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수줍은 듯 고운 자태 뽐내는, 금둔사 홍매화

수줍은 듯 고운 자태 뽐내는, 금둔사 홍매화

by 운영자 2006.03.03

몇 차례 봄을 알리는 꽃비가 내리고 난 탓인지 이젠 제법 봄을 느낄 만큼 햇볕이 따숩다.
조상들이 절기를 그냥 갖다 붙인 게 아니었다. 매 절기가 다가오면 신기하게도 자연은 그렇게 변한다.

입춘 이후 아무리 추운들 그 추위는 겨울 추위와는 다르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금둔사.
차로 갈까 버스로 갈까 고민하다 봄을 완망하고 싶은 마음에 버스에 올라탔다.
평일이라 버스는 한적하고 차창 밖 풍경도 한가롭기 그지없다.

낙안읍성에서 약 2.5킬로 떨어진 금둔사.
읍성에 내려 절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기보다는 그냥 걷는 것이 훨씬 시간이 절약된다.

잽싸게 택시를 타고 가도 되지만 추위가 풀린 화창한 날씨를 만끽하며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굽이굽이 아스팔트길을 따라 걷다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20여분 가량 걸어 도착한 금둔사에는 아무도 없었다.
절을 휘감아 도는 바람소리와 거기에 맞물려 들리는 풍경소리 외에는 모든 것이 잠잠하다. 그 잠잠함이 참 마음에 든다. 좋은 것을 혼자만 알고 즐기는 기분이랄까?

금둔사 경내 들어가는 길,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돌다리에서 바라보니 수줍은 듯 봉오리를 오므리고 조심스레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는 홍매화와 톡 하고 꽃망울을 터뜨린 홍매화가 공존한다. 볕이 든 곳 먼저 매화가 피고 나머지들은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혹독한 추위를 넘긴 매화일수록 향기가 더하다 했다.
맵찬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얼마나 견디고 단련했느냐에 따라 꽃의 향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금전산 금둔사 대웅전 오른쪽 계단 위, 새치름하게 핀 매화 앞에 서니 지난 겨울이 얼마나 추웠는지 새삼 알겠다. 그 향기 깊다!

금둔사는 다른 데보다 홍매화가 일찍 피어나기로 잘 알려져 있다.
‘설중매(雪中梅)’라는 기막힌 애칭을 가지고 있는 홍매화.

홍매화는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전령사 구실을 한다.
한겨울을 굳건히 이겨내고 다른 꽃보다 먼저 세상에 선보이는 수줍은 자태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손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떨어질 것 같이 여리게 보이는 한 떨기 꽃은 강한 바람에도 살아남았다.
흐드러지게 활짝 핀 매화 세상을 볼 수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수줍은 듯 살포시 핀 꽃잎을 보는 은은함도 그렇게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추위는 서서히 물러가고 있으니 잠시 움츠렸던 홍매화는 제 모습을 마음껏 드러낼 것이다.

취재 : 최명희 기자