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둘레길 걸으며 생태 체험 ‘창원 주남저수지’

둘레길 걸으며 생태 체험 ‘창원 주남저수지’

by 운영자 2010.10.01

얘들아, 철새 만나러 가자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바람은 선선하고 볕은 곱고 하늘은 높다. 아이들과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보통의 여행처럼 그저 ‘재밌기만 한’ 여행이 아니다. 재미나고 공부도 되는 여행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맘껏 느낄 수 있는 여행이다.

습지를 찾아 환경 교육을 시도해보자. 순천만도 좋다. 순천만을 자주 찾았다면 창원의 주남저수지는 어떨까. 주남저수지 둘레길 걸으며 보고 느낀 점을 기록하며 사진을 찍어두면 훌륭한 체험학습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 나무에 새가 열렸나 봐요!”
주남저수지, 철새와 연꽃과 갈대와 코스모스와…


가만히 생각해보자. 아이들과 나들이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준비했는지. 대부분 엄마아빠가 갈 곳부터 시작해 가는 방법, 간식까지 모두 계획을 세운다. 아이들은 그저 따라 나서는 것이 전부였다. 가서도 엄마아빠가 이끄는 대로 그저 따를 뿐이다.

허나 이번 여행은 다르다. 아이들도 스스로 챙겨야 할 것이 생긴다. 우선 철새를 보기 위해 망원경과 쌍안경을 챙기고, 잘 모르는 철새들을 알기 위해 조류도감도 한권쯤 가져가면 좋다. 필기도구도 필요하다. 카메라를 챙기면 금상첨화. 늘 수동적인 아이들이 능동적인 여행. 창원 주남저수지로 떠난다.

■ 주남저수지는?
창원시 동읍 가월리에 위치한 주남저수지는 철새 도래지다. 개구리밥, 붕어마름 등 각종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노랑부리저어새, 저어새, 흰꼬리수리, 흰이마기러기, 솔개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비롯한 다양한 철새가 다녀간다.주남저수지를 찾는 여름철새는 하루 5000∼6000마리 정도지만 겨울철새는 하루 평균 1만∼2만 마리에 이른다.

주남저수지는 용산호, 동판호, 산남호의 3개 저수지로 이뤄져 있다. 호수변 드라이브 길을 따라 육안으로 철새를 탐조해야 한다. 2004년 개관한 생태학습관은 동읍 월잠리 위치.

주요 철새의 박제와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생태학습관과 300m 거리에 망원경을 비치한 철새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남해고속도로 진영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10분 정도만 달리면 저수지 전망대에 닿을 수 있다.

■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새’
내비게이션에 ‘주남저수지’를 치면 헷갈리기 쉽다. 저수지다 보니 내비게이션도 어디를 목표점으로 둬야 할지 몰라 헤매기 십상. 내비게이션에 ‘주남저수지 전망대’ 또는 ‘주남저수지 생태체험관’을 입력하면 쉽다.
먼저 주남저수지를 멀리서 관망해보자. 숲을 본 다음 나무를 보는 식으로 말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3개 저수지 가운데 가장 넓고 큰 용산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물 위에는 작은 수생식물들이 무리지어 동동 떠 있는 듯 보이고 물 가운데 숲도 눈에 띈다. 저수지 내 섬처럼 생긴 갈대밭 언저리에 희끗희끗 뭔가가 보인다.

“엄마! 새들이 나무에 열렸어요!”

옆에서 망원경으로 나무를 관찰하던 한 아이가 나무 위에 앉아 쉬고 있는 철새들을 보고 ‘나무에 새들이 열렸다’고 표현한다. 가만 보니 정말 나무에 새들이 열렸다. 주렁주렁, 가지가 휘어지도록 열렸다. 올해도 풍년이다, 새 풍년!

아직은 조금 이르지만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는 더 많은 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개체수가 가장 많은 쇠오리를 비롯해 큰기러기, 청둥오리, 흰죽지, 댕기흰죽지, 가창오리, 큰고니, 흰뺨검둥오리, 넓적부리, 물닭 등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새들은 바지런하다. 나무에 앉아 쉬나 싶더니 푸드득 날아 물 위를 미끄러지듯 내려가 먹이를 잡아먹는다.

특히 장관은 무리지어 나는 새들. V자 대형을 이뤄 나는 기러기 떼는 아무리 봐도 신기하고 멋있다. 하루 중 어느 때고 새들의 비행은 탄성을 자아내지만 해질녘 붉은 노을과 함께라면 누구라도 사진작가가 되어 카메라를 들이댄다.

