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진주 남강 유등축제

진주 남강 유등축제

by 운영자 2010.10.08

위에 뜬 달과 빛


1 년 중 언제 가장 축제가 많이 열릴까?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단연코 5월과 10월일 것. 5월과 10월에 축제 많이 열리는 까닭은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기 때문일 터다. 전국에서 10월 중 열리는 굵직한 축제만 30개가 넘는다.

파아란 하늘 눈부시고 볕의 결은 곱디곱고 바람은 서늘하다. 바야흐로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나 혼자만, 우리 식구만 살짝 즐기고 오는 여행이 아닌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즐기는 여행인 ‘축제’는 또 남다르다.

가까운 진주 남강에 달이 떴다. 하늘이 아니라 강 위에 떴다. 초승달, 그믐달, 보름달만이 아니라 갖가지 모양의 달이 남강 위에 둥실댄다. 대낮 같은 밤. 진주는 내내 낮이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진주 남강 ‘유등’ 밝혀


<가을에는 잠시 여행을 떠날 일이다 / 그리 수선스러운 준비는 하지 말고 / 그리 가깝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 아무데라도 / 가을은 스스로 높고 푸른 하늘 / 가을은 비움으로써 그윽한 산 / 가을은 침묵하여 깊은 바다 / 우리 모두의 마음도 그러하길 / 가을엔 혼자서 여행을 떠날 일이다 / 그리하여 찬찬히 가을을 들여다 볼 일이다> - 박제영 ‘가을에는’ -

가을, 여행을 떠나라 부추긴다. ‘환장하게’ 좋은 날씨도 나를 부추기고, 익숙해져 약간의 권태로움이 느껴지는 일도 나를 부추긴다. 헌데 우연히 잡아 읽은 시에서도 여기 있지 말고 잠시라도 여행을 떠나라 부추긴다. 그리하여 가을을, 나를 찬찬히 보라고 말이다.

시인의 말대로 수선스럽지 않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을 찾아 나선다. 외롭지 않은 곳이면 더 좋겠다. 사람들로 북적여 지는 아쉬움을 잠깐이라도 잊을 수 있으면 좋겠다.

진주 남강. 이곳은 지금 밤낮의 구분이 모호하다. 낮처럼 훤한 밤과 북적이는 사람들은 스러지는 것을 잊게 하기 충분하다. 더군다나 이곳은 지금 아름답다. 황홀하도록 아름답다.

강 위에 뜬 달, 유등
진주는 분주하다. 진주 나들목을 지나자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나부낀다. 12일까지 열리는 전국체전을 알리는 것, 진주남강유등축제를 알리는 것, 진주시민의날 관련한 것까지 갖가지 플래카드가 바쁘게 손을 흔든다. 헌데 이것이 정신 없다하기 보다는 생동감이 넘친다는 느낌을 준다.

낮까지만 해도 조금 흐리기만 하더니 어둑어둑해지자, 비가 한두방울씩 흩뿌린다. 지난 여름 그렇게도 퍼부었던 비가 가을까지도 이어지나 싶자 슬슬 화가 난다. 그래도 돌아갈 수는 없는 일. 이렇게 포슬포슬 내리는 것만해도 어딘가.진주 남강변을 달린다.

“세상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남강에는 다른 등이 필요 없을 만큼 수많은 등이 강을 유영하고 있다. 아름답다는 감탄사 외에는 다른 말이 나오지 않는다.
진주 남강변은 어디를 가든 등이 설치됐다. 축제장 입구마다 삼지창을 거꾸로 세운 듯한 모양의 등, 솟대등, 솟을대문 모양 등, 돌담길 등이 설치됐다. 음악분수대 부근에는 석류등이 설치돼 ‘온통’ 등으로 가득 찼다. 그뿐이 아니다. 유등축제에는 쓰레기통마저도 등으로 만들어뒀다. 축제장 주변의 쓰레기통과 안내도 역시 등으로 만들어두었다.

진주 촉석루 아래 의암바위 주변에는 ‘진주의 혼’을 주제로 한 등을 배치했다. 김시민 장국, 진주 삼장사, 논개, 호국의 종, 진주성 전투에서 사용한 천자총통, 화포 모양의 등이 떠있다. 진주성의 정통성과 역사를 테마로 한 이 등은 제1 사랑다리를 지나며 더 가까이 볼 수 있다.

‘강의 도시’ 진주에는 비의 심술도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오히려 운치를 더한다.

운치를 느끼는 것은 비단 몇몇만은 아닌 모양이다. 축제장을 찾은 이들이 조금도 줄지 않는다.
올해 유등축제 유등의 주제는 ‘살아 숨쉬는 우리의 춤’. 진주검무, 부채춤, 승무, 장고춤 등 우리 역사 속 면면이 이어져 내려온 한국의 전통춤을 형상화한 등이 만들어졌다.

■ 타임머신 타고, 조선시대로!
유등축제를 즐긴다고 반드시 밤에 갈 필요는 없다. 늦은 오후쯤 도착해 진주 구석구석을 둘러봐도 좋을 일. 유등축제가 진행되는 남강 주변에는 진주성이 자리하고 있다. 진주성은 임진왜란의 3대 대첩지 중 하나. 진주성 내에는 논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 의기사, 누각과 김시민 장군 전공비, 진주성 싸움 때 전사한 승병의 넋을 모신 호국사, 임진왜란을 주제로 꾸민 국립진주박물관 등이 있다.

