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사천 와룡산 ‘백천사’

사천 와룡산 ‘백천사’

by 운영자 2011.06.24

부처님 몸속에 법당이?

확실히 이건 직업병이다. 어디서건 글자가 있으면 읽는다. 그리고 맞춤법이 틀린 낱말이나 어휘가 안 맞는 것은 금방 눈에 띈다.

외식을 할 때도 그 집의 음식이 맛있다면 꼭 명함을 가져온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잡지를 읽다가도 풍광 좋은 여행지는 휴대폰에 적어둔다.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다.

사천의 와룡산 백천사도 오랫동안 휴대폰에 저장돼있던 여행지 중 하나였다. 「사천 와룡산 백천사 - 2400년 된 소나무로 만든 대형 와불, 목탁 치는 소 ‘우보살’」확인하러 가보자. 동양 최대라는 와불은 얼마만큼 큰지, 정말 소가 목탁소리를 낼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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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와룡산 백천사 가는 길, 날이 흐리다. 하지만 뭐든 생각하기 나름. 해가 쨍하게 비치지 않으니 그리 덥지 않아 좋다고 최면을 건다. 나들이는 다 즐거운 법이니 말이다.

■ 볼거리 많은 ‘백천사’
사천 나들목에서 삼천포항으로 달리다 보면 ‘백천사’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가 잘 돼 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시골길로 접어드니 초록이 더 눈에 든다. 왼쪽으로 큼지막하게 백천저수지가 있는데 풍경이 참 아름답다.
백천사 오는 길에 백천사와 이름이 비슷한 백룡사가 있어 착각하기 쉽다. 그 길로 죽 따라 맨 끝으로 가야 백천사가 나오니 당황하지 말고 곧장 달릴 것. 이왕 먼 길 달렸으니 백룡사를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백천사가 있는 와룡산은 팔만구암자(八萬九菴子)가 있었을 만큼 옛날 절터가 많기로 유명한 곳으로 1300년 전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의 속가형제인 의선대사에 의해 창건됐다고 전해진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내린다. 백천저수지 쪽으로 눈을 돌리니 부지런한 낚시꾼들이 벌써 텐트를 치고 물고기를 잡으며 여름휴가 기분을 내고 있다. 주차장에도 관광버스가 몇 대나 서있어 이곳의 유명세를 실감케 한다.

백천사 표지석을 보고 올라간다. 조금 오르니 벽면에 크게 그려진 탱화와 사찰이 보인다. 경사가 급한 비탈길을 오른다. 왁자하게 떠드는 사람 소리보다 절 옆으로 흐르는 물 소리가 더 크다.

초록의 나무들과 물소리를 들으니 아주아주 깊은 산 중에 나 혼자 와있는 것이 안니가 싶은 착각마저 든다.

입구에 들어서니 절을 빙 둘러보니 ‘화려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빛 고운 등이 주렁주렁 걸렸고 대웅전 옆 꽃도 환하다. 뿐만 아니라 절의 불상들이 전부 금칠을 하고 있다. 가본 절 중에서 가장 화려한 곳이 아닐까 싶다.
대웅전의 모습도 신기하다. 대웅전 뒤로 2~3층 높이의 계단이 있다. 이 계단을 오르면 소원성취 불상이 있는데, 불상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오방불상’인데 둥그렇게 불상이 앉아 있다. 소원성취를 위해서는 원을 돌며 불상을 돌리면서 기도하면 원하는 소원이 성취된다고 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간절한 소망 하나를 빌며 돌려본다.
다시 계단을 내려와 약사와불전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너그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 포대화상이 있는데 배꼽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시계방향으로 세 번 돌리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지나는 사람마다 간절한 소원을 담아 배꼽을 만지고 있다. 저마다 가슴에 소원 하나씩은 간직하고 있는 우리는 그래서 더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약사와불전 가는 길의 계단도 독특하다. 맷돌을 켜켜이 쌓아 계단을 만들었는데 참 예쁘다. 계단 끄트머리에 이르자 커다란 금색의 불상이 보인다.

2400년 된 소나무로 만들었다는 약사와불전이다. 길이만 15m로 만드는데 3년이 걸렸다고 한다. 와불의 몸속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 만큼 넓고 그 안에 또 작은 법당이 있다. 다만, 사진 촬영이 자유롭지 않으니 카메라를 들고 갔다면 주의해야 할 것.

약사여래불 옆으로는 ‘우보살’이 있다. 그냥 소지만 소들이 목탁 소리를 내 유명하다. 가까이 가면 마치 사람을 알아보기라도 하듯 열심히 입으로 목탁소리를 낸다. 가만 보니 혀를 입천장에 대고 퉁겨 내는 소리다. 사람들이 신기한 듯 많이 몰려 있다. 백천사는 간절한 소원이 끊임없이 쌓이는 곳.

