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매암 차문화박물관

매암 차문화박물관

by 운영자 2010.11.12


하동, 차시배지를 가다.

어느새 단풍은 낙엽이 되어 발아래 머물고 풍요롭다고 말하던 가을은 이제 그만 쓸쓸하다. 사람들로 시끄럽던 여행지도 한동안은 눈시린 파란 하늘과 스산한 바람소리만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울테지.

한번쯤 그렇게 사람없는 여행지에서 차가우리만큼 바삭하고 신선한 공기를 느끼며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는 것은 어떨까.

하동은 신라시대, 당나라에서 들어 온 차 종자를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심은 차나무의 시배지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하동 작설차는 임금에게 진상했을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고 한다.

그런 하동에 있는 매암 차문화박물관. 보기 드문 개인소유의 차박물관이다. 지난 2000년 개관, 차와 관련된 유물이 전시되어 관람할 수 있고 아무도 지키고 있지 않는 무인다방에서는 늘 푸른 차밭을 감상하며 따뜻한 차 한잔으로 쓸쓸한 가을을 달랠 수 있겠다.
섬진강을 따라 가다
굽이굽이 느리게 가기


때로 여행은 도착지에서의 즐거움보다 가방과 카메라를 챙기며 더 설레기도 하고 혹은 찾아가는 길에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사람에 놀라기도 한다. 생각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는 것, 여행의 묘미중 하나이다.

매암 차문화 박물관을 찾아가는 길, 그 길이 그러하다. 때문에 비록 60여 km 남짓한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더 넉넉한 시간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강을 따라 길을 찾아가야 할테니.
슬로우 시티, 하동 악양

하동 송림의 모래사장을 내려다 보며 섬진강이 보이는 19번 국도에 들어서면 이제 강을 따라 두리번거리며 박물관이 있는 하동 악양을 찾아 가기만 하면 된다.

봄이면 꽃이 마를 날 없다는 이 길에는 이제는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 대신 단풍이 떨어지고 강바람에 나부끼는 갈대는 외할머니의 흰머리처럼 눈부시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남겨진 감들은 마치 별처럼 초롱하기까지 하다. 가을의 한없는 느긋함을 만끽하기에 잔잔하게 흐르는 섬진강물은 더없이 좋은 배경이다.

이렇게 섬진강을 따라 찾아가는 하동 악양은 중국 호남성의 아름다운 고대 도시인 악양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더욱이 지난 2009년에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슬로시티로 인증받아 박물관을 포함한 7개의 걷기여행 코스들이 여행자들에게 또다른 볼 거리와 재미를 선물하기도 한다.

내친 김에 5km정도의 그다지 길지 않는 걷기여행 코스도 있으니 한번쯤 자동차에서 내려 시도해 볼만도 하겠다.
매암 차문화박물관

‘평사리 공원’이라는 이정표를 발견했다면 이제 곧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평사리 공원’을 지나고 ‘토지’의 주인공인 ‘서희’의 집, 최참판댁을 지나 자동차로 5분 거리에 매암 차문화 박물관이 있다.

매암 차문화 박물관의 낮은 문을 지나 박물관에 들어서면 먼저 차밭이 눈에 들어온다. 익히 봐오던 넓디넓은 차밭은 아니지만 소담한 모습이 한편 정스럽다.

차라는 것이 원래 그리 요란스럽지 않아서 일까. 차를 따라 박물관건물 또한 호젓하다. 일제시대때 지어져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건물 안에는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등 시대와 관련된 차 유물들을 전시하고 차와 관련된 의미,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그리고 차밭 한편에는 지켜보는 이 없는 매암 다방이 있다. 그저 오는 손님 알아서 마시고 마셨던 찻값을 두고 가라는 안내문만이 찻잔들과 함께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야외벤치에 앉아 차를 즐겨도 좋으련만 쌀쌀한 늦가을 날씨 때문에 다방 안에서 물을 끓이고 찻물을 우려낸다.

차를 기다리는 동안 네모난 창으로 보이는 차밭의 늦가을 풍경은 액자에 담긴 그림인 듯하다.

[순천광양 교차로 이지은 기자 / mariantna@hanmail.net ]

매암 차문화 박물관 | 경남 하동군 악양면 정서리 293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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