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곡성 섬진강둘레길 걷기

곡성 섬진강둘레길 걷기

by 운영자 2013.12.06

추억의 철길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
섬진강 자연 앞에‘감탄’
곡성 곳곳 재미난 역사‘즐거워’
▲아슬아슬 철로 위를 걸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늘 민낯으로 다니던 여자 친구가 어느 날 화장을 하고 나타난다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화들짝’ 놀랄 것이다. 화장의 ‘기술’ 덕에 여자친구가 몰라보게 예뻐진 이유도 있겠지만 여자친구의 ‘새로운’ 면모를 봤기 때문일 것이다.

익숙하다고 그래서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순천이나 광양과 30여분 거리에 있는 곡성은 가벼운 나들이로 자주 찾는다. 그래서 ‘아, 거기!’ 하며 다 알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또 다르다.

곡성에도 제주도나 지리산처럼 둘레길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 이름하야 ‘섬진강 둘레길’은 이름처럼 섬진강을 끼고 기찻길과 오붓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길은 완만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편하게 오를 수 있다. 곳에 곡성에서 전해 내려오는 옛 이야기나 역사도 배울 수 있고 기차길 따라 이어진 간이역을 만나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섬진강 둘레길’은 5개 구간에 20km에 이른다.

△1구간은 섬진강기차마을을 출발해 효자정려-퐁퐁다리-작은침실골을 잇는 3.2km △2구간은 작은침실골-전망대-침곡마을-침곡역 2.2km △3구간은 침곡역-대죽정마을터-샘터-송정포토존-가정역 5.1km △4구간 가정역-봉조마을 입구-이정역-이정마을 2.1km △5구간 이정마을-강변 흙길-강변 돌길-압록오토장 2.4km다.

어느 구간을 가도 빼어난 자연과 재미난 이야기가 숨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1구간의 특징은 곡성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이 많다는 점이다.

‘도대문터’는 한양의 사대문을 본받아 읍터 오지리에 세운 사대문 가운데 하나다. 새마을사업 당시 없어지고 지금은 그 터만 남았다.

1951년 9월 지리산 일대에 숨어있던 무장공비들이 곡성읍을 점령하기 위해 전투를 벌이며 곡성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마다않던 이들을 추모하는 ‘충혼탑’도 볼 수 있다.

전남 문화재자료인 ‘도동묘’는 주자학의 시조 안향과 성리학의 창시자 송나라 주자를 모시기 위해 건립된 묘각이다. 도동묘는 지금도 일년에 2번씩 제사를 지내고 있다.

2구간은 오붓한 숲길과 푹신한 흙길이 참 좋은 구간이다.

이 구간은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는 침곡역까지 이어지는데, 왼편으로 섬진강 맑은 자락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보드라운 흙길을 밟는 것도 즐거움. 나무가 뿜어내는 좋은 기운을 받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움츠러든 겨울 기운을 떨쳐버릴 수 있다.

증기기관열차와 레이바이크가 다니는 철길 옆으로 광양 배알도에서부터 시작되는 섬진강 자전거도로가 나있다. 열심히 자전거페달을 밟는 이들이 이따금 손을 흔들어 응원하기도 한다.

3구간은 숲길에서 치유 받고, 전망대에서 자연을 관망하기에 딱 좋은 구간이다.

숲길에는 커다란 상수리나무, 편백나무, 소나무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스락바스락’ 한 걸음 한 걸을 뗄 때마다 마른 낙엽을 밟는 소리가 잘 들린다. 섬진강변에서 불어오는 찬바람도 시원하다.

섬진강변에는 돌로 둑을 쌓아 물고기를 잡는 ‘독살’이 있다. 이를 ‘도깨비살’이라고도 하는데 이 이름에는 도깨비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먼 옛날 어린 마천목 장군이 어머니께 드릴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푸른 돌 하나를 주웠다. 그런데 그날 밤 도깨비들이 나타나 ‘그 돌은 우리 대장의 돌이니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마천목 장군은 ‘고기를 잡게 독살을 쌓아주면 돌려주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도깨비들이 조화를 부려 독살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섬진강을 끼고 걸을 수 있는 ‘섬진강 둘레길’

섬진강을 관망할 수 있는 전망대 ‘송정포토존’도 빼놓을 수 없다. 기관차가 달리는 철길과 17번 국도, 자전거도로, 섬진강 풍경이 한 눈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4구간은 폐선된 철로를 걷는 추억을 만날 수 있는 구간이다.

가정역에서 시작된 이 구간은 운 좋으면 멈춰서 쉬고 있는 증기기관 열차를 볼 수도 있다

폐선된 기찻길은 1933년부터 1999년까지 6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익산과 여수를 잇는 전라선 열차가 다니던 곳으로, 수많은 사람과 사연이 서리서리 서린 곳이다.

지금은 여행객들이 철길 위를 흔들흔들 걸으며 추억을 남기는 곳으로 변했다.

철길을 걷다보면 솟대 옆에 철길 기차를 만들어 놓은 나무 조형물이 보인다. 나무로 만들어둔 기차 모형이 귀여워 관광객들이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본다.

5구간은 철길 위가 아닌 섬진강 옆을 걷는 길이 이어진다. 겨울의 차분한 섬진강을 가까이에서 보며 걸으면 몸과 마음이 모두 명징해진다. 끝에는 압록캠핑장이 있어 내친 김에 캠핑을 하며 가족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아보는 것도 좋겠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