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영구산 ‘복수초’
순창 영구산 ‘복수초’
by 운영자 2011.03.11
산 속의 작은 별 ‘반짝반짝’
복수초(福壽草)를 아시는지.
이름만 들으면 날카로운 칼 모양의 진한 핏빛이 도는 꽃일 것 같지만 사실 복수초는 오종종 아기자기 귀여운 꽃이다. 노란 꽃은 멀리서 보면 하늘의 별이 후두두둑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3월. 산 속의 복수초가 봄을 알린다. 우중충한 겨울 색 일색이다가 복수초 노오란 꽃이 종긋 나오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바라봐도 질리지 않는다.
복수초는 ‘복(福)과 장수(長壽)를 가져다주는 꽃이라 해서 일본에서는 새해인사를 할 때 복수초 화분을 선물한다고 한다.
순창 영구산 구암사 뒤, 복수초가 오종종 피었다. 산행에 지친 등산객에게, 봄을 기다리는 이에게 선물과도 같다.
봄을 부르는 복수초
깊은 산자락 아무도 몰래 ‘화알짝’
복수초라는 이름 탓에 복수를 부를 것 같지만 복수초는 봄을 부른다. 요란하게, 천지사방 다 알게 크게 소리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봄을 부른다. 봄은 복수초 숨소리, 목소리 듣고 저 멀리서부터 스멀스멀 온다. 벌써 봄이 저만치서 왔다.
올 봄 복수초를 볼 행운은 아주 우연히 찾아왔다. 올 겨울 마지막으로 겨울 산을 한번 더 보자 마음먹고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던 중 순창의 영구산을 알게 됐다.
마침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산을 가고 싶었던 터에 잘 됐지 싶었다. 게다가 영구산에는 구암사라는 절이 있어 절 구경도 하고 심심치 않을 것 같다.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바람이 불어서 그렇지 볕이 고와 그리 춥지 않다. 순창 복흥면의 영구산은 익숙지 않은 산이다. 백암산 자락이라고 하면 아마 이해가 쉬울 듯.
영구산은 따로 영구산만의 산행코스가 없는 모양이다. 대부분 백양사∼백학봉∼구암사∼덕흥리∼백양사를 잇는 12㎞ 코스(약 4시간)와 청류암∼사자봉∼상왕봉∼백학봉∼학바위∼백양사로 연결되는 14㎞ 코스(약 5시간) 등 네 가지가 일반적. 하지만 오늘의 목적은 영구산과 구암사이기에 일반적인 코스를 따르지 않고 먼저 가장 먼저 구암사를 들르기로 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광주 방면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고창담양고속도로 가, 담양으로 빠져나온다. 여기서부터는 느리게 달리는 길. 한산한 겨울 풍경이 좋다.
순창 복흥면에 다다르니 구암사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표지판 이후부터는 길이 좁아진다. 내비게이션은 자꾸 위로, 위로, 가파른 곳을 안내한다
깊은 산자락 아무도 몰래 ‘화알짝’
복수초라는 이름 탓에 복수를 부를 것 같지만 복수초는 봄을 부른다. 요란하게, 천지사방 다 알게 크게 소리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봄을 부른다. 봄은 복수초 숨소리, 목소리 듣고 저 멀리서부터 스멀스멀 온다. 벌써 봄이 저만치서 왔다.
올 봄 복수초를 볼 행운은 아주 우연히 찾아왔다. 올 겨울 마지막으로 겨울 산을 한번 더 보자 마음먹고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던 중 순창의 영구산을 알게 됐다.
마침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산을 가고 싶었던 터에 잘 됐지 싶었다. 게다가 영구산에는 구암사라는 절이 있어 절 구경도 하고 심심치 않을 것 같다.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바람이 불어서 그렇지 볕이 고와 그리 춥지 않다. 순창 복흥면의 영구산은 익숙지 않은 산이다. 백암산 자락이라고 하면 아마 이해가 쉬울 듯.
