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통영 ‘동피랑마을’

통영 ‘동피랑마을’

by 운영자 2011.07.08


꿈을 품고 바다를 품은 동네


이 마을에는 꿈이 산다.
높다란 언덕배기 좁은 골목 따라 다닥다닥 붙은 작고 오래된 집. 그러나 이곳에는 저마다의 희망이 자란다.

경상남도 통영, 강구항이 내려다보이는 ‘동피랑 마을’. ‘동쪽 벼랑’이라는 뜻으로 이름 붙은 이곳은 하늘과 가까운 동네다. 바다와도 가까워 바다가 한품에 달려든다.
달동네마냥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곳.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형형색색 벽마다 아기자기 재미난 그림이 가득한 동피랑 마을에는 하늘과 바다와 꿈이 머문다. 햇살 좋은 날, 동피랑으로 떠난 여름 여행.
“기림을 온 베르빡에 기리노이 볼 게 쌔빘네”
구불구불 골목길 걸으며 마을 구경


하늘이 맑다.
시야도 밝다.
기분도 날아오른다.

통영 동피랑마을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내비게이션에 ‘동피랑마을’이라 검색하니 친절하게 안내가 된다.

동피랑마을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가파른 경사길이다. 주차는 마땅한 곳이 없다. 적당히, 눈치껏,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주차를 해두자. 그리고 걷자.
걸음을 몇 발자국 옮기자 이내 그림들이 펼쳐진다. 이곳의 벽은 그냥 벽이 아니다. 화폭이고 캔버스다. 담장에는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고 아이들이 커간다.

사실 동피랑마을은 알록달록 벽화가 그려지기 전에는 버려진, 그래서 철거가 예정된 곳이었다. 통영시는 이 마을을 철거해 공원을 만들고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의 동포루를 복원할 계획이었다.
그러자 2007년 10월, 시민단체 ‘푸른통영21’이 ‘동피랑 색칠하기 벽화 공모전’을 열었고 전국에서 몰려온 미술학도들이 마을 곳곳을 아름답고 재미난 벽화로 채웠다. 지금 이곳은 철거의 위기 대신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여행지로 거듭났다.

벽화를 보기 위해 들어서면 가장 먼저 커다란 천사 날개 벽화가 보인다. 이곳에서 벌써 병목현상이 일어난다.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다. 이제부터 벽화는 소재의 제한 없이 사람, 동물, 하늘, 바다 등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사람 둘이 겨우 지나갈 만한 골목 곳곳에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그림이 그려 있다. ‘꿈이 살고 있습니다’ 한 구절은 이곳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곳을 둘러볼 때는, 물론 그럴 수도 없지만, 천천히 느리게 걷자. 가만가만 벽화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헌데 이상하게도 동피랑 마을 골목을 걷는 이들은 재촉하지 않는다. 앞사람이 사진을 다 찍기를 충분히 기다려준다. “거, 빨리빨리 갑시다” 채근하는 이가 없다.
보물찾기하듯 그림들을 찾아보며 걷는 사이 어느덧 정상에 오른다.
하늘 아래 몇 번째 집인 까닭에 마을 정상에 서면 통영 앞바다가 환히 보인다.
파랑, 초록 지붕들과 파란 하늘, 저 멀리 바다와 배, 작은 상점들…. 평온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정상 부근에는 커다란 우체통이 있는데, 이곳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길지 않지만 가파른 길을 걸어 올라야 하기에 편한 신발은 필수다. 볕을 가릴 만한 곳이 없으니 양산이나 모자 등 해를 피할 것을 반드시 준비할 것. 또 카메라도 반드시 챙길 것. 눈으로만 담아오기에는 골목골목 서린 이야기들이 재밌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용히 하기. 이곳은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에 집안을 기웃거리거나 큰소리로 떠드는 등 마을 주민들이 생활하는 데 피해를 주는 일은 삼갈 것.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신문사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