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말 위에 오르다, 고흥 마복산

말 위에 오르다, 고흥 마복산

by 운영자 2014.01.10

2014년 말의 해.
생동감 넘치는 말의 기운을 받으려면 ‘말’을 찾아 가야 하지 않을까. 자, 말 찾아 간다.

순천·광양에서 가까운 고흥의 마복산(馬伏山)은 말이 엎드려 있는 듯한 모습이라고 해서 이름 지어진 산이다.

산등성이에 수많은 지릉들이 흘러내리고 그 지릉마다 바위들이 자라, 마치 금강산이나 설악산의 축소판으로 여겨 ‘소개골산(小皆骨山)’이라 불리기도 한다.

높이 534.9미터(m)의 마복산은 산세가 그리 험난하지 않아 더욱 좋다. 누구에게나 너르고 튼튼한 등을 허락한 착하고 우직한 ‘말’이 바로 마복산으로 태어난 것이 아닌가 싶다.

등산로는 포두면 정암마을에서 마복사절 - 봉수대 - 회재 - 정암마을까지 이르는 왕복 4시간여의 길과 마복사 입구에서 시작해 - 마복사 갈림길 - 마복산 - 회재 - 마복사 갈림길 - 내산마을 - 내산 마을회관까지 이르는 4시간 40분 코스가 있다.

앞서 말했듯 험난하지는 않지 그렇다고 산책 수준은 아니다.

등산 초입에서 활공장 부근까지는 잘 정비된 길이 이어진다. 흙길이 아니라서 산에 오르는 기분은 나지 않지만, 시작이 가볍다.

50여분 쯤 더 길을 따라 오르면 푸른 고흥 바다가 서서히 눈앞에 펼쳐진다.

비워내고 털어낸 겨울 논밭이 쓸쓸한 느낌을 준다면, 사시사철 다른 것들을 건져 올리는 ‘푸른 창고’인 바다는 겨울에도 넉넉하다.

그 뿐이 아니다. 눈앞에는 말 근육 같이 탄탄한 기암괴석이 펼쳐진다. 우후죽순 자라난 기암괴석들은 더 높이 뛰기 위해 앞발을 들어 올리는 말의 근육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다도해에는 올망졸망한 섬들이 떠 있고, 부드러운 해안선이 이어진다. 기암괴석들 너머 보이는 푸른 바다는 시원하다.

기암괴석들을 지나면 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가파른 길이 짧게 이어진다. 막바지 힘을 내 오르면 ‘기막힌’ 절경이 펼쳐진다.

높은 말 등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올라, 달려보면 흥이 나는 것과 같다.

바다와 논, 나무와 길이 어우러진 풍경들은 오르는 사이사이 봤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푸른 바다가 절반, 편안히 쉬고 있는 논밭이 절반, 그 사이 기암괴석들과 색을 낮춘 나무들의 조화는 정상에 오른 이들만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풍경이다.

2014년 시작을 마복산에 올랐다. 말 등에 올라탄 것이다. 이제 달릴 일만 남았다. 힘껏 도움닫기를 하자. 이제 달린다. 날아오른다.

마복산 오르기가 좀 밋밋하다면 고흥 포두면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권한다.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복잡한 생각들을 털어버릴 수 있어 좋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