암갈색 물빛을 머금고 의기 논개의 사연을 말해주는 의암 역시 남강과 어울려 절경을 뽐낸다.
진주성 벽을 따라 촉석루로 향한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 위에는 논개의 구국혼처럼 촉석루가 우뚝 솟아나 있다. 밀양 영남루, 남원 광한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촉석루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을 지키던 주장(主將)의 지휘소가 있었던 곳.

촉석루 오른편에는 남강으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층층이 놓여있다. 그 돌계단을 따라 동굴처럼 생긴 성벽을 빠져나오면 연초록빛 물결이 잠든 남강변에 작은 바위가 하나 섬처럼 떠 있다.

그 바위가 바로 논개가 열 손가락에 가락지를 끼고 왜장을 껴안은 채 강물에 뛰어들었다는 의암바위이다. 이 바위는 원래 ‘위암’이라고 불렀는데, 논개의 충절을 기려 이름을 ‘의암(義巖)’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의암바위를 뒤로 하고 다시 돌계단을 올라오면 촉석루 서편에 ‘지수문’(指水門)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사당이 하나 나온다. 이 사당이 바로 논개의 영(靈)을 받들어 모시는 의기사다.

의기사는 영조 16년, 서기 1739년에 처음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의기사의 나지막한 담벼락 옆에는 검은 대나무, 즉 오죽(烏竹)이 논개의 혼백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

촉석루를 나와 한참을 오른편으로 걸으면 국립진주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임진왜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임진왜란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임진왜란과 관련한 각종 문학과 서화, 총포, 갑옷 등이 잘 전시되어 있다.

진주성을 대강 둘러본 다음 공북문으로 나와 왼편으로 10여분을 걸으면 서울 인사동에 버금가는 골동품거리가 나온다. 각종 고문서와 서화, 도자기, 석물뿐만 아니라 옛날 시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절구, 장독, 물레방아 등도 만날 수 있다. 진주성 서쪽 공북문에서 서문까지 하나 둘씩 문을 열면서 군락을 이룬 20여 개의 골동품 거리를 찾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 것.
■ 진양호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진주의 또 다른 볼거리 진양호에는 전망대, 동물원, 물문화관 등이 있다. 진양호 앞에서 잠시 차를 멈추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슬픈 부산정거장~ 잘 가세요~ 잘 있어요~ 눈물의 기적이 운다. 한 많은 피난살이 설움도 많아 그래도 잊지 못할 판잣집이여~ 경상도 사투리에 아가씨가 슬피 우네~ 이별의 부산정거장.”

소리의 진원지로 가까이 다가가면 1930∼1950년대 팬들을 사로잡았던 남인수의 동상이 나온다. 진주에는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한 ‘남인수 생가’가 있다. 애잔한 남인수의 목소리는 고요한 진양호와 참 잘 어울린다.

열려라 축제
높푸른 10월 온통 축제 세상


가을하늘 공활하고 가을바람 시원하다. 바야흐로 ‘놀기’ 그만인 계절. 전라도 곳곳에서는 즐거운 축제가 줄줄이 준비됐다. 가족과 함께 즐길 축제를 소개한다.

■ ‘짜릿한 손맛’ 9~10일 목포 갈치축제
목포시는 제8회 목포바다 은빛갈치축제를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평화광장 일원에서 개최한다.
축제 기간 동안 청소년 뮤직페스티벌, 목포시립무용단과 시립합창단의 축하공연, 목포 춤추는 바다분수 공연, 시민 장기자랑, 퀴즈, 경매 등이 준비돼 있다.

낚시 마니아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는 ‘제8회 목포은빛 갈치낚시 대회’가 9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선상에서 진행된다.

또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갈치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축제기간 동안 평화바다 갯바위에 250개의 낚싯대를 설치한 ‘갯바위 갈치낚시 체험’과 ‘인공어조 낚시 맨손 낚시 체험’, ‘갈치요리 시식회’도 마련됐다. ▲ 문의 목포시청 관광기획과 270-8442

■ 김제 지평선축제, 참여프로그램 ‘눈길’
6년 연속 대한민국 최우수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지평선축제가 전북 김제시 부량면 벽골제 인근 행사장에서 6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이번 축제는 ‘벽골제 전설 대동 쌍룡놀이’, ‘쌍룡 횃불놀이’, ‘비전 2010, 우정·사랑·화합·희망 연날리기’, ‘벼고을 퍼레이드 입석줄다리기’, ‘도전 1233, 가장 긴 인절미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김제 지평선축제는 우리 전통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지역문화로 계승 발전시키는 계기로 마련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문의 지평선축제기획단 063-540-3034

■ ‘한들한들’ 정읍 구절초축제 9~17일
정읍 구절초축제가 산내면 매죽리 구절초테마공원에서 ‘하늘과 소나무, 구절초의 어우러짐, 이 가을 최고의 서정’을 주제로 9일 개막해 17일까지 열린다.

이번 축제는 구절초 꽃밭음악회, 구절초 언덕 숲속연주회, 구절초 꽃밭 야외카페, 솔숲 대나무 피리 공작소, 가을과 구절초 풍경사진 전람회 등이 마련됐다.

이밖에 구절초를 소재로 한 다양한 상품과 음식 등을 즐길 수 있는 코너도 운영된다. 구절초테마공원은 산내면 소재지에서 순창군 쌍치 방향으로 2㎞가량 거리이고, 전주에서 40분 광주에서는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태인 나들목으로 나와 칠보 방향으로 30분 가면 된다. ▲ 문의 정읍시 농업기술센터 063-539-6171~3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