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겨울 바다, ‘굴’ 따고 ‘꿈’ 따고

겨울 바다, ‘굴’ 따고 ‘꿈’ 따고

by 운영자 2010.12.03

함평 석창리 바다 ‘굴’
‘석화(石花)’를 아는가. 바닷가 바위에 다닥다닥 매화처럼 붙어 있는 꽃, 석화.

‘굴’이라고 더 많이 불리지만 바닷가 사람들에게, 바다가 삶의 터전인 사람들에게는 ‘굴’은 꽃일 게다. 아름다운 꽃 말이다.

석화(石花)라는 이름은 는 바위에 붙어 있는 모습이 ‘꽃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것. 바위 위의 꽃 ‘석화’는 겨울에 더욱 아름답다.

바닷가 겨울바람이 매섭다. 함평 손불면 석창리는 지금 석화가 예쁘게 피었다. 함평 석창리 앞바다, 해풍에 맛을 키우고 갯벌의 영양분을 빨아 제 살을 불린 석화가 지천이다.

“굴 따서 꿀도 사묵고 밥도 사묵고 해야제”
굴이 맛 드는 철, 굴 따기


멀리서 보면 점 같다가 조금 더 가까워지면 바위 같다. 그러다 더 가까워지면 비로소 사람인 것을 안다.

굴을 따고 1년 내내 낙지를 잡는다. 이들에게 바다는 ‘꿈’이다. 이맘때 맛이 드는 굴은 채취가 간단하다. 바위에 지천으로 붙은 것을 일명 ‘굴쪼시게’로 긁어 떼어내면 된다.

양동이, 호미, 갈고리, 굴쪼시게가 준비물. 굴은 보통음력 10월 보름부터 이듬해 음력 2월까지 딴다.
“춥기는 뭐가 추와. 이 정도는 추운 것도 아니제. 있다가 1월에나 와봐. 눈 오고 바람 불믄 진짜 눈도 못 뜨게 추웅게. 손은 땡땡 얼어서 쥐어지도 않고 볼때기는 얼음이 백인당께. 발가락은 돌로 맞어도 아픈 줄도 몰라부러.” 몇 십 년 동안 해마다 석창리 바다에서 굴을 따는 주민들은 이 정도 추위는 추운 것도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말을 하면서도 연신 굴을 따는 것이 40년 베테랑답다.

겨울 해는 짧다. 5시가 되니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아낙들은 준비물을 챙겨 나온다. 노을에 비친 아낙들의 모습이 화가 밀레의 작품보다 더 아름답다.

이들이 딴 굴을 어촌계 공판장에서는 저울에 달아 그 자리에서 판매한다. 외지인들도 멀리서 와 사갈 정도로 인기다.

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붉어지다 이윽고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이제 서서히 어둠이 깔리고 바다는 숨을 죽인다.

▲ 찾아가는 길 : 순천ㆍ광양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주 방면으로 달려 유덕 나들목 무안 방면으로 우측 방향으로 나와 ‘무안광주고속도로’를 탄다.

20여분쯤 달려 동함평 나들목을 빠져나온다. 손불면 궁산리 해수찜마을을 조금 지나 좌측 ‘석계’라는 표지판을 보고 들어가면 함평만 갯벌이다.

▲ 주변 볼거리 : 손불면 궁산리는 정통 해수찜마을이다. 이곳 해수찜은 소나무 장작으로 가열한 유황석을 각종 약초가 담긴 해수탕에 넣어 뜨거워진 물로 찜질하는 것.

유황석은 열을 가하면 알칼리염 생성과 게르마늄 용출을 도와 살균작용, 피부질환, 신경통, 당뇨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주포해수약찜’ 등 3곳에서 영업 중이다.
용천사, 자연생태공원, 생활유물전시관, 잠월미술관, 고막천석교, 불갑사, 돌머리해수욕장, 대동 팽나무숲, 솟대장승공원 등도 둘러볼만하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