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통영 매물도 섬 여행

통영 매물도 섬 여행

by 운영자 2011.06.17

걸어 걸어 섬 일주 ‘소박한’ 재미
‘돌아보면 화무십일홍. 잔치가 끝나기도 전에 꽃이 날린다.’

정일근 시인은 시 ‘봄날은 간다’에서 봄이 가는 것을 이토록 아쉬워한다. 우물쭈물하다 보니 봄이 저 멀리 가버렸다. 초록이 만연하다. 한낮 기온이 26도를 넘나들며 여름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더 더워지면 귀찮아지고 멀리하게 되는 것이 ‘걷기’다.

구불구불 옛길을 걷는 소박한 즐거움이 있는 통영 매물도. 차 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맞으며 한바퀴 쌩~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 두 발로 걸어 숨은 볼거리를 찾을 작정이라면 ‘딱!’ 지금이 좋다.

속도 전쟁이 펼쳐지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빠른’ 것이 대접받는 지금, 섬 여행은 게다가 두 발로 걸으며 발도장 눈도장 찍어가며 품는 섬 여행은 더욱 각별하다. 통영 매물도, 짭조름한 바다 바람 맞으며 ‘한없이’ 걷는다.

다 같이 돌자, 섬 한 바퀴
골목골목 구석구석 재미난 이야기들이 한가득


지난 겨울, 우연히 KBS ‘1박2일’을 보다 ‘초록이 짙어지면 저기는 꼭 가봐야지’하며 탁상달력에 적어둔 곳이 있었다. 5월이 지나고 달력을 한 장 넘기자 몇 가지 6월에 해야 하는 메모들이 적혀 있다.

지현이 결혼, 인터넷 변경 확인 등 일상적인 일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메모는 ‘매물도 가기’. 6월 첫 주라도 당장 가보고 싶은 것을 일에 밀려 한 주를 미뤘다. 하지만 내내 매물도에 간다는 설렘에 6월 초반 열흘을 아주 행복하게 보냈다.
■ 섬 어디서도 아름다운 경치가 한아름
강호동이 찾아간 섬, 소매물도는 등대섬과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경치로 알려진 곳이다. 소매물도는 경남 통영에서 26km 떨어진 매물도의 일부.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등대섬 등으로 이루어진 매물도는 섬 일주 및 횡단 등 탐방로가 잘 갖춰져 있으며 섬 어디에서나 바다를 배경으로 한 비경을 선사한다.

소매물도 안에 위치한 망태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등대섬은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섬 가운데 하얀 등대가 서 있는 절경을 연출한다.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가고 싶은 섬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매물도에는 섬 고유의 문화자원을 살려서 만든 예술 작품들 또한 동네 곳곳에 위치해 있다.

매물도는 대매물도보다 소매물도가 더 유명하다. 매물도라고만 얘기하면 십중팔구는 소매물도를 얘기하는 것이다.

소매물도가 대매물도보다 더 유명한 이유는 간단하다. 더 예쁘기 때문이다. 소매물도는 해마다 4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

펜션과 식당도 즐비하다. 하지만 대매물도는 마땅히 잘 만한 펜션도 없다. 굳이 꼽자면 20여 곳 정도의 민박집이 전부다. 대매물도는 바로 이 점들 때문에,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는 것 때문에 더 끌린다.

통영 대매물로 간다. 매물도는 말의 모양을 닮았다. 매물도라는 이름은 여기서 이름을 따왔다. 말 ‘마(馬)’자와 꼬리 ‘미(尾)’자를 쓴 ‘마미도’에서 이름이 변형됐다.

대매물도에는 대항마을과 당금마을 두 개의 마을이 있는데, 북쪽의 당금마을이 말의 머리, 대항마을쯤이 말등, 그리고 소매물도 끝에 매달린 등대섬쯤이 말의 꼬리다.

대매물도 중간쯤의 대항마을은 20여 가구가 살고 있다. 말등에 해당하는 비스듬한 산허리에 층층이 집들이 들어서있다.

때문에 물건을 옮기는 것은 사람이 아닌 모터로 작동하는 수송용 레일. 뭍에서 들여온 가볍고 무거운 물건들은 사람과 함께 수송용 레일에 실려 옮겨진다.
대매물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장군봉(210m). 이곳에 오르면 다도해의 섬들이 한눈에 보인다.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낮다고 얕봤다가는 혼날 수 있겠다. 하지만 험난하지는 않으니 지레 겁먹지는 말 것.

헐떡헐떡 거친 숨을 쉬며 장군봉 정상에 오르면 멋진 풍광이 발 아래 놓인다. 매물도의 둘레 지도를 그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멀리 바다 위에 동동 떠있는 다도해의 섬들이 한아름에 달려든다. 촉촉이 젖어오기 시작하는 땀을 식히기도 그만이다.

대매물도는 지금 섬 둘레를 따라 탐방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총 길이가 5.2킬로미터 정도로 천천히 걸어도 4시간 정도면 섬 한바퀴를 둘러볼 수 있겠다.

장군봉에서 섬 둘레를 따라 꼬돌개까지 내려간다. 나무데크와 난간을 잇는 줄이 있어 내려가기 편하다. 올라가는 길과 정상에 올라서의 풍광도 멋있지만 내려오는 길은 또 내려오는 길 나름의 풍경이 있다. 길 옆으로 억새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앞에 소매물도 펼쳐져 있다.