■ 날마다 쑥쑥 자라는 푸른 대나무 숲, 비봉내마을
경남 사천시 곤양면에 자리한 비봉내마을은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비봉내가 흐르는 작은 시골 체험마을. 이곳은 대나무마을로 더 유명하다.

대나무체험장 표지판을 보고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양옆의 나무들이 우거져 밤처럼 검게 보일 정도.
오른쪽으로는 장난감 병정처럼 도열한 장독대가 보인다. 직접 담근 장류들이 숙성되고 있는 크고 작은 100여 개의 항아리 뒤로는 1만여 평의 푸른 대숲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 올라 만들기 체험장을 지나면 본격적인 대숲 산책로가 시작된다. 하늘을 향해 20m 넘게 솟은 대나무들이 푸른 기운을 쏟아낸다. 대나무의 굵기가 만만찮다. 어른이 두 손을 벌려 감싸기 쉽지 않을 만큼 굵다.

“대나무는 조건이 맞으면 하루에 105cm를 자라기도 합니다. 보통은 80~90cm 자라지요. 여기 대나무 옆에 붙어 있는 나무 보이죠? 그곳을 잘 살펴보면 날짜가 쓰여 있습니다. 하루 동안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해보세요. 또 잘린 밑둥을 보고 굵기도 확인해보세요. 지름이 10cm는 넘을 겁니다.”

이렇게 빨리 자라는 대나무가 움을 틔워서 다 자라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70일. 그후에는 꼿꼿이 선 채 속살을 찌워 단단한 모습을 유지한다.

특히 비가 온 다음 날엔 부쩍 많이 자란다. 때문에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이 생겼다. 대숲 산책은 찬찬히 걸으면 1시간 정도 걸린다.

대숲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끝에 대나무체험장이 있다. 왕대 2개를 이어 만든 널, 대나무 활과 화살, 죽력체험장, 대나무피리체험장 등이다.

그곳에서 아이가 대나무에 구멍을 내 피리를 만드는 동안 어른들은 댓잎을 잘게 잘라 덖어내는 댓잎차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4월 딸기 따기, 5~6월 죽순·매실 따기와 대나무 수액 채취, 7~8월 뗏목 타기와 무인도 탐험, 옥수수 따기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1년 내내 운영된다.

비봉내마을 체험은 1일 참가를 원칙으로 하며 반드시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 문의·예약 비봉내마을 055-854-5111, www.beebong.co.kr
■ 과거와 현재, 미래의 우주항공 ‘사천 항공우주박물관’
사천의 항공우주박물관은 우리나라 우주항공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매표소를 벗어나면 바로 보이는 왼쪽으로 비행기가 죽 이어져 있고 오른쪽에는 탱크, 헬기, 함포 등이 줄지어 서 있다. 6.25 한국 전쟁을 치러 낸 항공기들이 정렬을 갖춰 서 있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그 중에도 C-54라 이름 붙여진 수송 비행기가 유독 눈길을 끈다. 이 수송기는 1966년에 도입되어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용기로 사용되었으며, 이후 대통령을 비롯한 VIP의 수송기로 1992년까지 운항된 비행기다.

연결된 승강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의 사진이 우리를 반긴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로 쓰인 메모와 비망록에서 그의 새마을운동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야외에는 수송기 C-123·C-124·C-54, 중폭격기 B-29, 다용도 헬리콥터, 국산 항공기 등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형수송기들은 직접 탑승해볼 수 있으므로 꼭 한번 올라가 보도록 하자.

모든 비행기와 함포 앞에 붙여진 안내서를 찬찬히 읽으며 야외 전시관을 돌고 나면 한국 전쟁을 겪고 나온 듯 과거의 전쟁은 현실이 된다. 그 느낌 그대로를 살려 실내전시관을 행한다.

전시관은 자유수호관과 항공우주관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자유수호관에는 삼국시대부터 6.25 한국전쟁까지 대한민국 전쟁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갖가지 전쟁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곳에 1948년 소련의 스탈린이 북한의 김일성에게 선물한 승용차의 전시는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며 관람의 재미를 더해준다. 또한 전쟁 당시의 전장 사진, 전투 장구, 유품 등의 전시가 과거의 흔적을 현재로 되돌리고 있다.

항공우주관에서는 우리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어 활기차다. <항공 발달사> <태양계 9행성 탐험> <비행의 원리와 항공기의 구조> <우주인과 함께 사진 촬영> <달을 정복한 6.25 참전 용사들> 등 많은 전시물이 미래를 향한 우리의 시선을 밝게 한다.

항공 발달사를 시작으로 비행의 원리, 우주산업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전시는 항공기에 관한 제반 사항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배우고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되어 있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