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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1번지, 해남 보해매실농원

봄나들이 1번지, 해남 보해매실농원

by 운영자 2011.03.25


매화 끝 피어나는 나의 봄
3월 25일.


분명 봄이 찾아왔다. 3월하고도 25일이나 지났으니 분명 봄이다. 헌데 딱 ‘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어제 내린 중부지방의 눈 탓이기도 하고, 여전히 뼛속을 파고드는 찬바람 때문이기도 하다.

여전히 겨울의 찌꺼기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음력상 여전히 2월인 지금,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는 속담처럼 찬바람이 드세다.

그래서일까. 하나둘 밀고 올라오는 봄의 기운이 반갑기 그지없다. 수수하게 피는 하얀 매화마저도 화려하게 느껴진다. 붉은 잎을 열어젖힌 동백꽃은 눈이 부실 정도.

구제역 여파로 남도의 봄축제는 취소됐지만 꽃마저 피지 않는 것은 아니니, 어서 채비를 하자. 지금 천지의 매화가 ‘툭툭’ 봉오리를 터트렸다. 해남 보해매실농원, 드넓은 황토밭 너머 새하얀 매화가 얼마나 아름운지 여실히 보여주는 봄나들이 1번지다.
봄에 포근히 둘러싸였어요
해남 매화밭 ‘꽃 세상’


어제와 달리 바람결이 순해지고, 낮에 내리쬐는 볕이 고와진다. 이렇듯 계절의 변화는 ‘문득’ 찾아온다. 출근길,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동그랗던 꽃봉오리에 둥그렇게 큰 꽃이 매달렸다. 매화다.

하이얀 매화나무 3그루는 주변까지 환하게 밝히고 있다. 봄은 어느새 우리 집 앞, 턱 밑까지 와 있었다. 매화나무 3그루로는 아무래도 봄을 느끼기에 감질나다. 대번에, 훅, 봄을 안고 싶다. 카메라 한 대를 챙겨 나선다. 봄에 둘러싸일 수 있는 곳으로.

■ 봄에 둘러싸이다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 땅속 어둠 / 뿌리에서 / 줄기와 가지 / 꽃잎에 이르기까지 / 먼길을 걸어온 / 어여쁜 봄 / 아침내 여기 앉아 있네 /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 죽어가는 이가 /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하던 / 희디흰 봄 햇살도 / 꽃잎 속에 접혀 있네 / 해마다 /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 제일 먼저 매화 끝에 / 피어나는 나의 봄…’

해남 산이면의 드넓은 매화밭, 이곳에서는 이해인 수녀의 시구처럼 피어나는 봄을 마주할 수 있다.
매화하면 광양, 섬진강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좀더 멀리로 나가 매화도 보고 ‘콧바람’도 쐬고 싶다면 해남도 좋겠다.

해남의 봄은 아름답다. 붉은 황토밭과 초록의 보리밭이 눈을 밝힌다. 겨울의 칙칙함이 이곳에서는 덜해 보인다. 허리를 꺾어 밭일 하는 아낙네의 머릿수건도 알록달록하다. 매화뿐 아니라 땅, 그 위의 사람도 봄을 알린다.
■ 드넓은 땅, 매화가 방울방울

해남군 산이면 예정리 보해 매실농원은 보해양조가 1979년부터 매화밭을 조성했다. 이곳의 매화밭은 무려 14만평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때문에 광활하다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드넓은 매화밭에 가지가지마다 방울방울 매화꽃이 달렸다. 그 가운데 서면 봄이 와락 안긴다.

초행이라면 ‘이곳이 맞나’ 싶을지도 모른다. 농원 입구는 조금 썰렁하다. 차로 들어가며 왼편의 매화꽃을 보고서야 ‘맞구나’ 안도할 수 있다. 농원 입구에서는 매화밭이 잘 보이지 않지만 막상 농원에 들어가면 매화꽃이 눈부시다.

남고, 백가하, 앵숙, 개량내전, 고성, 소매, 화양실 등 매화 종류도 다양하다. 백매화가 주종을 이루지만 홍매화도 섞여 있다. 자세히 보면 연둣빛과 자홍빛 꽃들도 눈에 띈다.

보해 매실농원의 매화나무는 줄 맞춰 심어져 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매화가 만개하는 시기에는 꽃 터널을 이룬다. 꽃 터널을 기대한다면 지금은 조금 이르다.

이곳이 더 좋은 이유는 매화나무 아래 어여쁘게 구술붕이, 벌깨덩굴, 큰개불알꽃 등의 들꽃도 함께 피어나기 때문.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