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거제 ‘바람의 언덕, 해금강’

거제 ‘바람의 언덕, 해금강’

by 운영자 2010.07.30

지난 주말 순천의 한낮 기온 섭씨 32도. 하지만 이것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기상청에서는 앞으로 더 무지막지한 폭염과 열대야가 찾아올 것이라고 한다.

더위는, 그 뜨거운 태양은 모든 것을 쩍쩍 달라붙게 한다. 그렇게 찐득하게 달라붙게 해 아무것도 하기 싫게 만든다. 눅진한 더위를, 나른함을, 무료함을 보송하게 말릴 수 있는 것은 바람뿐이다.

억지 에어컨 바람 말고 양에 차지 않는 선풍기 바람 말고 ‘진짜’ 바람이 필요하다. 울울창창 나무 숲 바람, 저 멀리 바다 건너 안기는 푸른 바람. 바람이 도처에 널려 있는 곳으로 가자. 바람을 맞이하러 떠난다.
푸른 물결, 푸른 바다 ‘남실남실’
거제 바람의 언덕, 해금강, 해안도로 여행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걸까. 보슬보슬 가느다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지막한 안개가 깔린 도로 너머로 초록의 벼가 바람 따라 일렁이고, 짭짤한 바다 냄새가 실려 왔다.

도처에 널린 바람의 흔적. ‘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바람인 모양이다. 사람보다 더 빨리, 자주, 많이 바람을 만난다.

도심에선 귀를 열어도, 마음을 낮춰도 좀체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웅웅’거리는 에어컨 송풍기, 악다구니를 쓰는 매미 울음이 도심을 덮고 있다. 눈을 아무리 크게 떠도 세상은 흐릿하고, 몽롱하다. 아스팔트 열기 속에선 모든 것이 흐물흐물 녹는 것처럼 보인다.

도시의 열기는 먼 곳의 ‘바람’이 날려줄 테다.
남해 귀퉁이 거제 도장포 ‘바람의 언덕’.

■ 바람을 본다, 바람의 언덕
바람의 언덕은 바다를 향해 뻗어나간 해안 절벽지대. 바다가 훤히 바라보이는 벼랑 위에 벤치를 만들고 가로등을 세웠다. 남쪽 끝머리 절벽 아래의 무인등대도 보인다.

매점도 없고, 그늘 한 점 만들어 줄 만한 나무 한그루 없지만 바닷바람은 쉴 새 없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영화 속,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바람의 언덕’. 한여름 땡볕에도 여행객들이 찾아왔다.

바람의 언덕을 찾은 여행객은 대부분 연인들. 그들의 얼굴엔 ‘열애 중’이라고 쓰여 있다.
해가 저물고 가로등이 켜지자 바닷바람은 어린아이 숨결처럼 부드러워졌다.
사람이 하나둘 떠나고 나자, 바람의 소리가 들린다. 몸으로만 느꼈던 바람이 귀로도 들린다. 한여름 땡볕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눅진하게 무거웠던 마음도 자취를 감췄다. ‘바람의 언덕’은 원래 명칭이 없었다고 한다. 원래 키 작은 띠풀이 많은 곳이라 흑염소를 방목하거나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던 전망대였다고 한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사람들에게 소개되기 시작하고 관광지가 되면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곳에 오르는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시원스레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 남해의 금강산, 해금강
흑진주 같은 검은 몽돌로 이루어진 학동 몽돌해변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거제의 명소다.

몽돌이라 불리는 조약돌이 해변에 펼쳐져 있는 모습이 여느 모래사장과 비교했을 때 매우 독특하다. 주위 해안을 따라 동백림 야생 군락지가 펼쳐져 있고 6월에 왔다가 9월에 떠나는 팔색조로도 유명한 곳이다.

남해안의 맑고 깨끗한 물이 파도 쳐 몽돌을 굴리면 ‘자글자글’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몽돌은 발 지압에도 좋으니 그리 춥지 않다면 꼭 맨발로 해변을 걸어보자. 반질반질 반짝이는 몽돌은 주워가지 못하게 돼 있다. 벌금도 있으니 주의할 것.
도장포마을 우측에 폐교된 초등학교 옆 오솔길로 내려가면 신선대가 나온다. 바닷가에 큰 바위가 자리를 틀어잡고 있는 형상의 신선대는 주변의 해안 경관과 더불어 경치가 좋아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다.

