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영광 법성포단오제ㆍ굴비축제ㆍ꽃누리축제

영광 법성포단오제ㆍ굴비축제ㆍ꽃누리축제

by 운영자 2011.06.03

굴비 먹고 꽃 보고 축제 참여하고

그저 낮잠만 자다 훌쩍 보내기는 너무 좋은 연휴다. 게다가 비 예보도 없이 날씨마저 받쳐준다. 이런 날 콧구멍에 바람 쐬지 않으면 또 언제 갈까.

굴비의 고장 영광에서는 이번 연휴 3개의 축제가 함께 열린다. 오는 6일 단오를 맞아 ‘단오제’와 함께 굴비의 고장답게 굴비를 주제로 한 ‘굴비축제’, 올해 처음 열리는 꽃축제인 ‘꽃누리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한 곳만 들러도 보고 듣고 먹고 즐길 것이 좌르르 순서를 대기하고 있으니 편하다. 일거양득이 아니라 일거삼득 아닌가.

전남의 가장 서북쪽에 자리한 영광은 바다와 들, 그리고 산이 모두 넉넉하다. 그래서 각각을 주제로 한 축제도 알차다.
영광에 가면 ‘풍성’해진다
연휴를 더욱 알차게 보낼 영광 나들이


집과 일터를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은 늘 즐겁다. 헌데 그곳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을거리까지 준비됐다면 더할 나위 없다.

지금 영광은 축제가 한창이다. 고소한 굴비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색색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흥겨운 노랫가락도 빠지지 않는다. 법성포단오제와 굴비축제, 꽃누리축제까지 이번 주 영광은 갖가지 놀거리가 꽉 찼다.
■ 영광의 맛 ‘굴비 백반’ 몸과 맘이 포동포동
그래도 영광하면 ‘굴비’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 생각에 군침이 돈다. 영광 법성포에 들어서면 해풍을 타고 굴비 구워지는 냄새가 풍긴다.

시간은 상관없다. 점심과 저녁 때를 꼭 맞추지 않아도 굴비 냄새가 난다. 그 정도로 어느 시간 어느 때건 굴비를 찾아온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굴비 냄새를 맡으면 몸은 즉각 반응한다. 입안에는 침이 고이고, 눈은 굴비 굽는 집을 찾기에 분주하다. 위는 꼬르륵 소리를 내고, 머릿속으로는 어딧 먹을까 얼마일까 재빠르게 계산한다.

법성포 포구에는 섶마다 걸린 조기를 볼 수 있다. 볕 받아 쫀득하게 말라가는 조기에는 파리 한 마리 꼬이지 않는다.

영광의 역사에서 굴비를 빼놓을 수 없다. 굴비(屈非)는 한자 그대로 ‘굴하지 않는다’는 뜻. 고려 인종 때 왕위를 찬탈하려고 반란을 일으킨 이자겸의 언행에도 비롯됐다.

그는 붙잡혀 이곳 법성포로 유배 간 후, 맛본 조기를 임금에게 진상하면서 혹시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을 염려해 이 생선을 ‘굴비(屈非)’라고 적어 보냈다고 한다.

굴비는 맛있다. 법성포에는 한집 건너 한집이 굴비정식 집이다. 어디를 들어가도 상 한가득 온갖 종류의 ‘생선’이 올라온다. 가격은 다르다. 1인 1만5000원 정도부터 4~5만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그 맛의 차이는 적다.
법성포항의 골목식당은 1만5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제대로 된 한 상을 받을 수 있는 집이다. 3명 이상 가면 진짜 굴비인 ‘보리굴비’가 상에 올라온다.

우리가 지금 먹는 굴비는 ‘진짜’가 아니다. 우리 선조들이 먹었던 굴비는 냉장시설 등이 발달하지 않아 조기를 4~6개월 가량 바람에 바짝 말리고 통보리에 넣어 보관해 먹었던 ‘보리 굴비’다.

지금이야 냉장시설이 발달해 전처럼 바짝 말리지 않고도 조기를 먹을 수 있게 됐으니 원조 굴비와는 다른 셈이다. 진짜 굴비는 보리 겉겨가 기름기를 잡아주어 지금의 것보다 더 담백하다.

굴비정식을 주문하면 보리굴비와 구운 조기, 서대를 비롯해 5~6가지의 생선구이가 나온다. 얼큰한 조기매운탕도 빼놓을 수 없다.

밥 한 숟가락에 생선 한 점이면 밥 3~4공기는 먹어야 할 정도다. 손가락에서는 생선비린내가 진동하지만 배는 두둑하다. 굴비를 고추장에 넣어 조리한 고추장굴비장아찌도 밥도둑이다.
■ 400년 전통 ‘법성포단오제’ 3일 개막
굴비의 고장 영광 법성포에서는 3일부터 6일까지 법성포 단오제와 굴비축제를 연다. 조선 중종 때부터 400여년 동안 계승 발전 시켜온 법성포 단오제와 굴비축제는 영광군 법성포 숲쟁이공원과 법성포뉴타운 일원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사)법성포단오보존회가 주관하고 전남도, 영광군, 한수원 후원으로 ‘천년의 빛, 천년의 흥, 천년의 맛, 천년의 얼’이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전통민속축제 행사는 단오제의 주요 제전행사인 산신제, 당산제, 용왕제와 문굿(오방돌기), 선유놀이, 민속 줄다리기, 칠산 바다 어장뱃노래, 연등행진이 펼쳐진다.