초록의 들판은 바다만큼이나 가슴을 툭 트이게 한다. 때마침 불어주는 바람은 초록의 억새에 물결을 만든다. 가파른 길에도 중력의 영향을 무시하고 자꾸 걸음이 느려지고 멈춰지게 되는 몇 안 되는 곳이 아닐까 싶다.

지역주민들 말에 의하면 꼬돌개는 오랜 옛날 흉년과 괴질로 매물도 초기 정착민들이 여기서 ‘꼬돌아졌다(꼬꾸라졌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대매물도에서 가장 대매물도를 잘 볼 수 있는 길은 당연히 당금마을에서 대항마을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없어 분교마저 사라져버렸지만, 아이들의 소리가 왁자지껄했던 그 시절에는 이 고갯길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들썩거렸다.

대항마을 아이들은 이 길을 따라 당금마을에 있는 학교를 오갔다. 고갯길은 이렇게 추억이 서린 역사때문이 아니더라도 재미나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철사를 꼬아 만든 ‘예술품’들을 군데군데서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서 가장 재미난 것은 민박집들이다. 20여곳의 민박집마다 재미난 이름이 붙어 있다. ‘○○민박’이나 집주인의 이름을 적은 문패가 아니다.

물때와 고기의 종류 등을 잘 아는 아저씨의 ‘고기 잡는 집’, 오래된 옛 부엌이 있는 ‘군불 때는 집’, 집 마당 앞에 탁 트인 바다가 있는 ‘바다 마당을 가진 집’, 화초 기르기를 좋아하는 ‘꽃 짓는 할머니의 집’….
재미난 이름을 보면 우리 사는 곳에도 이렇게 문패를 달면 얼마나 정겨울까 생각해본다.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고, 알더라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는 도시에서 ‘김치찌개를 잘 끓이는 집’ ‘벽화를 잘 그리는 아이가 사는 집’ 등 특징을 담은 문패는 얼마나 재미날까. 이런저런 생각에 걷는 일이 팍팍하지 않다. 도시에서라면 진작 다리 아프다며 앉아 쉴 곳을 찾아 엉덩이부터 들이댔을 터였다.

이곳은 주민들이 살아온 생활 터전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그 속에서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귀하게 여기고 있다. 그래서 반갑고 좋다.

매물도의 학교는 2006년부터 폐교가 됐다. 당금마을에 있던 학교는 1963년부터 2005년까지 43년간 매물도의 사람들이 거쳐 갔다. 지금은 나이든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학교는 그저 추억만을 먹고 산다.

폐교를 지나 왼쪽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일출을,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빼놓으면 둘 다 섭섭할 풍경들.

■ 입소문 자자한 ‘소매물도’도 안 가볼 수 없어
소매물도는 풍경이 아름다워 관광객들뿐 아니라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기로 유명한 섬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것은 하루 두 번, 썰물 때만 나타나는 몽돌밭길을 건너 만나게 되는 등대섬 때문이다.

선착장에서 가파른 고갯길을 30분쯤 오르면 폐교된 소매물도 분교를 지나 망태봉에 이른다. 망태봉에서 보이는 섬이 바로 등대섬이다.

푸른 초지로 이뤄진 섬 정상에 하얀 등대 하나가 외로이 서 있는 풍경은 수많은 사진과 영상에 담겼을 정도로 아름답다.

소매물도는 평지가 드물고 해안 곳곳에 해식애(海蝕崖)가 발달해 선착장에서 등대섬까지 가는 길에 가파른 계단과 산길을 지나야 한다.

물길이 열리는 물때를 잘 맞춰야 들어갈 수 있는 등대섬은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하며 기다려 찾은 보람을 느끼도록 해 준다.

여행 길잡이
ㆍ통영항 여객터미널에서 매물도까지 오전 7시, 오전 11시, 오후 2시 하루 3회 운항한다. 당금, 대항(대매물도), 소매물도에 선다.

매물도에서 나오는 배 시간은 당금(8:40 12:45 15:20), 대항(8:30 12:35 15:30), 소매물도(8:15 12:20 15:45). 거제시 저구항에서도 오전 8시30분, 오전 11시30분, 오후 1시30분, 오후 3시30분 하루 4번 여객선이 다닌다.

ㆍ 대매물도엔 구판장은 있지만 음식점은 따로 없다. 숙박을 할 경우엔 민박집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회 5만원어치만 썰어주세요” 하면 주민들이 직접 통통배에서 고기를 잡아다 회도 쳐준다. 일반 식사는 보통 1인 6000원.

어부나 해녀들이 간식 삼아 성게와 미역을 함께 싸먹었다던 매물도 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매물도 어부밥상’은 올 여름부터 선보인다고 한다.

‘어부밥상 먹어 봤네’ 하는 소문만 듣고 ‘어부밥상’ 받으러 찾아갔다가 허탕치기 쉬우니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섬에서 나는 생선과 해초 등을 중심으로 한 밥상이다. 각 민박집에 문의하면 된다. 1인 1만5000원.

ㆍ하루 묵을 것이라면 섬 마을 사람들이 운영하는 민박집을 추천한다. 대매물도에는 20여곳의 생활민박집이 있다.

ㆍ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 50m의 바닷길이 열린다. 그 장관을 보고싶다면 물길이 열리는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한솔해운(www.nmmd.co.kr) 홈페이지에 물때 시간표가 나와 있으니 반드시 확인하고 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