영구산은 따로 영구산만의 산행코스가 없는 모양이다. 대부분 백양사∼백학봉∼구암사∼덕흥리∼백양사를 잇는 12㎞ 코스(약 4시간)와 청류암∼사자봉∼상왕봉∼백학봉∼학바위∼백양사로 연결되는 14㎞ 코스(약 5시간) 등 네 가지가 일반적. 하지만 오늘의 목적은 영구산과 구암사이기에 일반적인 코스를 따르지 않고 먼저 가장 먼저 구암사를 들르기로 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광주 방면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고창담양고속도로 가, 담양으로 빠져나온다. 여기서부터는 느리게 달리는 길. 한산한 겨울 풍경이 좋다.
순창 복흥면에 다다르니 구암사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표지판 이후부터는 길이 좁아진다. 내비게이션은 자꾸 위로, 위로, 가파른 곳을 안내한다
꽤 가파른 길은 ‘아, 이거 차가 못 올라가는 거 아냐?’ 덜컥 겁이 날 정도. 안되겠다 싶어 왼쪽 너른 공터가 있는 곳에 차를 두고 걷는다. 가파른 비탈길이라 여기서부터가 산행이라 해도 되겠다.
미리 알아두자. 구암사 오르는 길은 좁은 것도 좁은 것이거니와 매우 가파르다. 사륜구동이라면 모를까 승용차로 가기는 무서울 정도. 그러니 일찌감치 차는 두고 오는 것이 좋겠다.
걷는다. 걸을수록 겨울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깊은 산 속은 아직도 눈이 채 다 녹지 않았고, 산기슭 돌에는 얼음이 꽁꽁 얼어붙었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오르다 ‘절이 있기는 한 거야’하는 생각이 들 때쯤 흙길이 나온다. 양옆으로 나무가 울창하고 구불구불 이어진 길은 겨울이 아닌 때에 오면 그림 같겠다.
미리 알아두자. 구암사 오르는 길은 좁은 것도 좁은 것이거니와 매우 가파르다. 사륜구동이라면 모를까 승용차로 가기는 무서울 정도. 그러니 일찌감치 차는 두고 오는 것이 좋겠다.
걷는다. 걸을수록 겨울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깊은 산 속은 아직도 눈이 채 다 녹지 않았고, 산기슭 돌에는 얼음이 꽁꽁 얼어붙었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오르다 ‘절이 있기는 한 거야’하는 생각이 들 때쯤 흙길이 나온다. 양옆으로 나무가 울창하고 구불구불 이어진 길은 겨울이 아닌 때에 오면 그림 같겠다.
한참을 걸으니 오른쪽으로 구암사가 보인다. 겨울의 스산함에 공사 중인 터라 더 쓸쓸하다. 절 오르는 길 오른쪽으로 앙상하게 말랐지만 꽤 큰 나무가 보인다. 구암사 은행나무가. 1392년에 심은 이 나무는 600년을 넘는 세월을 살았다. 가을이면 꽤 울창하게 노란 은행잎이 날리겠다.
절은 정갈하고 조용하다. 추사 김정희, 이광수, 최남선 등 그 많은 문인들이 왜 이곳을 즐겨찾고 좋아했는지 알 것 같다. 절 마당도 넓다.
구암사를 나와 산길을 오른다. 얼마나 걸었을까. 멀리서 노란 구슬 같은 것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다. 뭘까, 궁금해 가까이 가 들여다본다. 꽃이다. 군데군데 덜 녹은 눈 사이 노오란 꽃이 참 예쁘게도 피었다. 복수초다.
복수초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 예쁜 꽃을 피워 봄을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산은 더 오르지 않고 대신 복수초 옆에서 몇 시간이고 앉아 땅 위에 떨어진 별들을 봤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절은 정갈하고 조용하다. 추사 김정희, 이광수, 최남선 등 그 많은 문인들이 왜 이곳을 즐겨찾고 좋아했는지 알 것 같다. 절 마당도 넓다.
구암사를 나와 산길을 오른다. 얼마나 걸었을까. 멀리서 노란 구슬 같은 것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다. 뭘까, 궁금해 가까이 가 들여다본다. 꽃이다. 군데군데 덜 녹은 눈 사이 노오란 꽃이 참 예쁘게도 피었다. 복수초다.
복수초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 예쁜 꽃을 피워 봄을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산은 더 오르지 않고 대신 복수초 옆에서 몇 시간이고 앉아 땅 위에 떨어진 별들을 봤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