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얘들아! 미꾸라지 잡으러 가자!

얘들아! 미꾸라지 잡으러 가자!

by 운영자 2005.09.23

“와! 미꾸라지다. 야! 몰아, 몰아. 이쪽으로 몰아!” “도망간다. 빨리빨리!”
“야! 잡았다, 잡았어! 세 마리야, 세 마리. 자, 통에 넣어.”
“야! 잡았다, 잡았어! 세 마리야, 세 마리. 자, 통에 넣어.”

한바탕 발 빠른 미꾸라지와 씨름을 한 아이들은 어렵게 잡은 미꾸라지를 놓칠 새라 동그랗게 손을 모아 쥐고 조심스레 빨간 고무통에 미꾸라지를 옮긴다.

요즘처럼 농약에, 비료에 지칠 대로 지친 논과 연못에서는 미꾸라지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옛날에는 진흙과 물이 있는 곳이면 미꾸라지는 지천이었다. 때에 절고 세월에 절어 구멍 난 난닝구에 뚤뚤 걷어 올린 바지, 뜰채 하나, 그것도 없으면 촘촘히 구멍 뚫린 바구니에 작은 통 하나면 미꾸라지 잡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물속을 이리저리 첨벙거리며 미꾸라지를 잡다 보면 밥 때가 됐는지,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돼, 때 국물이 쫄쫄 흐르는지도 모를 정도로 미꾸라지 잡기는 그 시절 우리들에게 최고의 놀이였다.

통에 한가득 미꾸라지를 담아 웃자란 풀밭을 걸으며 꽃 한번 보고, 하늘 한번 쳐다보며 해찰하는 그 기분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죽었다 깨도 모를 정도. 달랑달랑 미꾸라지 통을 들고 집으로 가는 길은 ‘미꾸라지 많이 잡았다고 엄마한테 칭찬받겠지? 오늘은 미꾸라지탕이다.

야호!’, 엄마에게 칭찬받을 생각에, 맛난 미꾸라지탕 먹을 생각에 저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한바탕 신나게 미꾸라지를 잡으며 놀고, 그것으로 식구들과 맛나게 먹을 생각만 해도 즐거운 미꾸라지 잡기, 그 시절 우리들의 최고의 놀이!

글/최명희 기자, 사진/ 김노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