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서울 북촌한옥마을 골목 누비기

서울 북촌한옥마을 골목 누비기

by 운영자 2010.09.03

산 너머 북촌에는…

언제부터인가 ‘보존’과 ‘체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한옥을 잘 보존하면서 갖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전주한옥마을.

헌데 번화하고 늘 새로운 것만 들어오고 받아들일 것 같은 서울 한켠에도 전통을 잘 보전하고 그것을 귀하게 여기는 곳이 있다. 가회동과 원서동을 중심으로 펼쳐진 북촌 한옥마을이 그렇다.
서울에서 600년 수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강남은 물론 강북에서도 조선시대 왕들의 거소를 제외하면 시간의 두께를 품고 있는 건축물이 드물다. 가회동과 원서동을 중심으로 펼쳐진 북촌 한옥마을은 그래서 특별하다. 1930년대 인구의 수도집중이 일어나면서 발생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지은 한옥이 몰려 있다.

이곳에 가면 도심에선 고층빌딩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도심의 번잡함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덕분에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손을 꼭 잡은 연인들과 사진기를 든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북촌한옥마을은 서울의 오랜 이야기가 잠든 곳이다. 서울, 600년 고도의 향수가 숨 쉬는 그곳. 그 길 따라 세월을 거닐고 그 시간을 체험한다.

눈이 휘둥글, 보고 즐길 것 진짜 많네!
북촌,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곳
북촌은 경복궁 동쪽길과 창덕궁 서쪽길 사이에 있는 마을을 가리킨다. 가난한 선비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남산 기슭이 남촌이라면 벼슬 하던 양반들이 터를 이룬 곳이 북촌이었다. 예로부터 볕이 잘 들고 배수가 잘 될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도성의 중심에 놓여 있어 팔도 각지에서 올라온 양반들과 육조관아에 근무하던 관리들, 이들에 딸린 하인들이 이곳에 모여 살았다.

북촌은 한옥들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동네다. 1930년대를 전후하여 조선시대 고관대작들이 살던 대저택들이 중·소규모 한옥들로 자리바꿈하게 됐지만 풍양 조씨 집터, 백인제가, 일가정 터, 완순궁 터 등 솟을대문 뒤로 대감마님의 헛기침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대저택들은 지금까지 그 빛을 잃지 않았다.

마주 보면 손닿을 듯 가까운 이웃집, 작은 마당에 넘치지 않게 자라는 푸성귀, 담장 너머 골목길까지 열매를 떨어뜨리는 감나무, 소박함 가운데 풋풋한 정취가 살아 있는 정겨움이 이곳을 처음 찾은 손님들 발걸음 하나하나에 묻어난다.
■ 생옻칠 공방
북촌 돌아보기는 가회로 1길에서 시작된다. 안국역에서 시작되는 이 길은 헌법재판소 정문을 지나 들어간다. 골목을 따라 들어가며 제일 먼저 만나는 공간은 생옻칠 공방. 1996년에 서울시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받은 신중현씨가 사는 집이다.

옻칠한 나무에 금 글씨로 새겨 넣은 ‘무형문화재 1호 생옻칠장의 집’이라는 현판이 독특하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ㅁ자 모양의 마당이 반긴다.

옻칠을 6~7번이나 덧발라야 비로소 맑고 투명한 옻 특유의 갈색을 띤다. 바르고 말리기를 거듭해야 하는 것.

칠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면 사전 예약을 할 것. 옻칠할 목기의 거친 면이 없어지게 곱게 사포질을 하거나, 옻이 오르지 않는다면 첫 번째 옻칠 정도는 해볼 수 있다. 그러나 옻칠 체험에서는 직접 만든 목기를 가져갈 수 없다. 초벌에서 마지막 칠이 완성될 때까지 약 1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문의 02-735-5757

■ 한옥체험장
생옻칠공방을 나오면 왼쪽으로, 잘 지은 한옥이 있다.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을 지키는 시민들이 모여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하는 비영리단체 (재)아름지기의 한옥 체험장이다. 한옥마을에 한옥 체험장이 있다는 것이 별스럽진 않지만 들어가 볼 수 없는 다른 한옥과는 달리 마음껏 돌아볼 수 있다는 사실에 반가움을 금할 길이 없다.