■ 저수지 따라 걷기
멀리서 주남저수지를 봤다면 이제 좀더 가까이서 주남저수지를 살펴볼 차례다. 전망대에서 뒤편은 저수지를 둘레로 걷기 좋은 길이 조성됐다.코스모스며 해바라기, 갈대가 병정처럼 둘러싸 다른 운치를 자아낸다. 바람까지 살랑 불어오면 영화 속의 멋진 주인공이 된 듯하다. 물가에 늘어진 갯버들 왕버들 호랑버들도 그저 아름답다.

잠깐 쉬고 싶다면 저수지를 마주하게 지어둔 나무 원두막에 올라 쉬면 된다. 많은 이들이 간단한 간식을 준비해와 먹으며 쉬고 있다. 저수지가 잘 보이도록, 저수지와 가깝게 지어 두어 더 좋다.
다리 쉼이 끝났다면 나무 데크 따라 걷자.

왼편의 저수지에서 부는 선선한 바람이 기분을 좋게 한다. 그렇다고 앞만 보고 걷지는 말 것. 머리 위로 나는 철새들을 지나치면 안될 일. 망원경 목에 걸고 이따금 하늘도 올려다보고 멀리 저수지도 바라다볼 것.

지금은 거의 지고 없겠지만 1~2주 전에만 해도 연꽃이 저수지를 아름답게 수놓았다. 분홍의 연꽃에 강할 것만 같은 ‘대한민국 아줌마’들도 사르르 녹아 한동안 “와, 진짜 이쁘네!”를 연발한다.
나무데크 길이 딱딱하다 느껴지면 돌아 나와 흙길을 걸어보자.
주남돌다리로 가는 길은 흙길이다. 논과 논 사이로 난,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만한 길을 천천히 20여분쯤 걸으면 주남돌다리를 만날 수 있다. 1996년 경상남도문화재자료로 지정된 주남돌다리는주남새다리라고도 한다. 창원시의 동읍(同邑)과 대산면의 경계를 이루는 주천강(注川江)에 놓여 있는데, 건립 시기와 경위 등이 확실하지 않다.

“오래 됐는데? 내 어렸을 때도 있었다.”
“맻 백년 됐다 하대, 사람들이?”

마을 우산각에서 쉬고 있던 어르신들이 돌다리의 역사를 더듬는다. 주남돌다리는 800여 년 전 강(江) 양편 주민들이 정병산 봉우리에서 길이 4m가 넘는 자웅석(雌雄石)을 옮겨와 다리를 놓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 습지 공부, 이것만은 알아둘
2008년 이미 환경교육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제도권 안에서 환경교육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입시 위주로 짜인 교과 과정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환경교육을 받기는 쉽지 않다. 학교에서 어렵다면 가정에서 도와야 할 일. 가까운 강, 호수, 논, 댐도 좋고 순천만도 좋은 교육장이 된다.

습지교육은 집 근처 작은 웅덩이에서 자라는 수생식물과 곤충을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주변 관찰에서부터 하천 주변 탐방, 갯벌 탐방 등으로 이어가면 된다.

습지는 강, 호수, 논, 댐 등 내륙습지와 갯벌, 조하대, 연안 배후지역 등 연안습지로 나뉜다.
습지로 떠나기 전 챙겨둬야 할 준비물이 있다. 지도와 사진기, 필기도구다. 교육적 효과를 거두려면 단순히 돌아다니는 것보다 세밀하게 기록하면서 관찰하는 것이 좋다.

하천 또는 갯벌 등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걸어가자. 시작 지점부터 끝 지점까지 어떻게 변화되는지 그 양상을 아이들에게 기록하도록 하자. 느낌과 함께 글, 그림, 사진으로 잘 기록해 놓으면 된다. 특히 하천의 경우 하수가 직접 유입된다든지, 물이 말라버렸다든지, 혹여 물에서 냄새가 난다든지 등을 생각하도록 도와주자.

철새 탐조에 나섰다면 새의 나는 모습을 보겠다고 돌을 던져서는 안된다. 이런 행동은 새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줄뿐더러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하게 해 철새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거나 향이 진한 화장을 하는 것도 금물이다. 감각이 예민한 철새들을 자극할 수 있다.

다녀와서는 꼭 소감문을 쓰거나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자. 가족끼리 간단한 보고회를 열어도 좋다. 각자 찍어온 사진과 그려온 그림, 적어둔 느낌을 가족끼리 나누고 적어두면 좋은 자료가 완성된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창원주남저수지 |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동읍 대산면 일원 ☎055-296-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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