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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주비엔날레’

‘2010 광주비엔날레’

by 운영자 2010.09.10

예술 작품으로 만나는
즐겁고 화나고 슬프고 신나는 우리네 삶
1000만 명의 삶’을 들여다본다.

저마다의 삶의 사연들이 방대한 이미지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진다. 2010 제8회 광주비엔날레가 지난 3일 시작돼 66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2010광주비엔날레는 ‘만인보(10,000 LIVES)’라는 주제로 오는 11월 7일까지 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민속박물관, 양동시장 등에서 펼쳐진다.

이번 비엔날레는 주제처럼 사람과 이미지, 또는 이미지와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폭넓은 탐구 작업으로 이뤄진다.

참여 작품은 20세기 초반부터 올해까지 작품 활동을 한 31개국 134명의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됐으며, 특별히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위해 제작된 신작들도 포함됐다.

전시는 이미지들에 대한 집착을 표현해낸 예술품과 문화 창작품들로 구성돼 전시 자체가 이미지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임시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1만명의 삶 ‘2010 광주비엔날레’
설치 작품보다는 사진·영상 위주

지난 3일 광주 용봉동 전시관 등에서 개막한 ‘2010 광주비엔날레’는 마치 9000여개의 이미지로 가득한 박물관 같았다.

수많은 인물의 삶을 소개한 고은 시인의 연작시 <만인보>를 주제어로 택한 데서 보듯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사람들이 남긴 이미지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디지털카메라와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이미지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이미지 과잉’ 시대에 이미지와 사람 간의 관계를 살피는 것이다.
이미지에 대한 탐구인 만큼 전시는 사진과 영상 위주로 구성됐다. 테디베어를 안은 사람들을 찍은 3000여장의 사진을 벽에 빼곡히 채운 이데사 헨델레스의 ‘테디베어 프로젝트’, 크메르 루주에 저항한 죄로 잡혀온 후 캄보디아 프놈펜 뚜얼 슬렝 수용소에서 처형된 사람들의 초상사진 30여점을 전시한 방, 20여년간의 여행에서 찍은 3000여장의 사진을 보여주는 피슐리와 바이스의 ‘가시적인 세계’ 등 수많은 사진을 모아놓은 작품들이 여럿 눈에 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대형 설치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던 기존 비엔날레에 비하면 사진과 영상 위주로 이루어진 이번 행사는 담백하다. 또 비엔날레가 기본적으로 첨단 현대미술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1901년 작품을 포함, 구작이 대거 포함됐다. 눈에 띄는 대형 설치작품이 많지 않아 관람객 입장에서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지’라는 대중적인 주제와 이미지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는 짜임새 있는 전시 구성 덕분에 전시를 보고나면 이미지라는 주제를 통해 역사와 사회를 한눈에 훑어본 것 같은 개운함이 남는다.

정기적으로 작품을 설명해주는 시간이 아니더라도 전시실 내의 도슨트들이 작품 설명을 해준다. 요청하면 누구나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으니 작품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도슨트에게 도움을 청할 것.

◇ 제 1전시관
이미지를 통해 구축된 자아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마이크 디스파머의 ‘페니 초상사진(Penny Portraits, 몇 센트밖에 되지 않는 싼 값의 초상사진)’들에서부터 김상길이 기록한 온라인 동호회, 임흥순의 비디오 작품까지 주제 ‘만인보’를 반영하는 작품들이 전시됐다.

프란츠 게르치와 마리아 라스니히, 야쿠프 지올코브스키의 회화작품과 드로잉에서는 인간의 얼굴과 심리가 드라마틱하게 드러난다.

앤 콜리어, 오렐리앙 프로망과 페터 뢰어는 기존의 이미지들을 차용하고 재배치하며, 셰리 레빈과 스터트번트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을 복제함으로써 소유권과 저작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영화감독인 우원광은 중국의 시골 근로자들에게 비디오 카메라를 나눠 주고 그들의 일상을 다양한 면모로 창작한다. 사진으로 가득 찬 이번 전시회는 또한 이미지 제조기의 역할을 수행한다.

관람객은 프랑코 바카리가 전시관에 마련한 사진 부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은 후 벽면에 자화상을 부착할 수 있다.

산야 이베코비츠의 살아있는 기념식은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참가자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당시 유행하던 민중가요를 부르던 장면들로 이루어진다.

◇ 제 2전시관
광학적 환영과 초과학적인 상상을 통해 시각의 기제를 탐구한다. 토바 아우어바흐, 토마스 바이를레, 브리짓 라일리, 폴 샤리츠, 스탠 밴더비크와 양혜규는 시각적 경험이 우리의 눈과 신체에 어떻게 각인되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인간이 이미지들을 어떻게 구축하고 유통시키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가쓰히로 야마구치, 지켄 코보, 카르슈텐 휠러가 제작한 실험적인 영화들은 시각의 기능을 재해설함으로써 보는 행위가 하나의 모험으로 전환된다.