이곳에서는 한옥을 짓는 과정과 한옥에서의 생활, 한옥의 이로운 점 등 우리 조상의 슬기와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정기적으로 전통문화강좌도 열린다. 문의 02-733-8374~5, www.arumjigi.org

■ 갤러리 올
가회로 1길의 끝에 자리한 갤러리 올은 한옥이 모여 있는 북촌에서 오히려 눈에 띄는 서양식 건물이다. 순수미술을 하는 전업작가들이 모여 만든 공간이라는 뜻으로 갤러리 이름을 ‘올’이라 지었다. 1층과 2층으로 분리된 전시공간에는 순수회화와 조각만 전시한다.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연중 무휴. 문의 (02)720-0054 www.kpaa.info

■ 서미갤러리
가회로 1길을 건너 이어지는 가회로 2길은 한옥으로 이어지던 북촌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건축물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그 정점에 서미갤러리(Gallery Seomi)가 있다. 간결한 서구의 선으로 마무리된 이 갤러리는 2층에 지어진 한옥으로 다시 북촌의 느낌을 연결하고 있는 독특한 구조다. 이곳이 갤러리임을 모르는 사람들도 발길을 멈추게 하는 이 건물은 중정으로 들어서면 그 매력이 증폭된다.

한국 전통의 ㅁ자 구조를 살린 건물의 중정은 대형 조각물이 설치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자 전시실과 유리로 연결되는 외부공간으로, 그곳에 서 있는 사람들조차 전시물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990년대 청담동에서 시작한 서미갤러리가 가회동으로 옮겨온 것은 2000년.

옮겨올 당시 지은 갤러리 건물은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현대미술가 중심으로 전시하며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일요일은 휴관한다. 02-3675-8232

■ 세계장신구박물관
북촌 한옥마을 한켠 화개길을 지나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이 골목을 걸어 지나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분 남짓. 하지만 막상 골목으로 들어서면 얘기가 다르다. 고즈넉한 한옥 세상 너머에는 최신식의 현대 건물들이 휘둥그레 펼쳐진다.

골목을 걷다보면 단청을 전문으로 하는 단청집이 나온다. 단청의 화려함에 이끌려 잠시 서성이다 보면 뒤쪽 골목에서 또 다른 빛이 비친다. 태양광선의 높이에 따라 외관의 색이 다르게 보이는 이 건물은 그 화려함과 웅장함으로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세계장신구박물관은 연면적 70여평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장신구를 주로 전시한다. 전시된 은과 유색보석 장신구 약 1000점은 관장 이강원씨가 30년간 전세계를 돌며 수집한 것으로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다. 1층과 2층의 전시 컨셉트도 다르다.

1층의 컨셉은 꽃밭, 2층의 컨셉은 숲이다. 1층 현관을 들어서면 꽃밭을 형상화한 전시장이 나온다. 팔찌-발찌벽과 1천년이 지나야 보석으로 변하는 호박을 벽면 가득 전시한 호박의 벽으로 둘러싸여 공간 자체가 화려한 장신구로 거듭나는 곳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핸드백을 비롯한 근대 장신구방, 아프리카인들로 하여금 금은보석을 내놓게 한 유럽의 비즈와 상아가 전시된 비즈와 상아의 대화 방, 아프리카 가면이 전시된 가면의 벽이 있다.
사진촬영이 불가하니 카메라는 잠시 넣어두고 가슴에 담아둘 것.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 관람료는 어른 5000원, 학생 3000원. 문의 02-730-1610, www.wjmuseum.com

■ 작은차(茶)박물관
국제선식문화원 감로당 앞으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을 따라 내려가면 오원 장승업의 생가에 만들어진 작은茶박물관이 있다. 한국전통차를 주제로 한 이곳에는 고려-조선시대의 막사발과 고가구, 중국의 차 주전자, 찻잔 등 차와 관련된 다양한 물건 5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제철에 만든 다양한 우리 차를 오랜 세월이 묻어 있는 다완을 사용하여 마실 수 있다는 것. 고려시대의 청자기에 마시는 세작의 맛은 이곳이 아니면 즐길 수 없는 풍류다.

게다가 창밖의 작은 의자와 맷돌, 토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담한 정원의 풍치가 차맛을 돋운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관람료는 1만원이며 차는 무료로 제공된다. 문의 02-737-5988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

서울특별시 종로구 계동 105번지 북촌문화센터 ☎ 02)3707-8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