신선대에 가기 전 몽돌해변이 있는데 작은 함목해수욕장이라고 부른다. 벼슬길이 막힌 서민들이 이 바위에서 제사를 올리면 소원을 이룬다는 말이 전해져오는 곳이기도 하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오색바위와 멀리 다도해 풍경까지 볼 수 있다.

해금강 유람선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해금강을 가까이 만날 수 있다. 거제도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풍경은 해금강. 해금강의 원래 이름은 갈도(칡섬)다.

지형이 칡뿌리가 뻗어 내린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지만 갈도보다는 금강산만큼이나 아름답다 하여 남해의 금강산을 뜻하는 해금강으로 불리고 있다.

해금강은 중국의 진시황제의 불로장생 초를 구하는 ‘서불’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3000명과 함께 찾았다는 ‘서불과차’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을 정도로 약초가 많다 하여 ‘약초섬’이라고도 불렸다.
주위의 경관은 썰물 때 그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내는데 병풍바위, 신랑신부바위, 돛대바위, 거북바위, 미륵바위 등 온갖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솟아 있고 십자동굴과 사자바위 그리고 환상적인 일출과 월출로 유명한 일월봉이 있다.

거제도에서 외도로 들어가는 선착장은 장승포유람선선착장, 학동유람선선착장, 와현유람선선착장, 도장포유람선선착장, 해금강유람선선착장, 구조라유람선선착장 총 6군데다.

유람선 요금은 선착장마다 조금씩 다른데, 대인은 1만7000원가량, 소인은 1만원이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해금강을 한 바퀴 돌며 유람을 하고 외도로 들어가는 코스다.

외도에 들어가서는 1시간 반 정도 자유시간을 갖고 정해진 시간에 유람선으로 돌아와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외도에서 나올 때는 반드시 들어갈 때 탔던 배를 타야 한다.

거제도에서는 많은 유람선들이 수시로 외도를 들고 나기 때문에 자신이 타고 온 배를 잊을 수도 있는데, 유람선에 탑승하면 타고 온 유람선 이름이 적힌 명찰을 나누어 주니 꼭 지참하도록. 그렇게 해금강을 한 바퀴 돌고 외도를 들렀다 나오는 데 총 2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여차-홍포 오프로드
여차에서 홍포로 가는 비포장도로 구간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특히 해 질 무렵이 백미다. 거제의 해안도로는 연장이 398km에 이른다. 그중 14번 국도를 따라 서남 해안의 학동과 해금강, 외도, 도장포를 거쳐 여차와 홍포에 이르는 25.5km의 길은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드라이브 코스.

여차-홍포 구간은 요즘 흔치 않은 비좁은 오프로드로 3.5km 해안을 굽이돌며 이어져 운치를 더한다. 중간의 여차 몽돌해수욕장은 거제에서 가장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까만 몽돌과 아담한 포구, 맑은 물과 섬들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이룬다.

앞바다는 난·한류가 교차하는 곳으로 어종이 풍부해 낚시꾼들의 포인트로도 정평이 나 있다.

14번 국도에서 벗어나 다대마을에서 왼편 바닷가로 난 1018번 지방도로를 타면 여차-홍포에 이르는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 방면으로 가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방면으로 통영~거제대교 코스를 이용한다.

거제대교를 지나 직진. 처음 나오는 해금강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하면 돌아가는 길이다. 신현 표지판 보고 직진, 신현 못 가 고현으로 우회전.

다시 포로수용소방면 우회전해서 계속 달리면 수용소 지나 막다른 3거리. 여기서 우회전하면 1018번 지방도. 지세포와 갈림길에서 1018번 학동 몽돌해수욕장을 보고 직진하면 구천3거리. 학동몽돌 쪽으로 우회전해 다시 만나는 3거리에서 좌회전 고개를 넘으면 학동 몽돌해변.

여기서 우회전하면 해금강 가는 길이다. 해금강 주유소 못미처 3거리에서 좌회전해서 도장포로 들어가면 바람의 언덕이 나온다. 길을 잃으면 무조건 해금강 도장포만 찾으면 된다.
▲ 숙박
해금강 주변에 많다. 해금강선착장 휴게소에서 보면 해금강이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거제는 관광도시답게 잠잘 곳이 많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