아르투르 즈미예브스키의 비디오 작품에서는 맹인들이 세상을 보는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신로 오타케는 수 십 권의 스크랩북에서 발췌한 수 천 장의 사진을 배열하는 방식으로 시각적 문화의 파편들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를 구분하는 간극이 하루가 다르게 희미해지는 가운데 이들은 어떻게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들이 조작되고 배포되는지를 고찰한다.

◇ 제 3전시관
영웅과 순교자들을 묘사한 작품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신화의 창작,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의 보존, 전쟁과 압제의 목격담을 간직하기 위해 이미지들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탐구한다. 캄보디아 뚜얼 슬렝(Tuol Sleng) 수용소의 사진들은 크메르 루즈 학살 희생자들의 비참한 기억들을 구성하고 있다. 이 사진들은 이제 학살의 이름 없는 생명들 중 유일한 생존자이자, 침묵의 목격자로 남아 있다.

쟝 포트리에의 그림과, 잡지 유스풀 포토그래피의 자살 폭탄 테러범 초상화 모음, 카타리나 프리치의 조각, 히토 슈테예를과 류웨이의 비디오 등은 희생자와 순교자의 초상을 낱낱이 보여준다.
렌트 콜렉션 코트야드 103개 실물 크기 조각물들은 전제적 지주의 손 아래서 고통 받는 중국 소작농들을 보여준다.

최병수에 의해서 그려진 젊은 시위 참여자의 장례식 초상은 한때 수많은 조문객의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이제는 한국의 전반적인 민주화 운동의 열쇠 같은 존재가 되었다.

◇ 제 4전시관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테디 베어 프로젝트다. 큐레이터이자 수집가인 이데사 헨델레스가 만들어낸 이 작품에는 테디 베어를 안고 사진을 찍은 사람들의 사진이 3000장 이상 수집되었다.
김옥랑에 의해 수집된 장례식 인형들은 죽음과 삶을 동반하기 위해 장례의식에 사용된 것이다. 이 두 경우는 이미지가 향수(노스텔지아)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용된 사례이다. 우상숭배 또는 이미지에 대한 사랑은 종종 이미지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을 은폐하기도 한다.

황융핑의 부서진 부처상과 같은 작품들은 폭력과 우상파괴의 제스처들을 보여주는 반면 하룬 파로키는 신성한 조상(彫像)을 찾는 행렬과 순례를 기록한다.

◇ 제 5전시관
극장과 텔레비전의 구조에 대한 색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다소 불안전한 형태의 전시물을 모아 놓았다.

박태규는 현재 광주에 남아 있는 유일한 영화 포스터 화가이다. 그가 손으로 그린 영화 입간판들은 한국 영화의 역사를 말해준다.

저우 샤오후의 비디오 설치 작품은 거꾸로 뒤집혀 있는 회사의 사무실을 묘사하고 있다. 이 사무실 직원들은 천정에 매달려 있다. 이렇게 부조리한 상황은 현시대의 자본주의와 뒤집어진 세상의 초상을 보여주고 있다.

◇ 광주시립미술관
자화상과 스스로에 대한 묘사 작품을 집중적으로 전시한다. 자서전에 대한 이종(異種)의 접근을 보여주는 데칭셰와 디터 로트의 자가 생성 감시 기계들은 신디 셔먼과 라이언 트리카틴의 환상 세계와 나란히 전시돼 있다.

로베르토 쿠오기와 앤디 워홀의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관계들을 묘사, 구성하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예술 세계의 외부에서 주로 활동해오던 모턴 바틀릿은 주물(呪物)과 같은 인형을 그의 가장 친한 친구로 설정해 판타지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승택의 놀라운 이중 자화상은 분리된 자아(예술가 자신 또는 예술가의 조국)를 암시하고 있다.
헨리크 올레센은 예술가와 예술작품의 숨겨진 역사를 기록하고 있으며, 안드로 베쿠아는 그의 고향에 대한 개인적 기록을 기억으로부터 완전히 재구성한다.

◇ 양동시장
시민참여 작품전인 ‘나도 비엔날레 작가 : 만인보 +1’이 열린다. 최아영 우암미술관 학예연구사가 기획한 이번 작품전은 ‘민들레 홀씨가 되어’를 주제로 소박한 소망을 안고 세상으로 흩뿌려지는 민들레 홀씨처럼 광주시민의 소망을 공유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시민의 소망이 적힌 글이나 그림 100여점이 민들레 홀씨 모양으로 양동시장역 천장에 내걸렸다.

2일부터 비엔날레가 끝나는 11월 7일까지 전시되며,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양동시장역을 방문해 소망을 남기면 조형물로 제작될 수 있다.

미술평론가 임근준은 “다양한 의견이 소통되도록 공간 편집이 잘됐으며, 역대 광주비엔날레 중 완성도는 최고”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제3세계의 모습 등을 타자화시켜 바라보는 일부 작품들은 불편했다”고 말했다. 11월 7일까지. 관람료 성인 1만원(예매시).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