558)을 비롯한 여관과 민박집, 음식점 정보가 나온다. http://tour.wando.go.kr 완도군청 문화관광과 (061)550-5224, 관광안내소 (061)550-5152.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