전국 단위 행사로는 국악경연대회, 그네뛰기, 연날리기대회를 비롯해 단오 씨름 왕 선발대회, 투호, 윷놀이 등이 다채롭게 진행된다.

축하행사는 MBC 가요베스트, 선율6060, 국악과 대중가요가 함께하는 음악회, KBC FM 김학실의 추억 찾기가 열린다.

부대행사로 창포 머리 감기, 굴비 엮기, 모싯잎 송편 만들기, 쑥떡메치기, 엿치기 등의 체험행사와 단오학생 서예 공모작 전시, 법성포 역사관, 시가전 전시행사도 진행된다.
■ 지역민이 만든 축제 ‘꽃누리축제’
영광 흥농읍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꽃누리축제’를 열고 있다. 영광꽃누리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영광군과 전라남도, 한국수력원자력(주) 영광원자력본부, 광주MBC가 후원한 꽃누리축제는 올해 처음 열리는 축제로 오는 5일까지 영광 흥농읍 일원에서 펼쳐진다. 꽃누리축제가 특별한 것은 지역민의 참여로 만들어졌다는 것.

영광 법성포를 지나 흥농읍 방면으로 가면 큰 꽃 탑이 보인다. 그곳이 꽃누리축제의 시작이다. 꽃탑을 보고 이정표를 따라 왼편으로 들어서면 축제장이다.

축제는 올해 처음이라서인지 찾는 이가 아직은 많지 않다. 그래도 이곳저곳에서 소문을 듣고 찾은 이들로 꽃밭에서는 두런두런 이야기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꽃누리축제에는 빠알간 꽃양귀비와 파란 수레국화, 노란 금영화 등 특색 있는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헌데 여타의 꽃축제처럼 인공적으로 정돈된 느낌이 전혀 없다.

그저 시골 밭에 무심하게, 그러나 예쁘게 꽃이 피어있고 꽃길도 시골 흙길이다. 건조한 날에는 먼지가 폴폴 날리고 비오면 질컥거려 발이 푹푹 빠지는.

그 흙길 위에 흙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땅이 질컥이지 않도록 포장을 덮어둔 것과 원두막, 의자를 군데군데 놓아둔 것이 유일하게 인공적이다.

축제장 오른편으로 빨갛고 파란 물결이 일렁인다. 빨간 것은 꽃양귀비. 잠자리 날개마냥 얇아 한 점 바람에도 툭 찢어져버릴 것 같은 꽃잎 서너 장이 오목한 밥그릇 모양을 만들고 있는 꽃양귀비는 참 예쁘다. 초록 꽃대 위에 봉긋 올려 앉은 꽃은 그저 예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양귀비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아편으로 쓰이는 그 양귀비는 아니다. 양귀비와 꽃이 비슷하기 때문에 개양귀비라 하고, 중국에서는 항우의 애첩 우미인의 무덤에서 핀 꽃이라 하여 ‘우미인초’라 부르기도 한다.

양귀비와는 달리 전체에 털이 있어 그것으로 양귀비와 개양귀비를 구분하면 쉽다. 꽃사랫길 양 옆으로 꽃양귀비가 소복하게 피었다. 길을 따라 더 오르면 파랑 꽃이 오종종 보인다.

수레국화다. 꽃잎이 사방으로 뻗은 것이 수레바퀴처럼 보인다고 해 ‘수레국화’라 이름 붙여졌다. 멀리서 보면 그저 파랑 꽃인가 싶지만, 가까이 보면 참 오종종 예쁘게도 생겼다.
꽃양귀비처럼, 장미처럼 한눈에 확 들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발길을 오래오래 붙잡는다. 수레국화 길을 따라 위로 언덕을 더 오르면 노랑 금영화가 있다.

금영화는 맑게 개인 날에만 활짝 피고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꽃을 오므리는 특징을 지닌 꽃. 키가 작고 색이 강렬하지는 않지만 무리지어 있을 때 은근한 아름다움을 주는 꽃이다.

꽃누리축제장은 축제장이라는 표현이 그저 어색하기만 하다. 사람들의 눈길을 확 끌 볼거리가 많지도 않고, 요란한 음악으로 궁금증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그저 다만 조용히 예쁜 꽃을 피워내고, 울창한 나무 사이로 고즈넉하게 걷게 하는 것이 전부다. 헌데 신기하게도 그것이 싫지 않다.

‘에이, 시시해’ 조금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나름의 멋이 있다. 더구나 ‘공짜’니, 법성포단오제나 굴비축제 혹은 그냥 영광 여행 왔다 한번쯤 들러 봐도 좋을 듯하다.

■ 불교, 원불교, 기독교 ‘순례’ 여행도
영광은 백제 침류왕 때 불교가 들어온 곳이기도 하다. 인도명승 마라난타가 진나라를 거쳐 법성포로 들어온 후, 불갑면 모악리 산자락에 명사찰 불갑사를 지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영광군은 마라난타가 첫 발을 디딘 법성포에 간다라 건축양식의 유물관 등 각종 시설을 갖춘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를 만들어뒀다.

기독교 순교지인 염산면 설도항도 있다. 6·25 전쟁 당시 한국 기독교 역사상 가장 많은 196명의 신자가 수장당한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 야월교회 앞에는 순교비가, 항구엔 순교기념탑이 각각 세워져 있다.

영광은 원불교 발상지이기도 하다.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가 백수읍 길룡리 영촌마을에서 났다. 이곳이 ‘영산성지’로 단장돼 있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